이와 별개로 이른바 '김건희 파일'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주가조작 공범의 항소심 재판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 여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어떤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더라도 해당 재판에서 김 여사가 계속 언급된다면 '전주(錢主)' 의혹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모 씨는 서울고법 형사12-1부(홍지영 방웅환 김형배 부장판사) 심리로 항소심 재판을 받는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에 출석하고 있다. 2024.09.12 leemario@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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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가조작 공범 1심서도 "김여사 계좌 시세조종에 활용"
민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했는데 항소심 첫 재판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항소심 선고 결과가 최근에 나온 만큼 민씨의 항소심 재판도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처남인 민씨는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등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민씨는 수사 도중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2022년 11월 입국 과정에서 체포됐고 이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져 2021년 10월 기소된 권 전 회장 등과 별도로 재판받았다.
특히 민씨는 블랙펄인베스트 사무실 컴퓨터에서 발견된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의 1심 재판에서 2011년 1월 김 여사 명의의 미래에셋증권 계좌 인출 내역과 잔고가 정리된 해당 파일을 공개했고 민씨는 법정에서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적이 없고 김 여사 명의의 계좌를 모른다"고 증언했다.
다만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 명의의 다른 증권 계좌를 통해 이뤄진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에 대해서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 합의가 있다거나 인위적 시세 상승 또는 유인할 목적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 도이치 2심, 김여사 시세조종 인지 여부는 판단 안해
민씨가 운용한 김 여사 명의 계좌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권 전 회장 등의 항소심 판결문에도 등장한다.
지난 12일 권 전 회장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5억원 등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 여사 명의의 증권 계좌 3개와 최씨 명의 증권 계좌 1개가 공소시효가 남은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에 동원됐다.
재판부는 민씨가 운용한 김 여사 명의 미래에셋증권·DS투자증권 계좌에 대해 "블랙펄인베스트 직원이 사용하던 PC에 저장돼 있던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은 시세조종 행위 기간에 작성됐고 김 여사의 증권 계좌 주식 잔고 등 내역이 기재돼 있다"며 "시세조종에 이용된 계좌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신증권 계좌와 관련해서는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담당자와 통화한 내용이 판결문에 담겼다.
2010년 10월 28일 녹취록에서 대신증권 담당자가 '교수님 10만주 냈고', '그거 누가 가져가네요'라고 하자 김 여사는 '아, 체결됐죠'라고 한다. 또 같은 해 11월 1일 녹취록에는 대신증권 담당자가 '방금 8만주, 다 매도 됐습니다'라고 말하고 김 여사가 '알겠습니다'라고 답한다.
재판부는 김 여사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상장 전부터 구 도이치모터스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초기 투자자로서 권 전 회장의 지인"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각 녹취록의 내용, 민씨와 2차 주포 김모 씨의 문자메시지 내용을 종합하면 권 전 회장 등의 의사 관여 하에 거래가 이뤄졌다"며 "증권사 담당자는 그 지시에 따라 주문 제출만 하고 김 여사는 거래결과 및 거래금액을 사후적으로 확인하거나 보고받을 뿐"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대신증권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면서도 당시 시세조종 행위까지 인식했는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성남=뉴스핌] 이호형 기자 =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차 출국하는 김건희 여사. [사진=뉴스핌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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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공소시효가 지난 1차 시세조종 기간인 2010년 1월 25일과 1월 26일 녹취록에는 신한투자증권 담당자에게 '그분한테 전화 들어왔죠?', '또 전화 왔어요? 사라고?'라고 되묻는 대목이 나온다.
판결문에 따르면 권 전 회장은 2010년 1~2월경 주가조작 선수이자 1차 주포인 이정필 씨에게 '주식을 관리하며 수익을 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면서 자신의 지인인 김 여사 등을 소개했고 김 여사는 이씨에게 10억원이 입금된 신한투자증권 계좌의 관리를 맡겼다. 최씨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는 권 전 회장이 차명계좌 형식으로 직접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 전주 '주가조작 방조' 유죄 이끈 검찰 수사 향방은
김 여사에게 전주 손모 씨와 같은 주가조작 방조 혐의가 인정되려면 정범인 주가조작 세력의 시세조종 행위를 인식했는지, 이들의 범행을 방조할 유인이 있는지 등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특히 재판부는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만으로 방조범의 고의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손씨의 방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손씨는 주가조작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김씨의 추천에 따라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주식을 매수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시세조종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김씨가 주식을 관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가 시세조종 행위를 인지했는지, 주가조작 세력과 직접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여부 등이 수사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유죄가 인정된 손씨와 김 여사의 경우는 주식 거래 방식이나 이득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면서도 "김 여사가 미필적으로나마 시세조종을 알았는지 수사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짚었다.
shl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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