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AICC’를 아시나요? ‘에이아이씨씨’로 읽으며 주로 ‘인공지능 콜센터’나 ‘인공지능 컨택센터’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몇년 사이 일부 대기업에서 AI 신사업 아이템으로 AICC를 적극 홍보하며 널리 소개됐죠. 아쉬운 건 AICC 개념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전해진 당시 AICC가 그저 ‘콜센터 상담사를 대체, 혹은 지원하는 AI’ 정도의 소극적인 정의로 대중에 각인됐던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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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에 따르면 본디 AICC란 ‘고객 소통에 쓰이는 모든 접점의 AI’를 포함합니다. 또한 컨택센터(Contact Center) 역시 단순 콜센터의 다른 말이 아니라, 전화를 포함한 모든 채널에서 기업과 고객이 상호작용하는 접점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기업들이 AICC 비즈니스에 주목했던 이유와 국내에서 AICC 산업이 올바르게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본질적 측면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는데요. 본 이야기는 최근 SKT, 효성, 네이버 클라우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AICC 전문 스타트업 페르소나AI의 윤석주 CBO(최고비즈니스책임자)가 명쾌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윤 CBO는 오라클코리아, ㈜효성 외 글로벌 IT 리서치·컨설팅 기업인 가트너에서 다양한 기업의 비즈니스 트렌드, 신기술 수요에 따른 디지털전환(DT) 전략 최적화 및 컨설팅 경력을 풍부히 쌓은 기업 비즈니스 전문가로 꼽힙니다. 현재는 페르소나AI의 AICC 비즈니스 전략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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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왜 AICC에 주목할까?
안녕하세요, 윤석주입니다. 최근 수년 사이 다양한 AI 융합 비즈니스들이 새롭게 주목받아왔습니다. 그중 AICC는 잘만 도입하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즉각적 효용을 준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AI 트랜스포메이션 아이템으로 각광받아왔습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시작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확장은 AICC의 영향력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시기로 기억됩니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컨택센터는 기본적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의미한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 외에 소비자와 만나며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돕는 중요한 창구죠. 이에 비즈니스의 감각이 좋은 글로벌 기업들은 일찍부터 컨택센터를 보다 고객친화적이고 생산적이면서 '가치 있는 비즈니스 수단'으로 전환할 방법을 모색해 왔습니다.
AI는 이때 기업이 소비자와 소통 과정에서 얻는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도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실사용자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개선하고 개발할 때 필요한 점을 도출할 수도 있죠. 때맞춰 기업-소비자 소통의 핵심수단인 ‘말과 글’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AI 분야의 자연어처리(NLP) 기술도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는데요. 잠재적 비즈니스 발굴, 수익창출의 창구인 컨택센터와 이런 AI 기술을 결합한 AICC를 향한 기업의 관심은 어쩌면 매우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AICC였을까?
하지만 현실은 어땠나요? 초창기 많은 사용자가 AICC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AICC는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편의를 느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불편을 가중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거든요.
예를 들어 모 금융사가 처음 도입했던 AICC 챗봇은 어떤 요청을 입력하면 팝업을 따라 사용자가 직접 새로운 페이지로 이동해야 하는 형태였습니다. 이는 사용자가 홈페이지 메뉴를 직접 탐색해 들어가는 것이나 별반 다를 바 없는 사용자경험(UX)인데요. 오히려 낯선 챗봇을 실행하고 질문을 입력한 뒤 다시 새창으로 이동하는 번거로움까지 더해졌던 형태였죠. 당연히 반응이 좋을 리 없었습니다.
또다른 기업 사례도 떠오릅니다. 당시 해당 회사의 콜봇(음성대화형 AI 상담사)은 사용자가 콜봇의 말을 반드시 다 들어야만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 상담사와 통화할 땐 어떤가요? 경우에 따라 안내를 듣다가도 궁금한 것을 묻고, 더 필요한 요청을 위해 상담사의 말을 끊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빠른 문제해결을 원하니까요.
실제로 보통 콜센터에 전화하는 사람들은 안내멘트가 나오면 곧장 0번이나 9번부터 누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0과 9는 보통 ARS가 아닌 일반 상담사와 연결하는 단축번호죠. 답답한 ARS 대신 바로 소통 가능한 상담사와 연결되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가 잘 드러나는 상황이입니다.
AICC는 기업의 ‘CX 전략’을 변화시킬 도구
이런 몇몇 사례만 봐도 단순히 고객문의 채널에 챗봇이나 콜봇을 도입한 정도로 ‘우리는 AICC를 도입한 AI 트랜스포메이션 기업’이라고 말하긴 부끄럽다는 사실이 명확해집니다.
또한 해외에서 앞서 정의된 AICC의 본 개념만 하더라도 ‘고객 소통에 쓰이는 모든 접점의 AI’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어쭙잖은 챗봇이나 콜봇 도입이 오히려 기존의 소통 편의마저 저해한다면, 그것을 결코 AICC라고 말할 수 없죠. 안타깝지만 그동안 그런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모든 AICC가 기업의 고객경험(CX) 전략 및 디지털 수익전략(BM) 혁신을 위한 중요한 리소스라는 관점에서 접근 방식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해당 관점으로 앞의 사례를 해결해볼까요? 각 문제 상황에서 페르소나AI는 먼저 소비자 편익 개선에 중점을 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굳이 새 창을 열지 않고도 챗봇 인터페이스 안에서 모든 업무가 이뤄지도록 수정했고요. 콜봇이 발화 중일 때도 사용자가 언제든 중간에 다른 것을 물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위해 콜봇이 중간 질문에 먼저 대답한 뒤 원래 말하던 내용을 이어서 말할 수 있도록 하는 바지인(Barge in) 기능을 추가했죠. 이것들이 너무 당연한 조치처럼 보이나요? 그렇지만 이렇게 만들어지지 않은 AICC 봇이 여전히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AICC 서비스 기업이든, 수요 기업이든 AICC를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보고 접근하면 오히려 본질에서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보단 원래 취지에 맞춰 ▲사용자경험 개선 ▲업무 생산성 증대 ▲매출 향상 ▲브랜딩 강화 측면에 철저히 프레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밑바탕에는 자연어를 잘 이해하는 AI도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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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CC는 상담사의 대체제도 아니다
AICC에 대한 또다른 오해는 AI 기술이 발전하면 모든 컨택센터가 AI로 운영되어 필요 인력이 줄거나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그러나 AICC 도입으로 부각되는 기업의 주요 편익은 통화량 감소, 업무 자동화, 셀프 서비스 강화입니다. 고객은 결국 인간 상담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업과 서비스 수준을 판단하며 지속적인 이용 여부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상담사가 AI의 지원을 받아 반복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과는 더 인간적인 소통과 공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고요.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고객 관계 바탕의 매출 향상, 지속 경영 측면의 긍정적인 시너지를 노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고객 커뮤니케이션도 AI와 함께 진화해야 합니다.
AICC 서비스 기업을 향한 제언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AICC 시장 규모는 장차 3억2088만달러(약 43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상당히 큰 시장이 될 전망인데요. 업계가 함께 이 시장을 올바르게, 이보다 크게 키워가려면 우선 AICC 공급 과정에서 부정적인 사용자경험이 확산되지 않도록 숙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의 모든 장점은 ‘데이터’에서 시작됩니다. 당연히 AICC 서비스 기업은 AI가 고객측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한 후 데이터를 적절히 활용해 소통할 수 있도록 고객사 밑단의 데이터 처리 프로세스부터 다듬을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고객사에 충분한 데이터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인데요. 이런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페르소나AI는 자체 기술로 AI엔진을 개발한 기업입니다. 빅데이터 없이도 데이터를 증강생성 할 수 있는 원천 AI 엔진이 포함된 ‘소나(SONA CHAT)’란 챗봇 솔루션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만약 고객이 ‘배고프다’란 데이터만 갖고 있다면 비슷한 의미의 ‘출출하다’ 같은 데이터를 유사질의 시스템으로 뽑아낸 뒤, ‘봇투봇(Bot-to-Bot)’이라는 AI 간 대화 시스템에서 얼마나 정확한 대화가 이뤄지는지 확인하죠. 이 과정에서 재학습이 필요한 데이터만 추리고 다시 확장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런 방법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회사별로 고유의 기술 노하우가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AICC가 기업과 고객의 소통을 돕는 것이 본질임을 기억한다면 데이터 이슈 해결 노하우는 서비스 기업이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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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맥락에서 고객사의 준비가 부족한 상태라면 챗봇이나 콜봇을 도입∙구축하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는 당연히 좋지 않은 결과로 AICC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만들뿐더러, 저의 오랜 경험상 고객들은 AICC 기술 도입 전의 디지털 전환(DT) 단계부터 상세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페르소나AI의 AICC는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클라우드 또는 온프라미스로 제공됩니다. 특히 데이터 유출에 대한 우려 없이 AICC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DT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다른 예로 과거 모 고객에게 저희는 “차라리 챗봇을 하지 말라”고 조언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보니 그들은 챗봇의 부가가치를 끌어내기 위한 DT 측면의 내부 데이터 구조화, 시스템화, 운영 방식과 목표 등 상세한 준비가 챗봇보다 먼저 필요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결과물을 마치 하나의 플랫폼처럼 사용하면서 고객 매출 증대에 써보라”고 가이드를 드렸는데요.
이런 대응을 택한 이유는 저희를 찾아오는 대부분 고객들의 문제가 ‘비용과 시간이 부족해서 AI로 해결하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해결에 필요한 준비 없이 단기간에 챗봇, 콜봇만 도입한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보단 AICC 기업들이 앞장서서 보이지 않는 DT 밑단의 준비부터 소통 프로세스 전반, 눈에 보이는 애플리케이션에 걸친 사용자경험 최적화를 지원하는 것이 바로 본질적 의미의 AICC 서비스란 사실이 시장에 널리 인식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론 업계에 이런 회사가 늘어날수록 ‘AICC는 불편하다’는 오명을 씻고 업계가 보다 건전하게 경쟁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K-AICC의 글로벌화, 가능성 충분
끝으로 국내 AICC 기술은 분명 해외시장에서도 성공적인 비즈니스 사례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한글을 다루는 우리 민족의 특징, 그리고 타고난 서비스 마인드 덕분이죠.
미국 국무부가 조사한 외교관 서비스 연구소(Foreign Service Institute, FSI) 통계에 따르면 한국어는 영어권 사람들이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입니다. 아랍어와 동일한 수준이죠. 수많은 형용사와 동사 변화는 물론 다양한 조사와 헷갈리는 띄어쓰기, 존댓말과 반말의 형태 등 영어와 차원이 다른 변화무쌍함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한국어를 잘 이해하고 소통을 돕는 페르소나AI를 비롯한 국내 AI 기업들의 기술력은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은 문화적 특징으로 제품,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들의 평가 기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우리는 당연히 여기는 수준의 고객 서비스나 대응 수준이 해외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많죠. 즉, 사용자경험 만족에 까다로운 한국 시장의 소비자 기대를 충족하는 AICC 노하우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충분한 경쟁력을 마련하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 이를 위해 정부에서도 보다 범용적이며 대중적인 AICC에 관심을 갖고, 활용 방안의 확대 측면에서 다양한 고민과 지원을 함께 해주시면 '한국형 인공지능 컨택센터(K-AICC)'의 글로벌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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