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 유세에서 버락-미셸 오바마 부부(오른쪽)와 지지 연설을 하러 나온 오프라 윈프리(왼쪽).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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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
△“I will be casting my vote for Kamala Harris and Tim Walz in the 2024 Presidential Election.”(나는 2024년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미국 인기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할지 밝혔습니다. 2020년 대선 때 “조 바이든 후보를 찍겠다”라고 밝힌 이후 두 번째 지지 선언입니다. 지조 있게 민주당 정치인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한 표를 던지는 것을 ‘cast vote for’라고 합니다. 그냥 ‘vote for’도 되지만 투표라는 행위를 강조하려고 ‘던지다’라는 뜻의 ‘cast’를 넣었습니다.
대선 시즌이 되면 ‘endorsement’(인도스먼트)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en’(받쳐주다)과 ‘dorse’(뒤쪽)가 결합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입니다. 원래는 정치인의 지지 선언이 주류를 이뤘는데 정치 불신이 커지면서 요즘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위주의 ‘셀럽 인도스먼트’가 대세입니다.
△“What Obama stands for is worth me going out on a limb for.”(오바마의 비전은 내가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
2007년 오프라 윈프리가 CNN 래리 킹 라이브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낯선 손님석에 앉은 것은 버락 오바마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20년 넘게 토크쇼의 여왕으로 군림해 온 윈프리의 첫 지지 선언이었습니다.
래리 킹이 “특정 후보 지지는 언론인으로서 공정성을 해칠 수 있지 않느냐”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limb’(림)는 나뭇가지를 말합니다. ‘go out on a limb’는 ‘나뭇가지 위로 오르다’, 즉 ‘위험을 무릅쓰다’라는 뜻입니다. 윈프리의 커리어를 건 지지 선언에 오바마 지지율은 급등했습니다. 윈프리 덕분에 오바마 후보는 100만 표를 더 얻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You’re the Man for Us.”(당신은 우리를 위한 사람이야)
미국 최초의 후보 지지 선언은 노래였습니다. 1920년 대선 때 가수 앨 졸슨이 노래로 워런 하딩 공화당 후보에게 지지 의사를 전한 것이 시초입니다. 졸슨은 미국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 싱어’의 주인공 배우입니다.
졸슨은 하딩 후보의 집으로 찾아가 지지 선언을 했습니다. 마치 사랑 고백처럼 발코니에서 직접 작사 작곡한 아름다운 세레나데로 지지 의사를 전했습니다. 노래 제목입니다. 하지만 동기는 별로 순수하지 못했습니다. 대가를 바랐습니다. 일설에 따르면 졸슨은 하딩 후보의 귀에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I want the ambassadorship to China”(중국대사 자리를 원한다) 하딩은 대통령이 됐지만 졸슨의 대사직 요청은 거절했습니다.
△“Ruth Called His Shot.”(루스가 원하는 대로)
전설의 야구 스타 베이브 루스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홈런 한 방으로 지지 의사를 전했습니다. 콜드샷(called-shot) 사건으로 불립니다. 1932년 대선에 출마한 루스벨트 후보는 뉴욕 양키스와 시카고 컵스가 맞붙은 월드시리즈에 참석했습니다. 양키스 소속의 루스와 오랜 친구였습니다. 타석에 들어선 루스는 루스벨트를 한번 쳐다본 뒤 외야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그쪽으로 홈런을 치겠다는 신호였습니다. 공은 정확하게 그쪽으로 날아가 담장을 넘겼습니다.
루스의 신기에 가까운 야구 실력에 관중은 열광했습니다. 당시 신문 헤드라인입니다. 한 방(his shot)을 불렀다(called), 즉 의도한 대로 해냈다는 뜻입니다.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call the shots’ 표현이 이때 생겼습니다. ‘주도권을 쥐다’라는 뜻입니다. 홈런을 선물받은 루스벨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Unbelievable, You lucky, lucky bum.”(못 믿겠네, 정말 운 좋은 놈) 루스벨트는 대선 승리 후 가장 먼저 루스를 백악관에 초대했습니다. 루스와 어깨동무를 하고 콜드샷의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Oprah Effect’(오프라 효과), ‘Swift Surge’(스위프트 급등), ‘Colbert Bump’(콜베어 둔턱·스티븐 콜베어 토크쇼에 출연하면 후보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 셀럽의 지지 선언이 선거 당락에 영향을 미치면서 생겨난 신조어들입니다.
바람직한 지지 선언은 특정 후보 지지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 각자가 똑똑한 선택을 하도록 설득하는 것입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I’ve done my research, and I’ve made my choice. Your research is all yours to do, and the choice is yours to make.”(나는 공부했고, 그에 따라 선택했다. 당신 공부는 당신 몫이고, 선택도 당신 몫이다)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발송되는 뉴스레터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에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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