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산물·수제품,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풍성한 시장
현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생동감 가득한 이색 장소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뉴브런즈 윅주 몽튼 지역의 지역의 'Marche Moncton market' 모습이다. 2024.09.14/ⓒ 뉴스1 김남희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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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새로운 나라를 여행하거나 잠시 머물 일이 있으면 나는 번듯한 관광 안내서에 나온 곳들보다 먼저 파머스 마켓으로 향한다. 마켓은 마치 지역 문화의 냉장고 같다. 문을 열면 그곳의 신선한 일상들이 가득 담겨 있다. 관광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럴싸한 포장 대신, 진짜 살아 숨 쉬는 그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와 웃음, 그리고 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자연의 선물들이 늘어선다.
마켓을 둘러보면 이 지역이 무엇으로 살아가는지,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이곳에서는 주로 어떤 산업이 중심을 이루는지, 농장에서는 무슨 작물을 키우는지, 지역의 특산물이 무엇인지가 한눈에 펼쳐진다. 마치 그 지역의 축소판처럼, 마켓은 그곳 사람들의 삶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뉴브런즈 윅주 몽튼 지역의 지역의 'Marche Moncton market' 내부. 2024.09.14/ⓒ 뉴스1 김남희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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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파머스 마켓을 둘러보면, 대도시의 시장들은 그리 큰 특색이 없는 경우가 많다. 도시가 커지고 관광객이 많아진 만큼, 그곳은 점점 더 '현지'보다는 '대중적'이 되어간다. 마치 어느 도시에서나 살 수 있는 기념품들이 진열대에 쌓여있고,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보편적인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소도시의 파머스 마켓은 다르다. 이곳은 정말로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장이다. 관광객을 겨냥한 화려한 장식품 대신, 이 마켓은 그 지역 농부들과 장인들이 직접 키우고 만든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여기는 작은 공동체의 생생한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고, 마켓을 걷다 보면 이 도시의 진짜 얼굴과 그 속 깊은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의 파머스 마켓은 토요일에만 문을 연다. 그래서 토요일이 되면 일부러 마켓 나들이를 나서는 가족들이 많다. 주말의 여유를 즐기며 이곳에 와서 신선한 농산물을 싸게 구매할 수 있으니, 장보기도 나들이도 동시에 해결되는 셈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매력은 대형마트나 쇼핑몰 푸드코트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특별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지에서 직접 만든 수제 빵, 신선한 치즈, 손으로 정성스럽게 빚은 파이, 그리고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가 만들어 오신 각종 수제 잼과 할아버지가 손수 채취한 메이플 시럽으로 만든 다양한 먹거리들이 즐비하다. 그 맛과 품질은 마치 고향의 맛을 닮은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뉴브런즈 윅주 몽튼 지역의 지역의 'Marche Moncton market'에서 상인들이 직접 만든 파이 등을 판매하고 있다. 2024.09.14/ⓒ 뉴스1 김남희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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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스 마켓에는 한국 음식을 파는 곳들도 여럿 있다. 이제 한국 음식을 맛보러 오는 캐나다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김밥 한 줄, 떡볶이 한 접시를 손에 들고 한국의 색다른 맛을 즐긴다.
이런 다양한 음식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모습은 이 마켓이 가진 특별한 매력 중 하나다. 한국 음식이 캐나다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이 작은 마켓에서 국경을 초월한 맛의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신선한 옥수수를 한 바구니 사 들고, 캐나다인들이 한국 음식을 즐기는 것과는 반대로, 그들이 파는 전통 캐나다 음식을 맛보기로 했다. 따끈한 푸틴(그레이비 소스와 치즈를 뿌린 감자튀김) 한 접시와 바삭한 피쉬앤 칩스를 사서 그 자리에 앉아 캐나다의 맛을 천천히 음미했다. 익숙하지 않은 음식 속에서 캐나다의 일상을 한입에 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이 직접 만든 수제 비누는 이제 어느 마켓에서도 빠지지 않는 필수 아이템인 것 같다. 다양한 향과 모양을 가진 비누들은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며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그리고 역시 반려동물의 인기는 여전하다. 반려동물 간식, 옷, 장난감을 파는 매장이 가장 많았고, 그 앞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내가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할머니들이 손수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짜서 만든 아기들의 스웨터, 양말, 모자였다. 부드러운 실로 정교하게 짜인 이 작은 옷들은 그 따뜻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손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주는 특별함과 정성은 마켓 속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나는 자주는 아니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꼭 이 파머스 마켓에 들른다. 1년을 그렇게 해보니, 이제 이 지역의 사계절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봄에는 싱그러운 채소와 꽃들, 여름에는 다채로운 과일과 시원한 음료, 가을에는 풍성한 수확물과 할로윈 장식품들, 겨울에는 따뜻한 겨울용품과 크리스마스 장식들로 가득한 마켓이 계절마다 제철 음식과 이벤트에 맞는 아이템을 준비할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해 준다.
거의 매일 대형 마트를 이용하다가 이렇게 가끔 파머스 마켓에 들르면, 이 지역의 진짜 얼굴과 그 속 깊은 이야기를 직접 만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민자로서 낯선 땅에 살고 있지만, 이곳의 사람들과 문화를 한층 가까이에서 체험하며 마치 이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기분이 든다. 마켓의 소소한 풍경 속에서 현지의 진솔한 모습과 교감하며, 새로운 곳에서 나만의 자리를 찾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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