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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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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경길 추돌사고 중상자 치료 가능한 병원 없나요”…연휴에 분주한 중앙응급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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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당일인 17일 오전 10시43분쯤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충북대병원에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로 긴박한 요청이 들어왔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경부고속도로 청주IC 인근에서 발생한 6중 추돌사고로 자매 2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는데 10대 여성 환자에 대한 치료가 어려워 전원할 병원을 찾아달란 요청이었다. 왼쪽 얼굴을 심하게 다친 환자는 안와골절과 안면부 열상, 다발적 골절로 인해 시력 저하 증상도 나타나 안과와 성형외과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얼굴 다친 10대 충북에서 경기로

중앙상황실 근무자들은 전원 가능한 병원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당직 상황의사는 충북대병원이 전원을 의뢰한 병원 3곳 중 2곳에 연락을 돌렸으나 거절당했다. 상황실에선 다른 병원에 추가로 연락을 돌리다가 시간을 지체하기보단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안과와 성형외과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경기 남부의 한 군병원에 연락을 했고, 수용이 가능하단 답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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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상황실 상황요원들이 종합상황판을 바라보고 있다. 중앙상황실에는 상황요원(응급구조사 또는 간호사) 3명과 상황의사 1명이 근무한다. 이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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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될 병원까진 직선거리 90㎞, 예상 소요시간은 165분이었다. 환자는 사고 신고가 접수되고 4시간30분 만인 오후 1시43분쯤 최종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중앙상황실에서 전원요청을 받은 상황요원은 “1분 1초가 급한 중환자들이어서 전원할 때마다 안타까운데 요즘 한 건을 해결하기까지 시간이 이전보다 오래 걸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환자에 대한 초기 응급조치가 이뤄졌고 전원 가능한 병원을 빠르게 찾았다는 데선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도 들었다고 한다. 충북대병원이 배후진료가 어렵단 이유로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면 ‘응급실 미수용’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였다. 안과와 성형외과 응급 수술 후 입원환자를 돌볼 수 있는 배후진료까지 가능한 병원은 거의 없다. 실제로 이날 서울의 상당수 상급종합병원은 응급실 종합상황판에 성형외과 또는 안과 ‘응급실 진료 불가능’ 메시지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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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119대원들이 병상에 누운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하고 있다. 이 환자는 병원 도착 후 응급실로 옮겨질 때까지 37분 대기했다. 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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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공백에 전원 완료까지 소요시간 늘어

이날 기자가 찾은 서울 중구의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는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응급의료 공백 여파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중증응급환자 전원을 위해 만들어진 ‘컨트롤타워’인 중앙상황실과 각 광역상황실에는 연휴 기간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전원요청이 들어왔다. 요청 건수는 15일 72건, 16일 76건, 17일 61건으로 직전주 일요일인 8일(38건)보다 크게 늘었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이전보다 전원 의뢰된 환자를 수용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시키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동네 병·의원이 문을 닫는 연휴 동안 서울의 주요 상급종합병원에는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 발걸음이 이어졌다.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도 한때 환자가 몰리면서 10시24분쯤 응급실 앞에 도착한 구급차가 40분간 대기한 후에야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응급실로 옮길 수 있었다.

친척 어른들과 놀던 3살 조카가 갑자기 목을 움직이지 못해 응급실을 찾았다는 박모(49)씨는 진료가 어려울 수 있단 우려에 응급실 앞에서 다른 병원에 계속 연락을 돌리기도 했다. 강북삼성병원에선 ‘병상이 없다’고 했고, 서울성모·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엔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응급실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박씨와 아이 아빠는 두 번째 순서로 접수됐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중앙상황실 종합상황판에는 ‘병상 과밀화’를 의미하는 빨간불(가용병상 50% 미만)이 켜진 곳은 없었다. 병상이 차지 않았다고 모든 응급환자에 대한 치료가 가능하단 뜻은 아니다. 일례로 부산의 한 상급종합병원은 뇌경색, 성인 대상 기관지·위장관 응급 내시경, 뇌출혈 수술 등 다수의 중증응급질환에 대해 진료와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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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중앙응급의료상황실 전면 모니터에 지역별 병상 현황이 떠 있다. 전남과 부산에 권역응급의료센터 가용병상이 50% 밑으로 떨어질 때 켜지는 ‘빨간불’이 표시되고 있다. 이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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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 당시보다 응급실 위기 심해”

응급의료현장에선 입원환자 격리 등으로 응급실이 마비됐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당시보다 응급실 상황이 심각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광역응급의료상황실 통한 전원 현황’ 자료를 보면 7월까지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통해서도 전원될 병원을 찾지 못한 사례는 475건이었다. 전체 전원요청 건수 5306건의 9.0% 수준이다. 지난해 4.2%(112건)보다 2배 이상 높다. 응급환자 전원을 담당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코로나19 때보다 응급환자 전원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응급의료현장에선 추석 당일을 연휴 기간 응급실 운영의 최대 고비로 봤는데, 연휴에도 자리를 지킨 의료진 헌신 덕에 중증응급환자 대부분이 무사히 전원 완료될 수 있었다. 차명일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은 “어려운 상황을 의료진과 소방 등 협조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차 실장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해 응급실 의료진, 소방, 상황실 요원들은 명절 휴일을 온전히 쉰 적이 없다”며 “응급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주취자 난동이나 법적 책임으로부터 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이정한·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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