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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尹 "반대한민국 세력" 발언, 배후는 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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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광복절 전후부터 한 달간, 정치권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친일 논란'이었다. 8월초 임명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사가 불씨가 됐다. 김 관장 임명을 옹호하는 취지에서, 또는 그로 인해 촉발된 '친일 프레임' 논란 속에서 정부·여권 관계자들로부터 "일본 제국주의 시절 조선인 국적은 일본", "1945년 광복을 인정할지 '노 코멘트'하겠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 등 유권자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발언이 줄줄이 나왔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모인 공법단체 광복회는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에 선명하게 각을 세웠다. 윤 대통령 죽마고우의 부친이라는 개인적 인연에도 불구하고, 이종찬 광복회장은 "용산 어느 곳에 일제 때 밀정과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 광복회장은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다.

이 회장은 특히 '뉴라이트'를 정조준했다. 그는 "뉴라이트들이 주장한 첫 번째가 1948년도에 나라를 세웠고 건국을 했고 그 이전에는 나라가 없었다는 얘기"라며 "뉴라이트라는 것은 현대판 밀정", "신판 친일족"(8.7 MBC 라디오 인터뷰)이라고 했다. 결국 뉴라이트, 친일 논란 속에 광복절 경축식에 국회의장, 야당 대표, 광복회장이 사상 최초로 불참하며 '반쪽 경축식'이 됐다.

'반쪽 광복절'과 김형석·김태효·김문수 등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논란성 발언 여파는 '한일관계 회복'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 대일정책 기조와 맞물려 '친일·뉴라이트 정권'이라는 야권의 비난 공세로 이어졌다.

물론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여권은 펄쩍 뛰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대국민 국정 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나는 솔직히 뉴라이트가 뭔지 잘 모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뉴라이트를 언급하는 분마다 서로 좀 정의가 다른 것 같다"며 "처음에 '진보적 우파'라는 식으로 들었는데 요새 그동안 제가 본 것과 다른 정의가 이뤄져서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한덕수 총리도 "미몽에서 깨어나라", "제발 색깔 칠하지 마시라", ""뉴레프트도 있나", "가치가 없는 (논쟁)", "이념이라고 포장하시는 분들의 문제"(9.2 예결위 종합정책질의)라고 하는 등 격하게 부인했다. 한 총리는 뉴라이트를 친일 성향으로 정의하는 데 대해서는 "엉터리 같은 데피니션(definition. 정의)"이라며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한오섭 전 정무수석, 장제원 전 의원 등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뉴라이트 이력을 지적하는 야당의 질의에 "그 분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가 그걸 뉴라이트인지 아니지를 왜 알아야 하나"라고까지 했다.

즉 1인자인 대통령은 "뭔지 잘 모르"고, 2인자인 국무총리는 "왜 알아야 하느냐"고 하는데, 정작 바로 그 뉴라이트적 역사 인식을 가진 이들이 국무위원 등 고위직에 줄줄이 임명되고 있는 기묘한 상황인 셈이다. 김형석 관장과 김문수 노동장관에 앞서 지난 6월 임명된 김영호 통일장관도 뉴라이트 활동 이력이 있다.

심지어 대통령 연설문에도 뉴라이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윤 대통령은 논란의 8.15 경축사에서 "자유 사회를 무너뜨리기 위한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를 경계하며 "사이비 지식인들은 가짜 뉴스를 상품으로 포장해 유통하며 기득권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중략) 이들이 바로 우리의 앞날을 가로막는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이라고 했다.

광복절 나흘 후 을지국무회의에서는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했다. 재작년 10월의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는 말, 지난해 6월 자유총연맹 창립기념식에서 나온 "반국가 세력들은 종전선언을 노래부르고 다녔다"는 말 이후 약 1년2개월 만에 나온 '반국가세력' 언급이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추석연휴 직전인 이달 10일 민주평통 행사에서 나온 대통령 연설이다.

"북한 정권은 아직도 무력에 의한 적화 통일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자유주의의 가치 체계와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가짜뉴스를 살포하며 거짓 선동을 일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 일각에는 이러한 선전 선동에 동조하는 반(反)대한민국 세력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력에 맞서 우리가 똘똘 뭉쳐야 되고, 하나된 자유의 힘으로 나라의 미래를 지켜내야 합니다."

"뉴라이트가 뭔지 잘 모른다"는 윤 대통령의 말이 진실이라면, 윤 대통령은 자신의 연설문에 '반대한민국 세력'이라는 표현을 집어넣거나 주변에서 이런 용어를 사용했던 참모들을 우선 의심해봐야 할 듯 하다. '반자유·반통일 세력'이라는 말이 평화적 통일에 대한 철학이라는 측면에서, '반국가세력'이란 말이 민주주의 원리의 측면에서 문제적인 표현이라면, '반대한민국 세력'이라는 표현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문맥, 즉 '레퍼런스'가 있는 용어다.

뉴라이트 운동이 가장 발호했던 때는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 시기다. 이때 '현대사상연구회'라는 단체는 <반대세의 비밀>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 책 발간을 주도한 이가 국가정보대학원 교수, 즉 현직 국정원 직원이었다(국가정보대학원은 국정원 내부 교육기관). 실제로 <반대세의 비밀>은 국정원 정신교육 교재로 쓰이기도 했다. 이 책은 국방부 장병 정신교육 교재로도 지정됐다. 책 제목인 '반대세'는 바로 '반 대한민국 세력'을 저자가 임의로 줄인 말이다.

<반대세의 비밀>을 국정원 직원 정신교육 교재로 썼던 당시 국정원장은 원세훈 원장이었고, 그는 올해 8.15 특사에 포함돼 사면됐다. 이 정부 들어 국정원장 물망에도 올랐던(작년 11월 김규현 원장 퇴임 당시) 김승연 국정원장 특보는 원세훈 원장 비서실장을 지냈던 이다. 그는 육사 38기로 김용현 국방장관(전 대통령 경호처장)과 동기이기도 하다. 김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다.

윤석열 정부 고위직, 특히 외교안보라인의 상당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활동했던 이력이 있고 이념적으로는 뉴라이트 계열에 속하거나 그와 가깝게 분류된다. 김영호 통일장관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통일비서관이었고, 김태효 1차장은 대외전략기획관(수석급)이었다.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냈던 김성한 전 실장은 MB정부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냈다.

이들 가운데 '중일마' 발언 당사자인 김태효 차장은 2007년 대선 당시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김 차장은 지난달 국회 운영위에서 이같은 이력을 인정하며 "구태의연한 우파 보수를 벗어나 신선하고 참신한 젊은 우파, 보수 지식인이 되자는 그 말을 듣고 이름을 쓰라고 그랬던 것"이라며 "이후에는 활동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영호 장관은 뉴라이트 학자 모임 '뉴라이트 싱크넷' 운영위원장이었고, 일제 식민통치를 "근대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근대 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되는 시기"로 묘사한 대안교과서 포럼에도 참여했다.

자신의 참모와 국무위원들의 이같은 이력에도 "뉴라이트가 뭔지 잘 모른다"면, 설마 윤 대통령은 속고 있는 걸까, 아니면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직책을 맡을 수 있는 역량 두 가지를 보고 인사를 한" 것뿐인데 우연히 이렇게 된 걸까. 대통령 연설문에 '반대세'를 집어넣은 이는 과연 누구일까.

프레시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미주지역 자문위원과의 통일대화에 입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 사회에는 북한의 선전선동에 동조하는 반(反)대한민국 세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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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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