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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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님은 ‘뉴라이트’를 아십니까?”(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레프트'도 있나요? 제발 색깔 칠하지 마세요.” (한덕수 국무총리)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총리와 신 의원이 주고받은 설전이다. 3일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혹시 뉴라이트인가요?" (서미화 민주당 의원) "뉴라이트 사관이 뭔가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같은 공방이 이어졌다.
①2004년 보수 위기에 등장, MB 전성기-朴 시들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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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대패한 뒤 급부상했다. 열린우리당에 단독 과반(152석)을 내주며 위기에 빠진 보수 정치권은 ‘반공’ 등 기존 우파와 차별화를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뉴라이트를 내세웠다. 특히 2007년 대선 때 뉴라이트전국연합, 시대정신,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뉴라이트 그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원하면서 영향력이 커졌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뉴라이트=친이계’라는 낙인 탓에 힘을 쓰지 못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뉴라이트는 시장적 보수 정부라는 점에서 이전 보수 정부와 구분된다”며 “이명박 정부는 시장적 보수라면 박근혜 정부는 안보적 보수로의 회귀”라고 말했다.
②윤석열 정부에서 재조명
여권 인사들은 친일 성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뉴라이트의 핵심은 보수 진영의 이데올로기를 반공에서 자유주의로 바꾸자는 것”이라며 “식민지근대화론은 본류가 아닌데, ‘뉴라이트=친일’로 매도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8월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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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윤석열 정부의 인사들은 식민지근대화론에는 거리를 둔 채, 이승만 전 대통령과 단독정부 수립을 재평가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영화 ‘건국 전쟁’을 관람한 것이 대표적이다.
③과도한 이념논쟁에 “현대판 예송논쟁, 학계에 맡겨야”
1946년 8월 15일 열린 광복 1주년 기념식에서 함께한 우남 이승만(왼쪽)과 백범 김구.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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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개로 뉴라이트 공방이 우리 사회를 퇴행적 이념전으로 끌고 간다는 우려가 크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학과 교수는 “건국 시점이나 임시정부에 대한 평가는 학계에서도 논쟁이 치열한 영역”이라며 “정치인들이 이를 정파적 이익을 위해 과도하게 끌어들이며 소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학과 교수는 “의견이 다르면 '뉴라이트'라고 낙인 찍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또 다른 ‘매카시즘’이 될 수 있다”며 “학계에서도 이승만 관련 논문 심사가 이유 없이 보류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논란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홍석률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 참여한 인사들이 ‘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처럼 별다른 활동이 없던 인사가 ‘건국절’ 발언 하나로 같은 부류로 묶이는 것은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죽은 왕의 정통성을 논하며 ‘상복을 3년 입을까, 6년 입을까’를 놓고 싸운 거랑 뭐가 다르냐”며 “AI, 기후변화, 의료대란 등 다뤄야 할 의제가 산더미인데, 정치권이 국민을 끝없는 과거의 늪으로 끌고 들어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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