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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소년중앙] 기차 테마 낭만 공간에 문화·체험·관광시설 더했다...지역 명소 된 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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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면 할머니댁이나 친척집에 가기 위해 자가용이나 버스를 타기도 하지만, 역에 가서 기차를 타기도 합니다. 어른들에게 물어보면 그런 경험이 시간이 흐른 뒤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고들 하시죠. 그런데 추억이 담긴 기차역이 어느 순간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더 이상 기차가 서지 않아 폐쇄된 기차역을 폐역이라고 합니다. 고속철도가 증가하며 일반 기차가 줄어들고 복선화 전철 사업이 시작되면서 점점 폐역이 생기게 되었는데요. 이전에는 사용했지만 지금은 운영을 안 하는 기차역과 철길들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며 명소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추석 연휴와 야외 활동하기 좋은 가을엔 우리 곁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온 폐역을 만나러 가보는 건 어떨까요. 1편 화랑대 철도공원의 변신기에 이어 지방의 폐역·폐철도의 화려한 변신을 담았습니다.



버려진 폐역·폐철도, 지역 사회 활력소로



지방에서도 폐역·폐철도를 관광자원이나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 지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관련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이유는 폐역·폐철도 활용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기 때문인데요. 폐역을 활용한 대표적인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바 있는 전남 곡성군 섬진강기차마을이죠. 옛 곡성역에서는 1999년까지 전남 익산~여수를 잇는 전라선 열차가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17번 국도와 나란히 달렸는데요. 전라선 복선화 사업에 따라 철로가 옮겨지며 역사 또한 곡성읍으로 신축·이전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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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역을 활용한 대표적인 관광지로 손꼽히는 ‘섬진강기차마을’의 증기기관차.


곡성군은 2000년 폐역이 된 옛 곡성역과 폐선이 된 옛 전라선 구간을 활용한 사업에 착수했는데, 처음엔 지역사회에서 여론이 좋지 않았다고 해요. 폐선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과는 곡성군 관광사업의 50% 이상을 섬진강기차마을이 차지할 정도로 대성공이었어요. 섬진강기차마을은 섬진강변을 달리는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 요술랜드, 동물농장, 생태학습관, 놀이시설 등의 즐길거리가 많은 테마파크입니다. 매년 5월이면 섬진강기차마을 내 위치한 7만5000㎡ 규모의 장미공원에서 곡성세계장미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도 25만 명 정도 유료 관광객이 올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몰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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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역을 활용한 대표적인 관광지로 손꼽히는 ‘섬진강기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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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곡성군청 관광과 기차마을운영팀 주무관은 섬진강기차마을에 오면 증기기관차 탑승을 꼭 해보라고 추천했어요. “이런 류의 기차를 운영하는 데가 국내에 몇 군데 없어요. 객실 내부도 옛 증기기관차 모습 그대로 꾸며져 어린 친구들은 증기기관차를 타며 예전엔 이런 기차를 운영했었다는 것을 새롭게 알 수 있고 중장년 세대는 아련한 향수를 느낄 수 있어 섬진강기차마을에 잘 왔구나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옛 곡성역 형태로 꾸며진 출입문을 지나면 증기기관차 승강장이 있죠. 증기기관차를 타면 가정역까지 10㎞ 구간을 왕복하는데,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섬진강의 물결처럼 시속 30㎞의 느린 속도로 천천히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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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태백에는 옛 통리역 철도 부지를 활용해 철도와 별이라는 주제로 오로라파크가 들어섰다. 백두대간 및 동해안 지역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눈꽃 전망대, 세계 5개국의 고원 역사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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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태백에는 옛 통리역 철도 부지를 활용해 철도와 별이라는 주제로 오로라파크가 들어섰어요. 윤호철 태백시시설관리공단 관광운영팀 차장은 “해발 680m 강원도 태백 통리역에서 250m 도계역까지 선로는 급경사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지그재그로 놓였죠. 일명 ‘스위치백’ 방식인데, 기차는 급회전이 불가능해서 완만하게 사선으로 내려갔다가 중간 역에서 다시 비슷한 경사로 후진한 다음 정주행하는 식으로 운행했죠”라고 설명했습니다. 2012년 태백 동백산역에서 도계역을 바로 연결하는 새 선로를 개통하며 이 철길은 사용하지 않게 되고, 통리역도 폐역이 되었습니다. 현재 오로라파크가 된 통리역사를 통과해 플랫폼으로 들어서면, 광산이나 탄광에서 광석, 석탄 따위를 철로를 따라 실어나르는 갱차를 관광상품으로 만들어놓은 게 눈에 띄죠. 시소처럼 생긴 손잡이를 양쪽에서 교대로 누르면 움직이면서 이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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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태백에는 옛 통리역 철도 부지를 활용해 철도와 별이라는 주제로 오로라파크가 들어섰다. 백두대간 및 동해안 지역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눈꽃 전망대, 세계 5개국의 고원 역사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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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49.2m로 태백 유일의 타워 전망대인 눈꽃 전망대에서는 백두대간 및 동해안 지역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요. 외부를 감싸는 구조물과 전망대 단면도 눈의 결정처럼 육각 모양을 하고 있죠. 옆에는 밤하늘을 비추는 오로라와 사계절 별자리를 감상하고 배울 수 있는 체험공간 별빛전시관이 자리합니다. 세계의 고원지대에 있는 대표적인 기차역을 둘러보고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가상공간도 있는데요. 별 관측 여행으로 유명한 일본의 노베야마역, 로키산맥으로 가는 톱니열차 정거장 미국 파이크스 피크역, 융프라우로 가는 스위스 클라이네 샤이테크역, 열대우림으로 가는 관광열차 호주 쿠란다역,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원지대를 달리는 칭짱열차가 다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역인 중국 탕구라역까지 다섯 군데 고원지대 역의 세트장이 꾸며졌죠. 윤 차장이 “시설물들은 무료 개방이라 부담 없으니 힐링한다는 마음으로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인근에 ‘통리탄탄파크’라고 폐갱도를 활용해서 미디어아트와 디지털콘텐트로 꾸며놓은 곳이 있어 같이 관람하면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될 거예요”라고 오로라파크를 즐기는 팁을 알려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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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김유정역은 작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간직한 관광지로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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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교에도 폐역의 변신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우선 경춘선이 지나는 김유정역 바로 옆에는 과거 무궁화호가 정차했던 옛 김유정역이 있어요. 1939년 신남역으로 영업을 시작해 2004년 김유정역으로 이름을 바꿨죠. 춘천에서 나고 자란 소설가 김유정의 이름에서 딴 것으로, 우리나라 기차역 중 최초로 사람 이름을 사용한 사례예요. 2010년 경춘선 전철 개통으로 새 역사가 문을 열면서 기존 역사는 폐역됐죠. 춘천시의 구철도 관광자원화 사업으로 옛 김유정역은 작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간직한 관광지로 개발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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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김유정역은 작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간직한 관광지로 개발됐다.


녹이 슨 옛 철길을 따라 조금만 걷다 보면 초록색 지붕의 옛 역사가 보입니다. 안에는 대합실과 역무실이 보존돼 있고, 기차가 오가던 그때 그 시절 시간표·요금표도 시간이 멈춘 채 그대로 있습니다. 라디오·카세트 테이프 등 추억의 아이템도 전시돼 옛 분위기를 살린 레트로 감성을 느껴볼 수 있죠. 옛 경춘선 위를 달리던 무궁화호 기차도 철로에 남아 있는데, 열차 내부는 북카페와 춘천관광안내소로 개조했습니다. 북카페에서는 누구나 앉아 책을 읽거나 쉴 수 있고, 역무원 옷이 비치돼 누구나 자유롭게 입고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어요. 서은희 춘천시청 관광개발과 주무관이 “이색적인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여행지로 많은 사람이 찾고 있습니다. 플랫폼에선 ‘나신남’ 역장 캐릭터 동상이 반겨줄 거예요. 재미난 문구를 담은 포토존도 있으니 역장 캐릭터와 함께 또는 다양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며 소중한 추억을 담을 수 있을 거예요”라고 소개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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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가평역 폐선부지에 조성된 ‘가평 음악역1939’에는 음악인들이 창작하고 공연할 수 있는 세계 수준의 공연장과 스튜디오, 연습동 등 음악 관련 건물과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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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역과 폐선부지가 완전히 새롭게 탄생한 경우도 있는데요. 1939년 개장했던 옛 가평역 폐선부지는 역사적·공간적 상징성을 결합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미래를 향한 음악중심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경춘선과 함께 낭만의 상징이었던 옛 가평역은 2010년 12월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서 문을 닫았죠.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텅 빈 플랫폼 위로 수풀만 무성했죠. 서울에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한 옛 가평역사는 교통의 요충지에 위치해 이곳을 활용하는 다양한 개발 방안이 나왔어요. 가평군은 가평군민 모두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끝에 강변가요제·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등 음악 도시로 유명해진 가평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은 가평 뮤직빌리지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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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가평역 폐선부지에 조성된 ‘가평 음악역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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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평역 폐선부지 3만7257㎡에 400억원을 들여 가평 음악역1939을 조성했죠. 1939는 경춘선 가평역이 처음 문을 연 해에서 따왔고, 음악과 예술을 테마로 다양한 공연·전시와 극장 및 시설 대관 등을 진행해요. 대형 콘트라베이스 조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곳은 음악인들이 창작하고 공연할 수 있는 세계 수준의 공연장과 스튜디오, 연습동, 레지던스 등 음악 관련 건물과 레스토랑, 로컬푸드 매장, 숙박시설 등 다양한 편의시설로 이뤄졌죠. 이충희 가평군청 문화체육과 주무관은 “지역 경제와 주민들의 문화적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었고, 음악역1939는 음악과 예술을 테마로 한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을 끌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음악과 함께 옛 경춘선을 따라 달리던 낭만 열차의 추억을 담은 공간도 만날 수 있어요. 야외 경춘선 시간여행 거리에는 과거 경춘선 운행을 책임졌던 무궁화호 폐기차가 보이죠. 과거 가평과 가평역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옛 모습을 담은 사진과 글귀, 추억의 ‘강변가요제’ 레코드판 등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꾸몄어요. 전문 음악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다고 하는데요. 이 주무관이 “최신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 다양한 악기를 직접 만져보고 연주해 볼 수 있는 체험 공간, 음악감상실에서는 LP음악, 아카이빙음원, 재즈페스티벌 공연 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공연이 열리니 방문 전에 공연 일정을 확인해서 라이브 음악의 생동감과 역사적인 공간의 독특한 분위기가 어우러지는 경험을 추천드립니다”라고 소개했죠. 이번 추석 명절이나 주말을 활용해 폐역의 변신을 직접 보러 가 봐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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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선의 재탄생, 레일바이크

방치되었던 폐선 부지는 공원·자전거길·테마터널·갤러리 등 다양하게 활용되는데요. 폐선 활용법 중 가장 성공한 사례를 들자면 레일바이크를 꼽을 수 있어요. 강원도 정선군에서 처음 시작한 레일바이크는 기존 철로 철거 비용이 들지 않고, 간단한 개량과 보수만 거치면 되기에 이후 다양한 지역에서 레저시설로 활용되고 있죠. 그중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발생한 폐철도부지를 테마파크로 개발한 강촌레일파크는 서울에서 가까워 많은 사람이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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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레일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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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레일파크 김유정레일바이크는 경춘선 전철 김유정역 바로 옆 탑승장을 출발해 옛 강촌역까지 전체 8.5km 코스로, 처음 6km 구간은 레일바이크로 나머지 2.5km 구간은 낭만열차를 타고 이동해요. 4개의 테마 터널을 지나가며 북한강과 경관을 감상할 수 있고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는 셔틀버스를 타고 탑승장으로 되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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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레일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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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레일바이크는 전자동 레일바이크로 남녀노소 편하게 이용 가능해요. 북한강 철교, 계절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는 느티나무 터널을 지나 영화 ‘편지’의 촬영지인 경강역에서 회차, 가평역으로 돌아오며 아름다운 자연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코스입니다. 경강 레일바이크는 경강역에서 출발해 북한강 철교에서 회차 후 다시 경강역으로 돌아오는 왕복 구간 코스로 운영돼요. 박지우 강촌레일파크 관계자는 “경강 레일바이크엔 반려견과 함께 이용 가능한 PET 바이크가 있어 반려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라며 “대자연을 만끽하며 흔히 보기 어려운 철길 터널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게 레일바이크의 매력”이라고 꼽아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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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강 레일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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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바이크가 인기를 얻다 보니 철도가 없던 지역에 철로를 깔면서까지 새로 만드는 경우도 생겼죠. 국내 최초 전 구간 도심 속을 달리는 전주한옥레일바이크, 옛 장항선 도고온천역 구간을 활용한 아산레일바이크, 20년 전 석탄을 실어 나르던 철로를 관광 자원으로 개발한 문경철로자전거 등 전국의 폐철도와 폐역 부근에는 대부분 레일바이크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번엔 폐철도를 활용한 레일바이크를 골라서 타 보는 건 어떨까요. 놀이기구처럼 신나게 레일바이크를 타고 옛 역사와 철도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답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곡성군·태백시·춘천시청·가평군청·강촌레일파크·각 지자체·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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