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9 (목)

남편 신장기증받자 뒤따라 기증한 아내…"대단한 것 아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황인원씨 "생명 나눠 새로운 삶을 선물할 수 있어 보람"

"생명을 나눠 새로운 삶을 선물할 수 있어 보람이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황인원(75)씨는 생존 시 신장 기증(살아있는 이가 신장 두 개 중 하나를 기증하는 것)을 했다. 연합뉴스는 15일 황인원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아시아경제

생존 시 신장기증인 황인원씨 [사진출처=황인원씨 제공/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황씨는 지난 9일 '장기기증의 날'을 맞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로부터 '신장 기증 30주년 기념패'를 받았다. 그는 "시신이 세상에서 그저 없어지는 것보다 조금이나마 남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택하고 싶었다"면서 시신기증과 장기기증에 관심을 가진 건 꽤 오래전이라고 전했다.

황씨는 경인교대 동기로 만난 고(故) 안희준 씨와 결혼했다. 그의 남편은 신우신염을 앓았고 그는 장기기증과 관련한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1991년 한 신문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를 통해 국내 최초로 생존 시 신장기증이 이뤄졌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는 곧장 본부 사무실을 찾아 장기기증을 등록했다. 당시 본부에 등록된 이는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신장병을 앓던 남편은 교사 연수를 받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황씨는 "그 시절이 가장 마음 아프고 슬펐던 때"라고 기억했다. 황씨는 AB형으로 O형인 남편에게 신장을 이식해줄 수 없었다. 남편과 같은 혈액형인 황씨 여동생이 나섰지만 조직 검사 결과가 맞지 않았다.

아시아경제

황인원(왼쪽)씨와 남편 고(故) 안희준 씨 부부 [사진출처=황인원씨/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장이식 대기자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리던 남편은 1993년 9월 기적적으로 수혜자를 만났다. 황씨는 "수혜자의 이름도 기억한다. 40대 초반 주부였던 이윤자씨였다"면서 "병원에서 한번 보고 통 얼굴을 보질 못했다. 참 좋은 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생면부지의 타인을 위해 기증에 나선 순수 기증인이었다. 그렇게 신장 이식만이 답이었던 남편이 새 삶을 선물 받자 황씨도 생명을 나눌 수 있는 수혜자를 적극 찾아 나섰다. 그리고 1994년 황씨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4년 넘게 혈액 투석을 받은 학생이었다.

황씨는 "수술하면서도 걱정하거나 두려움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아이들도 아빠가 신장을 기증받았다 보니 말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제가 근무하던 초등학교에 그 학생이 대학생이 돼 엄마랑 같이 인사를 왔다. 학생 엄마가 '덕분에 우리 아들이 이렇게 컸어요'라고 했는데, 기증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황씨의 남편은 신장암과 임파선암에 이어 혈액암까지 걸린 남편은 2년의 투병 끝에 2010년 8월, 6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남편의 생전 뜻에 따라 황씨는 남편의 시신을 상지대에 기증했다.

황씨는 남편을 떠올리며 "(남편은) 기부, 후원에 앞장서고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방학도 없이 보냈다"며 "존경스러운 사람"이라고 추억했다.

아시아경제

'신장기증 30주년 생명나눔 기념패'를 받는 황인원씨(왼쪽) [사진출처=황인원씨/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신장을 나눴던 황씨는 또 다른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초등 교사로 일했던 황씨는 3년 전부터는 인천 부평구에서 '다문화가정 자녀학습 도우미'로 파키스탄 등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국어, 수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또 그의 가족 역시 기증을 이어갈 예정이다. 2004년 세상을 떠나면서 시신을 기증한 시어머니에 이어 자녀와 중학생인 손자도 장기기증 등록을 마쳤다.

황씨는 "나중에 장기를 건강하게 기증하기 위해 매일 운동도 하고 있다"며 "신장이 좋지 않아 투석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힘들다. 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살 수 있도록 많이 기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