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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티머니 현장조사 나선 이유는…[세종팀의 정책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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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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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교통카드 결제 서비스 회사인 ‘티머니’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티머니가 자사에 이어 한국철도공사의 정산 업무를 담당하게 된 업체에 승객들의 통합환승할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게 공정거래법 위반인지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경기, 인천 등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분들은 매일 통합환승할인을 이용하고 있는데요. 승객들이 얼마나 통합환승할인을 이용했는지 등의 데이터를 티머니만 확인하고 정보를 받아야 하는 업체들에게는 제대로 제공해 주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정산 업무 업체 변경 후 시작된 데이터 미제공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가 시행되기 전 경기,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자신들이 이용하는 교통편을 제공하는 각각의 운송 업체에 요금을 지불했습니다. 만약 경기에 있는 집에서 나와 경기 시내버스, 지하철, 서울 시내버스를 이용해서 서울 회사까지 온다면 이들 세 개 업체에 각각 요금을 냈던 것입니다.

하지만 2007년 7월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가 시행되면서 승객들은 버스, 지하철 등을 갈아탈 때 자동으로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게 됐는데요. 수도권의 운송 업체들이 미리 정해진 분배규칙에 따라 사후적으로 운임을 배분해 나눠 갖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요금 할인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때 운송 업체들이 합의한 분배규칙은 ‘승객의 이동 거리에 비례해 나눠 갖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①개별 운송 업체들을 위한 정산 업무(첫 번째 정산 업무)와 ②분배규칙에 따라 승객들이 낸 요금을 운송 업체들에게 배분해 주기 위한 통합 정산 업무(두 번째 정산 업무)가 필요합니다. 교통카드 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정리, 분석한 뒤 카드사에 요금을 청구하고, 카드사가 요금을 보내주면 이것을 다시 각 운송 업체에 나눠주는 게 두 번째 정산 업무입니다.

올해 2월 전까지 서울 버스와 지하철에 대한 첫 번째 정산 업무는 티머니가, 경기와 인천 시내버스에 대한 첫 번째 정산 업무는 이동의즐거움이 맡아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2월 입찰을 통해 지하철에 대한 첫 번째 정산 업무 담당 업체가 티머니에서 이동의즐거움으로 바뀌었습니다.

한국철도공사는 정산 업무 담당 업체를 바꾼 이유에 대해 ‘수수료’라고 설명했습니다. 티머니는 ‘수집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요금의 0.7%를 한국철도공사에 지급하고 있습니다. 한국철도공사는 티머니가 카드사로부터 받는 카드 대금 정산 수수료는 계속 올리고 있는 만큼 수집 수수료도 올려달라고 요구했는데요. 티머니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한국철도공사는 정산 업무 담당 업체를 바꾸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입찰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티머니는 두 차례 모두 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철도공사는 정산 업무 담당 업체 변경으로 연간 약 90억 원의 수입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동의즐거움과의 새로운 계약 기간이 5년이기 때문에 총 추가 수입은 450억 원이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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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다음에 벌어졌습니다. 정산 업무 담당 업체를 바꾼 뒤 두 번째 정산 업무와 관련된 데이터를 전혀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 정산 업무 담당 업체는 여전히 티머니가 담당하고 있는데요. 티머니는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를 이용한 승객 데이터를 살펴보고 정해진 분배 규칙을 적용해 각 업체가 받아야 할 운임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티머니는 자신들이 수집한 승객들의 통합환승할인 정보를 주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철도공사로선 운임을 배분받고 있지만 어떠한 기준에 따라 운임이 배분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승객들이 지하철을 이용한 만큼 정확히 배분받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이죠. 이동의즐거움 역시 첫 번째 정산 업무 담당 업체로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 티머니 “우리가 만든 것”

현재 티머니가 맡고 있는 통합 정산 업무는 티머니만 볼 수 있습니다. 통합 정산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시스템은 자신들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 시행을 앞두고 구성된 기술협의체(서울시, 경기도, 서울 및 경기 지역 운행 각 버스 업체, 정산 사업자)는 2007년 3월 회의에서 통합 정산 업무를 담당할 사업자로 티머니를 지정했습니다. 기술협의체는 당시 티머니에 2012년 6월까지 통합 정산 업무를 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2012년 6월이 지났는데도 티머니는 후속 조치가 없는데도 지금까지 통합 정산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통합 정산 업무에 관한 법규는 물론이고 이를 관리, 감독할 법적인 장치는 없다고 합니다.

통합 정산 업무를 수행할 사업자를 다시 선정하기 위해선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티머니의 주요 주주는 서울시(36.16%)와 LG CNS(32.91%)입니다. 서울시의 협조가 없는 한 통합 정산 업무를 담당하는 사업자를 교체할 수 없습니다.

티머니의 데이터 미제공이 공정거래법 위반인지 여부뿐만 아니라 이참에 원래 5년만 통합 정산 업무를 담당하기로 했던 티머니가 별다른 조치도 없이 17년째 해당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건 문제가 없는지도 함께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철도공사를 비롯한 경기, 인천 시내버스 업체들은 티머니에 데이터를 전송하지 않으면 승객들이 할인을 받을 수 없어 혼란이 큰 만큼 일단 티머니에 협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버스회사 대표는 “서울시 시내버스회사들은 준공영제로 운영돼 수익을 버스 대수로 나눠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는 민영회사들이기 때문에 시내버스나 마을버스 업체들의 불만이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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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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