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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무거운데다 가격도 30%올라…영국 "근위병 털모자, 인조로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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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구매 예산 17억5000만원 달해

국방부 "요건 충족 제품 있으면 대체할 것"

영국 왕실 근위병의 상징인 검은 털모자 가격이 1년 새 30% 뛰어오르는 등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 10년간 털모자 교체에 쓰인 예산은 약 100만 파운드(17억5000만원)에 달하자 일부 동물보호단체는 "야생동물 도살로 얻은 모자에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말고 인조 모피로 바꿔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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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킨(Bearskin·곰 모피)'으로 불리는 근위병 털모자는 왕실 근위대의 상징으로, 1815년 워털루 전투 이후 영국 근위대 승리의 상징이 돼 현재까지 국왕 공식 생일행사나 국빈 방문과 같은 예식뿐 아니라 버킹엄궁 앞에서 늘 볼 수 있다. [사진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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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동물보호단체의 정보공개 청구로 국방부가 공개한 자료를 인용해 근위병 털모자 가격은 납품 계약 변경에 따라 2022년 개당 1560 파운드(약 273만원)에서 지난해 2040 파운드(357만원)로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새로 구입된 털모자는 2022년 13개, 지난해 24개였다.

'베어 스킨(Bearskin·곰 모피)'으로 불리는 근위병 털모자는 왕실 근위대의 상징으로, 1815년 워털루 전투 이후 영국 근위대 승리의 상징이 돼 현재까지 국왕 공식 생일행사나 국빈 방문과 같은 예식뿐 아니라 버킹엄궁 앞에서 늘 볼 수 있다. 이름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듯 캐나다 흑곰 모피로 제작된다. 흑곰 모피로 제작되는 근위병 털모자에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흑곰 사냥 방식이 잔인하고 모자 한 개 제작에 곰 한 마리가 필요하다"며, "야생동물 도살로 얻은 모자에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말고 인조 모피로 바꿔라”라고 촉구했다.

베어 스킨과 관련해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요건을 충족한다면 인조 모피 대안을 모색하는 데 열려 있다"면서도 "이제까지 안전과 내구성 등 기준을 모두 통과한 대체품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간 곰 모피는 캐나다 당국의 규제 아래 적법한 사냥으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동물보호단체 등에 반박해 왔다. 근위병들이 모자를 착용하는 동안 모자가 젖지 말아야 하는데, 수분 흡수와 형태 유지 등 품질에서 곰 모피와 인조 모피와 차이가 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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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베어스킨으로 인해 영국 근위병들이 예식 중 쓰러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지난 6월 말 나루히토 일왕 부부의 영국 국빈 방문 행사 리허설에서 근위병이 더위에 기절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진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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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베어 스킨으로 인해 영국 근위병들이 예식 중 쓰러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지난 6월 말 나루히토 일왕 부부의 영국 국빈 방문 행사 리허설에서 근위병이 더위에 기절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런던의 한낮 기온은 섭씨 30도를 웃도는 등 무더위 속에서 리허설이 진행됐다. 쓰러진 근위병은 무더위에 기절했다가 주변 병사들의 부축을 받고서야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지난해 6월에는 찰스 3세 국왕의 생일 축하 행사 리허설 도중 근위병들이 잇따라 기절하는 일이 발생했다.

근위병들은 모직 군복과 곰 모피로 만든 모자를 쓴 채 더위에 시달리다가 결국 최소 3명이 쓰러졌다. 실신해 들것에 실려 나간 근위병도 있었다. 실신 사고가 반복되자 근위병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외의 한 누리꾼은 "3파운드(1.3㎏) 정도 되는 모자는 흑곰 털과 가죽으로 만들어져 무겁고, 또 열을 가둔다. 나머지 옷도 매우 무겁다"며 "옷의 무게와 온종일 가만히 서 있는 자세,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의 무더위를 결합하면 실신을 위한 완벽한 레시피가 탄생한다"고 지적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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