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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사설]美 대선 토론 직후 미사일 쏜 北… ‘10월의 깜짝 도발’ 시동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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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남한을 타격권으로 한 600㎜ 초대형 방사포 위력시위사격을 현지지도 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1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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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오전 평양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여러 발을 쏴 동해상으로 360여 km 날려 보냈다. 발사 방향을 남쪽으로 돌릴 경우 서울 대전 등 대도시와 주요 군사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7월 1일 4.5t급 초대형 탄두를 장착했다고 주장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73일 만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것은 심상치 않다. 지난달 한미가 대규모 연합훈련을 진행했는데도 미사일 도발로 맞대응하지 않던 북한이다. 7월 말 발생한 수해를 복구하느라 여력이 없다는 관측이었는데, 최근 오물 풍선을 잇달아 띄우는가 하면 어제 미사일 발사까지 다시 복합 도발에 나선 모양새다. 러시아와 중국이 동해와 오호츠크해에서 연합훈련을 시작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이지만 북한의 노림수는 더 멀리 있는 듯하다.

이번 미사일 도발은 11·5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열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TV 토론 다음 날 이뤄졌다. 그제 TV 토론에서 북한과 김정은이 잠깐 언급됐지만 다른 이슈들에 가려 부각되진 않았다. 그만큼 북핵 문제는 미국 대외정책에서도 뒷전에 밀린 관심 밖 이슈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지만 북한이 과거 때마다 그랬듯이 무력시위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며 몸값을 올릴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다.

그간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철저히 거부하며 신냉전 기류에 재빨리 올라탔다. 중국·러시아에 바짝 밀착하며 두 나라의 비호를 받았지만 정작 북한이 원하는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얻으려면 미국과의 협상이 불가피하다. 김정은이 지난달 초 새삼 ‘대화’라는 단어를 3년여 만에 처음 사용한 것도 새로 들어설 미국 행정부와의 대화를 염두에 뒀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엔 현재의 초박빙 경쟁에선 북한 변수가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진작부터 북한-러시아 합작에 의한 ‘옥토버 서프라이즈’, 즉 10월의 깜짝 도발 가능성을 경계해 왔다. 최근에도 한미 당국은 확장억제 고위급 회의에서 “대선 전후 중대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7차 핵실험 같은 대형 도발이 미 대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지만 그와 별개로 예상되는 도발 시나리오별로 대응계획을 마련해 철저히 대비하는 것은 한미 동맹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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