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안전이 생명이다 ③] 안타까운 스쿨존 사고
어린이 교통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사진은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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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년을 맞이하는 3월보다 2학기기 시작되는 9월에 어린이(12세 이하) 교통사고가 40% 넘게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난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의 60% 가까이는 저학년이었다.
12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이 최근 3년간(2021~2023년)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3월에 일어난 사고는 모두 1787건으로 3명이 목숨을 잃고, 2210명이 다쳤다.
반면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하는 8월과 9월에 일어난 사고는 각각 2398건과 2533건으로 3월에 비해 34.2%와 41.7%씩 늘어났다. 사망자는 8월에 4명, 9월 2명이었으며 부상자는 각각 3074명과 3134명이었다.
또 어린이 교통사고는 등교 때보다는 학교 수업이 끝나는 하교 시간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생들이 대부분 학교를 마치는 시간인 오후 2~6시 사이에 일어난 사고가 전체(2만 6805건)의 42.5%였다. 스쿨존에선 이 수치가 54.2%까지 치솟았다.
김주원 기자 |
스쿨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를 더 살펴보면 피해자는 저학년(1~3학년)이 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의 59.8%로 스쿨존 교통사고 피해자(사상자) 10명 중 6명은 저학년인 셈이다. 세부적으로는 2학년(21.6%), 3학년(21.0%), 1학년(17.2%) 순으로 사상자(사망+부상)가 많았다.
사고의 74%가 길 건너다 발생
사고 발생 당시 상황별로 따져보면 '횡단 중'이 전체의 74.2%나 됐다. 스쿨존 내 어린 교통사고 10건 중 7건은 길을 건너려다 일어났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횡단보도 내 통행이 72.8%였고, 나머지 27.2%는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발생했다.
보행신호를 지키지 않고 횡단을 시도하거나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차량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건너려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횡단보도가 아닌 곳을 통한 무단횡단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교통안전 도우미가 서울 광진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어린이 등굣길 교통안전 캠페인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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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차량을 마주 보거나 등지고 차도 통행(5.7%) ▶보도 통행(4.1%) ▶길 가장자리 구역 통행(2.9%) 등이 뒤를 이었다. 요일별로는 금요일이 21%로 사고가 최다였다.
스쿨존 내 교통사고 사상자를 가해 차종별로 나눠보면 승용차가 70.5%로 가장 많았고, 오토바이(12.8%)·화물차(7.9%)·승합차(4.3%) 순으로 뒤를 이었다. 가해 차량의 법규 위반은 ▶안전운전의무 불이행(37.9%) ▶보행자보호의무 위반(30.1%) ▶신호위반(19.0%) 등의 순이었다.
공단의 남상목 교통안전처 과장은 "스쿨존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어린이에 대한 안전교육 강화도 필수이지만 어른들, 특히 운전자가 더 조심해야 한다”며 “학교 주변 불법 주정차를 삼가고, 차량 속도도 줄여 돌발상황에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불법 주정차는 운전자는 물론 어린이의 시야도 가리기 때문에 사고 위험을 더 높이게 된다. 이 때문에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에 대한 집중 단속과 함께 무인단속 카메라 설치 등을 통한 상시단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에 대한 단속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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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불법 주정차 단속 강화해야
남 과장은 또 “저학년생 위주로 통학지도사가 안전한 등하교를 지도하는 '워킹스쿨버스'라는 제도가 있지만, 해당 부처의 예산 부족 탓에 연중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예산 확충과 통학지도사의 전문성 향상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공단에서는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자체와 경찰, 학교 등과 합동으로 통학로 교통안전점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운전자의 시야가 제한되는 걸 줄이기 위해 사각지대에 반사경을 설치하고, 차로 폭을 줄여 과속 및 불법 주정차를 예방하는 사업 등이다.
공단은 또 도로교통공단·SK가스 등과 손잡고 2021년부터 주요 아파트 단지에 어린이 통학버스 정류장 설치 사업도 벌이고 있다. 단지 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통학버스 승하차 지점을 한 곳으로 모으고, 각종 안전표지와 시설 등을 설치하는 것으로 모두 33개소가 운영 중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흩어진 정류장들을 한 곳으로 모은 통학버스 안심정류장. 사진 한국교통안전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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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관계자는 "새로 통합정류장을 설치한 후에 시인성이 충분히 확보되고 차와 사람 간 간섭도 줄어들어 안전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어린이 통학버스의 음주운전 사고율이 일반 버스보다 13배 가까이 높은 것을 고려해 공단에선 지난 7월 어린이 통학버스에 음주운전 방지장치 100대를 무상으로 보급하기도 했다.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차량에 부착돼 시동 전에 음주 여부를 측정한 뒤 일정 기준 이상으로 검출되면 차량 시동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권용복 공단 이사장은 "최근 3년간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줄었지만, 사고 건수는 답보 상태"라며 "소중한 미래자산인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학교, 가정에서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중앙일보 공동기획]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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