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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4조3천억' 삼성 반도체 핵심기술 中유출…전 임직원 구속송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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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방정부 합작 회사에 국내 전문인력 대거 끌어다 1년여만에 시범제품 생산

고액 연봉 등으로 유인…이직 임직원 30여명도 입건해 추가 기술유출 여부 수사

연합뉴스

브리핑하는 조광현 안보수사지원과장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조광현 안보수사지원과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 관련 피의자 구속 송치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9.10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삼성전자가 수조원을 투입해 독자개발한 핵심 공정기술을 빼돌려 중국에서 반도체 제조업체를 세운 전직 임원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삼성전자가 거액을 들여 공들여 개발한 반도체 핵심기술을 통째로 가져다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한 회사에서 1년여만에 시범 제품 생산까지 성공한 것이다. 경찰은 "경제안보의 근간을 뒤흔든 사안"이라면서 추가적 기술 유출이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삼성전자 상무이사 출신인 최모(66) 씨와 삼성전자 전직 D램 메모리 수석연구원 오모(60)씨를 구속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최씨와 오씨는 현재 중국 청두가오전(CHJS)에서 각각 대표와 공정설계실장직을 맡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2020년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으로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오씨 등 국내 반도체 전문인력을 대거 영입,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핵심기술을 유출·부정사용한 혐의(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업무상 배임)를 받는다.

기술 유출·무단사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오씨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최씨 등이 빼돌린 기술은 삼성전자가 독자개발한 18나노급·20나노급 D램 반도체 제조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이들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각각 2조3천억원, 2조원을 들였다. 20나노급 D램 개발에만 2천명 이상 인력을 투입했다.

나노 숫자가 작아질수록 성능이 높아지는데 20나노급 D램의 경우 첨단 반도체 기술에 있어 일종의 분기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첨단 반도체의 교과서'로 불린다. 삼성전자는 현재도 해당 제품으로 매년 2조4천억원 상당의 매출을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 등은 이들 기술 관련 반도체공정 종합절차서(PRS), 최종 목표규격(MTS) 등 반도체 생산을 위해 거치는 모든 단계의 공정을 아우르는 자료를 가져가 청도가오전 반도체 D램 연구 및 제조공장 준공 1년 3개월만인 2022년 4월 '시범 웨이퍼' 생산에 성공했다.

시범 웨이퍼는 적용한 기술이 실제 반도체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기초 개발제품이다. 통상적으로 반도체 제조회사가 D램 반도체 관련 시범 웨이퍼를 생산하는데는 최소 4∼5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대폭 단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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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CHJS) R&D 시설
[청두가오전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삼성전자 상무,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내며 반도체 분야 전문가였던 최씨는 2020년 9월 중국 지방정부로부터 자본금의 60%에 해당하는 4천600억원을 받아 청두가오전을 설립했다.

최씨는 청두가오전 설립 추진단계에서부터 오씨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핵심인력과 접촉하며 기술인력 상당수를 지속적으로 영입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청두가오전 측은 국내 기술인력에 이직 시 최소 2∼3배 연봉을 높여주고 현지 체재비, 자녀 교육비 등을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두가오전으로 이직한 이들은 2∼3년 재직 후 장기휴직처리 등으로 사실상 해고 됐으며 이직 당시 약속받은 혜택 또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2018년에도 해외 반도체 업체의 투자를 받아 중국 시안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제한 공장을 설립하려다 실패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현재 수원지법에서 재판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2월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유출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월 오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으나 보완 수사를 통해 이달 최씨와 오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삼성전자 등 국내업체에서 청두가오전으로 이직한 다른 임직원 30여명도 입건해 추가적 기술 유출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전문 수사요원을 투입해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범에 대한 첩보 수집과 단속 활동을 강도 높게 이어 나갈 계획이다.

조광현 서울경찰청 안보수사지원과장은 "이번 사건은 통상 국내 엔지니어 1∼2명이 중국으로 이직하는 수준의 기술유출 사안과 다르다"며 "국내 반도체 업체 임원 출신이 직접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해 국내 기술로 반도체 생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등 경제안보의 근간을 뒤흔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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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삼성 독자개발 반도체 기술 중국 유출 사건 개요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삼성전자가 수조원을 투입해 독자개발한 핵심 공정기술을 빼돌려 중국에서 반도체 제조업체를 세운 전직 임원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CHJS) 대표 최모(66)씨와 공정설계실장 오모(60)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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