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협회 후원업체로부터 페이백을 받아 임의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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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배드민턴협회의 선수 관리 및 육성 시스템, 스폰서십 운용 등의 실태에 크고 작은 문제점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고 개선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1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중간 브리핑을 열고 지난달 12일부터 진행한 배드민턴협회 조사위위원회의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협회 후원계약 방식의 적절성 ^국가대표 선수 선발 방식의 공정성 ^비국가대표선수 국제대회 출전 제한 ^선수 연봉과 계약기간 ^국가대표 선수의 임무와 결격사유 등 크게 5가지 분야로 나눠 각각의 현황과 문제점, 바람직한 개선 방안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배드민턴협회 후원계약 방식과 관련해서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유니폼과 라켓, 신발 등 모든 용품을 후원사 제품만 일괄 사용하도록 한 현행 규정의 문제점을 짚었다. 발표자로 나선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국내 올림픽·아시안게임 종목을 통틀어 배드민턴과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는 종목은 복싱 뿐”이라면서 “배드민턴에서 라켓과 신발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선수의 결정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왼쪽)이 1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배드민턴협회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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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이 후원업체에 연간 1억5000만원 안팎의 물품을 별도로 요구해 임의로 활용한 정황에 대해서도 철저 조사를 약속했다. 문체부는 “배드민턴협회와 후원업체에 관련 자료를 요구해 일일이 대조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해당 물품이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활용됐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 국장은 “김택규 회장이 후원업체에 이른바 ‘페이백(payback)’을 요구하고, 이를 정해진 기준 없이 사용한 사실만으로도 보조금관리법 위반이자 협회 기부·후원물품 관리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이에 대해 횡령·배임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들에게 국제대회 출전 자격을 제한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문체부는 시정 의견을 냈다. 앞서 안세영은 파리올림픽에서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직후 “부상 이후 상황에 대해 배드민턴협회의 관리가 미흡했다”면서 “국제대회 출전을 강요하는 시스템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체부는 “현행 규정상 국가대표가 아닌 배드민턴 선수는 대표 활동 기간 5년을 충족하고 일정 연령(남자 28세·여자 27세) 이상인 경우에만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다”면서 “배드민턴과 마찬가지로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다른 종목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 국장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가대표 1진의 경우 대체로 ‘국제대회 출전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반면, 2진과 그 아래 등급 선수들은 ‘더 많은 대회에 출전하고 싶은데 기회 자체가 막혀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면서 “출전 기회 분배 방식을 합리적으로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 행동 규정과 관련해서는 ‘선수촌 내·외 생활과 훈련 중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조항을 지적했다. 문체부는 “故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 체육계에서 공식적으로 폐지됐는데도 잔존하는 규정인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협회 측에 즉각 폐지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달 말로 배드민턴협회와 축구협회 감사를 마무리한 뒤 다음달 중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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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복식 국가대표를 경기력 70%-평가점수 30%를 합쳐 선발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추첨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는 순기능은 인정된다”면서도 “객관적 실력과 무관하게 선발되는 역기능이 있다는 점에서 대안 마련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실업팀 소속 선수들의 신인 계약금과 연봉을 제한하고 계약기간은 장기간으로 묶어두는 제도에 대해서도 “선수 연봉을 하향 평준화하고 실업팀 이익에 부합하는 불합리한 제도로 판단해 신속한 개선안 마련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그밖에도 협회 행정의 난맥상을 여러 가지로 짚었다. 2022~24년 후원사와 수의계약 형태로 총 26억원 상당의 용품을 구매한 점, 협회 감사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회계법인에 장부 작성 및 세무 조정 명목으로 1600만원을 지급한 점, 보수를 받을 수 없는 협회 임원들이 후원사 유치에 기여한 공로로 인센티브를 받은 점, 스포츠공정위원회를 불공정하게 운영한 점 등도 즉각적인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지목했다.
문체부는 이달 말로 배드민턴협회 관련 감사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현재 함께 진행 중인 축구협회 감사와 묶어 개선사항을 추후 체육계 전반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정우 국장은 “대표적인 프로스포츠 종목인 축구와 아마추어 저변이 넓은 배드민턴의 사례를 통해 국내 스포츠 종목단체 운영의 전반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추려내는 중”이라면서 “다음 달 중 가칭 ‘스포츠 뉴빌딩 플랜’으로 이름 붙인 종합 대책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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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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