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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 “최악의 물재난...新유목사회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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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 아쿠아’ 출간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매일경제

신간 ‘플래닛 아쿠아’를 출간한 제러미 리프킨. ‘플래닛 아쿠아’는 전 세계 8개국에 동시 출간됐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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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노후 댐 印·中에 2만개
극한 홍수에 물난리 가속화
“6천년간 쌓은 수자원 시스템
현대에 들어 ‘종말’ 고한 것…
인류, 물의 질서 재설정해야”
기후 여권·팝업 도시 전망도
영화 ‘매드맥스’엔 시타델이란 성소(聖所)가 나온다. 일종의 폭포를 낀 바위도시인데, 이곳에서 ‘아쿠아 콜라’라고 불리는 생명수가 쏟아진다.

메마르고 갈라진 땅, 물은 생존 조건이다. 수자원은 농사를, 농사는 식량을, 식량은 생존을 가능케 하므로 ‘물의 점유’는 곧 권력의 행사로 이어짐을 영화는 묘사한다. 물 접근권이 차단되면 목마르고 굶주린 자들은 고통 받는다.

영화 속 헐벗은 자들의 모습은 오래전부터 우리 시대 풍경이다. ‘물이 사방에 있어도 마실 물 한 방울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같은 하늘 아래 수억 명이다.

세계적인 사상가 제러미 리프킨은 ‘물과 인간의 관계와 전망’에 관해 “야생의 물을 가두며 문명을 창조했던 6000년의 인류사 유토피아는 우리 시대에 붕괴됐다”고 단언한다.

명저 ‘엔트로피’ ‘소유의 종말’ ‘회복력 시대’로 인류의 내일을 예견했던 그가 신간 ‘플래닛 아쿠아’를 출간했다. 8개국에서 동시 출간된 책이다. 싱거운 답안지를 손쉽게 탁자에 올리는 기후변화 경고 서적과 차원이 다르다. 이 책은 박살난 수력 문명을 인류가 인정하고 새 질서를 고민하라고 주장한다.

제러미 리프킨을 지난 9일 밤 화상으로 3시간 동안 만났다.

“물은 관대하지 않다. 물을 길들일 수 있다던 인간의 믿음은 오만한 착각이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수자원 인프라는 오늘에 이르러 대가를 치르고 있다.”

‘플래닛 아쿠아’의 골자는 이렇다. 유프라테스, 티그리스, 나일, 인더스, 황허 등의 장강, 그리고 로마제국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물을 길들여 문명의 길을 냈다. 수력 문명의 눈부신 번영의 결과, 인간은 ‘생경한 자연을 우리 손으로 길들였다’고 굳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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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플래닛 아쿠아’를 출간한 제러미 리프킨. ‘플래닛 아쿠아’는 전 세계 8개국에 동시 출간됐다. [민음사]


그런데 우리 세상은 왜 이렇게 물난리로 가득한가. 리프킨에 따르면 인류가 6000년간 건설한 수자원 인프라는 무너지는 중이다. 지난 14년간 2100만명이 기상 이변으로 이주를 택했고, 25년 뒤인 2050년엔 무려 47억명이 물부족 위험에 노출돼 있어서다.

지구 반대편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선 ‘데이 제로(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 날)’이 실제로 거론중이다. 튀르키예와 이란의 강물은 최근 40%나 감소했다. 중국과 인도엔 75년 이상된 노후 댐이 2만8000개다. 담수(湛水)라고 낙관했던 인류의 희망이 끝장난 것이다.

“원자력발전소의 15%, 수력발전소의 11%, 화력발전소의 33%가 ‘물 스트레스’가 높은 지역에 위치했으므로 분쟁과 재난은 더 빈번해질 것이다. 오직 인류 한 종(種)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던 욕망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리프킨이 예상한 수력 문명 붕괴 이후의 구체적 시나리오의 키워드는 ‘기후 여권 보편화, 군사 목적 재설정, 팝업 도시 출현, 수직 농법 가속화’ 등이다.

그에 따르면, 적도에 인접한 중동, 북아프리카, 중남미를 기준으로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고작 25년 뒤인 2050년엔 기후 난민이 12억명이 된다. 지구 기온 1도 상승시 실향민이 ‘10억명’이란 얘기는 당장의 현실이다.

“과거엔 전쟁과 핍박을 피해서, 현대엔 일자리를 구하려 이주했지만 앞으로는 기후변화가 인류의 거주 장소를 결정한다. 이에 따른 임시도시 구축과 임시 거주지는 보편화될 것이다. 이는 ‘현대 국가’라는 개념의 둑에도 큰 구멍을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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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 신작 ‘플래닛 아쿠아’


상황이 심각해지다 보니, 독일은 ‘기후 난민’을 법률로 조력하는 내용의 보고서도 검토 중이다.

2021년 발간된 이 보고서엔 끔찍한 환경을 등지고 온화한 도시를 찾아 길을 나선 기후 난민의 발걸음이 세세하다. 독일은 ‘기후 여권’을 제안한다. 인접국과 유엔 측이 ‘오히려 기후 이민을 조장할 것’이란 이유로 반대해 표류 중이지만 리프킨은 “기후 여권 등장은 예견된 일”이라고 단정한다.

“메마른 중동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백만 명의 기후 난민이 이미 유럽에 가고자 허접한 배에 올라타고 있다. ‘기후 이민’은 지난 6000년 동안 그랬던 것보다 향후 50년간 더 많을 것이다.”

기후변화는 군사 유지의 목적까지 바꿔내리라고 책은 예견한다. 군대는 지정학적 안보의 목적이 아니라 ‘자연재해의 최초 대응자’로 기능하리란 것.

상대 나라와 쟁투하는 대신, 생태 복구가 군사의 중대한 목적으로 변화한다는 얘기다.

“군인의 주민구조, 물과 식량 확보, 복구 서비스는 이미 시행중이며 앞으로 더 확대된다. 무력의 사용과 전쟁의 수행이 아닌 ‘생물권 회복’이 군사의 중대한 목적으로 전환된다.”

속출하는 이주 때문에 ‘팝업 도시’가 일상화되면 건축 양식의 변화도 점쳐진다.

한 공간에서의 반영구적인 건축물 대신, 적층형 건축이 우선시된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점토만 재료로 200시간 만에 건물을 쌓아올리는 3D 건축 프린팅 기술은 상용화됐다고 리프킨은 소개한다.

“이탈리아 건축가 마리오 쿠치넬라가 2021년 제안한 기술로,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으면 어디로든 제로에 가까운 비용으로 전송과 사용이 가능한 기술이기도 하다. 건물의 구매자와 판매자가 아닌, 공급자와 사용자 네트워크로 바뀔 것이다.”

해체와 재활용이 가능한 인프라 구축도 긴요해진다. 이동시 중요한 건 식량으로, 리프킨은 “즉시 이동이 가능한 수직형 실내 농업”의 성행을 예견했다. 육류 기반의 식문화는 유목에 부적합하므로 수직농업은 식물성 육류를 포함하는 사회로도 바뀔 것이라고 그는 봤다.

리프킨은 현생 인류가 겪는 ‘물난리’를 ‘성서 이후의 두 번째 대홍수’로 본다. 야훼는 대홍수를 내려 인간을 심판했는데, 현재 지구 곳곳에서의 홍수와 가뭄은 인간이 지구의 진짜 주인인 물의 주권을 무시한 결과라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그는 책에서 ‘임마누엘 칸트의 길’과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길’을 양분해 독자에게 제안한다. 칸트는 객관적 이성으로 야성을 무력화하는 법을 이야기했다. 칸트적 사고는 자연의 과잉을 진압하고 포획하고 길들이는 이성적 사고로 나아갔다. 그게 우리의 ‘현대(現代)’다.

반면, 쇼펜하우어는 각 개체가 자연의 일부인 ‘통일적 주체’로서 사유하는 법을 설파했다.

“지구가 땅의 행성이 아니라 물의 행성임을 인식하고 우리는 세계를 재정의해야 한다. 우리는 어느 길을 갈 것인가? ‘플래닛 아쿠아’는 그 질문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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