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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이토 마사히로 파워X 대표 “세계 최초의 전기운반선 ‘배터리 탱커’를 개발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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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슈퍼스타트 인큐베이터’, LG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한 스타트업 피칭
이토 마사히로 파워X(PowerX) 대표, 신재생에너지 분야 혁신 주도하는 기업 일군 창업 스토리
일본 F&B 대기업 3세지만… 승계 포기하고 17세 스타트업 창업으로 시작, 파워X로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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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슈퍼스타트 데이’는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되는 3주간의 혁신 축제 ‘LG SPARK’ 중, LG와 스타트업 생태계가 함께 하는 행사였다. 2018년 ‘LG 스타트업 테크페어’, ‘LG CONNECT’라는 이름을 거쳐 올해로 7년째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고 있는 그룹차원의 오픈이노베이션 페스티벌이기도 하다.

이번 ‘슈퍼스타트 데이 2024’는 ‘Play first: 즐거운 혁신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주제로, 스타트업과 LG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만나고 소통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었다. 부스 전시와 피칭 세션을 통해 올해 LG가 새롭게 발굴한 미래 유망 영역 혁신 스타트업들의 제품과 기술, 서비스가 소개되기도 했다. 또한 문화, 혁신, 예술을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의 최고 혁신가들의 인사이트를 들을 수 있는 세미나 세션 역시 주목도가 높았다.

이번 행사에서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첫날 기조 발표에 나선 이토 마사히로 파워X 대표의 스토리였다. 파워X는 세계 최초로 ‘전기 운반선’ 개발에 나선 토탈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스타트업이다.

이토 마사히로 파워X 대표, ‘베터리 탱커’로 꿈꾸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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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마사히로 대표는 일본 F&B대기업으로 유명한 ‘이토 햄’ 창업자 가문 3세로 태어났지만, 가업을 승계하는 대신 창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17세의 나이에 3D 영상 제작 회사인 ‘얍파’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2024년 조조그룹에 인수됐다. 이후 조조그룹에서 COO를 맡은 그는 일본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전신 사이즈 측정 수트 등을 개발을 주도하며 그룹의 성장시키는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그런 그가 돌연 전기 운반선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파워X를 설립할 당시 세간에는 의아하다는 반능이 다수였다. 실현만 된다면 엄청난 성공이지만, 이전까지 전례가 없던 사업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가 3년여 전 창업한 파워X는 축전(배터리)-운송(전세계 최초 전기 운반선)-사용(고속 충전 서비스)과 전력 공급 사업까지 아우르는 토탈 에너지 솔루션을 개발하며 일본은 물론 글로벌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고교 시절 창업을 했다”며 자신의 지난 과정을 소개하는 그의 이야기는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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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에너지 분야에서 일하고 있고, 파워X는 배터리 회사지만 제 첫 창업은 17세에 시작됐습니다. 이후 작은 14년간 작은 스타트업을 운영했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 고등학생의 창업이라는 점이 일본에서도 매우 독특했기 때문에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소프트웨어 회사였기에 성장이 빠르지 못했습니다. 이후에는 ‘조조(ZOZO)’라는 중견 이커머스 회사에 입사해 기술책임자로 근무하며 초고속 성장을 경험하기도 했죠.”

파워X는 그런 그의 25년 경험을 녹여 창업한 토탈 에너지 솔루션 기업이다. 2020년 8월 일본 금융 시장은 ‘투자의 신’이라고 불리는 세계 최고의 투자자 워렌 버핏이 일본 대형 종합 상사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는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이는 워렌 버핏이 일본 주식시장에서 개별 주식을 대규모로 매입한 첫 사례였다. 이는 일본 대형 종합 상사가 장기적인 투자 측면에서 유망하다는 의미기도 했다. 파워X가 주목을 받은 것은 그런 일본 대형 종합 상사들이 앞다퉈 출자하는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이다.

파워X가 구축하고 있는 토탈 에너지 솔루션은 해상 풍력 발전으로 생산된 전략을 해저 케이블에 의존하지 않고 축전지가 탑재된 전기 운반선으로 수송함으로서 재생 에너지 저장과 운송을 획기적으로 혁신할 것이라는 기대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토 마사히로 대표는 ‘배터리 탱커’로 명명된 ‘전기 운반선’ 개발 계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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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와 가스를 배로 운반하는 것처럼 전기를 배로 운반한다는 개념에서 배터리 탱커 개발이 시작됐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류는 에너지와 그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재생에너지 분야가 글로벌 평균에 비해 매우 뒤쳐져 있죠. 일본 역시 탈탄소화를 지향하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책적으로도 부족한 면이 있죠. 기업이 환경 친화적인 방식을 택할 때 얻는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보면 일본은 패널티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어 이를 시행할 요인이 거의 없었습니다. 또 전기의 가격은 세계의 다양한 이슈와 직결돼 있어 예측이 매우 어렵죠. 이처럼 가격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사실 큰 문제입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전력 공급원을 바꾸면 해결될 수 있다고 봤죠.”

전력 공급 방식을 바꾸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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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X가 오는 2027년에 완성을 예고하고 있는 ‘배터리 탱커’의 첫 모델 ‘Power ArK 100’은 선체 길이만 약 100m에 달한다. 파워X는 여기에 그리드 스케일 베터리(Grid-Scale Battery, 전력망용으로 공급되는 대규모 용량의 배터리)를 무려 100TEU(20피트 컨테이너 단위, 100PEU는 20피트 컨테이너 100개 분)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약 220MWh의 축전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약 2만 2000세대의 일반 가정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사용량이다.

이토 마사히로 대표는 원자력과 화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일본 에너지 시스템을 언급하며 “일본은 2030년까지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등을 통한 에너지 생산량을 최소 39%까지 낮추고 원자력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늘리고 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문제는 원전으로는 100% 출력을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완하는 것이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전력 생산 시설 인근 지역과 그 외 지역에 에너지 보유 편차가 커지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축전(배터리) 기술이다. 이토 마사히로 대표는 “그래서 파워X를 설립한 것”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어떤 지역은 잉여 에너지가 너무 많고, 어떤 지역은 부족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에너지가 너무 많은 지역은 가격이 거의 무료이기도 하죠. 경제적으로 봤을 때 잉여 에너지는 배터리에 저장해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즉 파워X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전기 운반선 개발이고 하나는 탈탄소화가 필연적인 상황에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EV용 급속 축전 배터리와 선박용 거대 배터리 등 배터리 제조 부문이다. 전기 운반선이 수익화를 이뤄내기까지 장기적 관점의 사업이라면 배터리 제조와 급속 충전소 네트워크 구축 사업은 당장 수익이 발생하는 파이프 라인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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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마사히로 대표의 말에 따르면 파워X는 ‘Ocean Power Grid`라는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해 자체적인 배터리 개발과 함께 ESS 대형 배터리를 활용해 전기를 판매하는 수직계열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로 파워X가 확보한 투자금은 현재까지 약 1억 5500만 달러에 달한다. 파워X는 이 자금을 활용해 오카아먀 현 타마노시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해 총 5.2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저희 공장은 배터리 모듈 라인과 중형 배터리 조립 라인이 입습니다. 지붕에는 태양 전지지판을 설치하고 배터리에 연결해 탄소 중립적인 제조 방식을 채택했죠. 소프트웨어도 모두 저희가 자체 제작합니다. 품질과 운영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죠. 저희는 이를 통해 중국산 배터리 완제품과 거의 동일한 가격으로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어 이토 마사히로 대표는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연결돼 세류 충전이 가능한 것 등 자사 배터리의 특장점과 이를 기반으로 구축하고 있는 급속 충전소 서비스 모델을 설명하기도 했다. 현재 파워X는 일본에서 가장 빨리 전기차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20여개 지점에서 올해 말까지 150KW 규모의 100개 지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은 파워X가 주목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기도 하다. 이러한 혁신은 ‘배터리 탱커’에도 그대로 적용돼 있다.

해상 풍력 발전소와 전기 운반선을 연결하는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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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X의 배터리 탱커 개발은 해안 100km 권역 해상에 설치된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소와 해상 서브스테이션(변전소), 육지의 변전 설비 사이를 왕복해 전기를 공급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하에 진행되고 있다. 이때 충전, 방전, 운반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배터리 탱커 여러 대가 교대로 이를 수행하게 된다.

이는 기존 해저 케이블 송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을 줄이고 환경 부하를 없앨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저 케이블의 경우 1km 부설 시 약 1억엔(9억 380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배터리 탱커의 건조비는 한 대당 30억엔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생각해보면 석유와 가스, 석탄은 모두 선박으로 운송이 돼 왔고, 이는 매우 신뢰할 수 있고 정확합니다. 그렇다면 왜 청정 에너지는 운송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우리는 ‘Power ArK 100이라는 이름의 선박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 선박은 세계 최초의 배터리 컨테이너 선박이 될 겁니다. 저희는 최초 모델을 선보인 이후에도 기가와트시(GWh) 규모로 지속적으로 늘리고 바지선 등도 개발해 일본 전역을 커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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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토 마사히로 대표는 자체 개발, 설계한 배터리 모듈을 통해 화재 위험을 원천 차단했다는 점과 더불어 배터리 탱커를 적용하면 해상 풍력 발전 단지를 근해가 아닌 원양에 설치해 많은 바람과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강조했다.

“현재 얕은 근해에 설치된 해상 풍력 발전은 7m/s의 풍속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풍력 발전기를 아주 먼 바다에 설치하고 제대로 고정할 수 있다면 9~10m/s에 달하는 훨씬 더 많은 풍속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 탱커로 운송하면 동일한 풍력발전기에서 더 많은 에너지 생산량을 얻을 수 있는 거죠. 새로운 전력선을 구축하는 대신 탈탄소화로 폐쇄되고 있는 가스, 석유 발전소를 연결하면 됩니다. 이 발전소들은 기존 도시와 전력 선이 연결돼 있으니까요. 이를 통해 저희는 한국의 해양 에너지 운송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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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이토 마사히로 파워X 대표의 기조발표에 이어 감바랩스 ,디써클, 메이즈, 모빌린트, 블랙탠저린 등 LG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한 12개 스타트업의 피칭, 팬덤과 함께 카페 업계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만월회의 박제영 대표의 발표, 실리콘밸리 VC이자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교수인 이인 교수의 특별 강연 등이 이어졌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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