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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알리바바’ 본사는 순찰도 청소도 ‘로봇’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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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인식 자판기 등 AI 첨단기술 다 모인 ‘알리바바’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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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 알리바바그룹 본사 정원을 로봇이 청소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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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 알리바바그룹 시시캠퍼스의 C구역 전경.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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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좀 마시지 않을래요?” 한 직원이 냉장고처럼 보이는 기기에서 음료수를 꺼내 내밀었다. 문을 닫으니 화면에 방금 결제된 금액이 표시됐다.

이 냉장고는 스마트 자판기다. 얼굴 인식 시스템이 직원의 얼굴을 자동인식해 문을 열어줬고, 상품을 꺼내는 순간 이미지와 무게를 인식해 무엇을 구매하는지 식별한다. 냉장고 문을 닫는 동시에 알리페이로 결제까지 끝난다. 물건을 구입한다는 것을 의식하기도 전에 구매가 성사된 셈이다. 지난 4일, 중국 항저우 시내에서 약 15㎞ 떨어진 알리바바그룹 시시캠퍼스를 찾아 목격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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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그룹의 본사 격인 중국 항저우 시시캠퍼스. 남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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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캠퍼스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이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 중 하나인 알리바바그룹의 본사 격이다. 알리바바그룹이 중국에서 운영하는 사업장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이기도 하다. 2013년부터 운영된 A구역부터 올해 5월 문을 연 C구역까지 3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고, 알리바바그룹의 6개 사업부 중 알리익스프레스와 타오바오·티몰 직원 4만명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전체 면적은 201만㎡로 여의도(290만㎡)의 약 70%에 달한다.

이곳은 거대한 유통 신기술 실험장이기도 하다. 알리바바그룹은 시시캠퍼스에서 인공지능(AI) 등에 기반한 자사 신기술과 플랫폼을 가장 먼저 적용하고 실험한다. 널찍한 사내 휴게공간에는 테이블마다 기업용 메신저 ‘딩딩’으로 연결되는 QR코드가 붙어 있었다. 언제든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청소를 요청하거나 조명·온도를 조정할 수 있고, 집까지 ‘카풀’을 할 동료를 찾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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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 알리바바그룹 시시캠퍼스 내 공유자전거가 비치돼 있는 모습. 부지가 매우 넓어 직원들이 공유자전거를 타고 건물 사이를 오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남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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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안의 넓은 정원에서는 ‘로봇 경찰’이 순찰을 돈다. 얼굴 인식 시스템과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로봇 경찰은 출입허가를 받지 않은 외부인이나 나무를 오르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포착하면 보안팀에 알려 즉각 조치를 취하게 한다. 청소용 로봇도 돌아다니며 정원을 관리한다.

시시캠퍼스 인근에서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플라이주 호텔’에서는 룸서비스를 하는 로봇을 만날 수 있었다. 프론트에 전화를 걸어 생수나 수건을 부탁하는 대신 객실 안에 비치된 알리바바 스마트 스피커 ‘티몰 지니’에 음성으로 요청하면 로봇이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초인종을 누른다. 카드키 대신 얼굴 인식으로 객실 문을 열거나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같은 첨단기술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인 ‘셀러(판매자)’를 유입시키는 데 가장 유용한 도구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앞다퉈 첨단기술을 내재화하는 데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알리바바그룹은 그중에서도 단연 선두에 있다.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의 쇼핑 플랫폼인 알리바바닷컴과 알리익스프레스, 라자다, 다라즈, 트렌드욜 등은 전 세계에서 240만명 이상의 셀러를 확보한 상태다. 이들이 국경을 넘어 해외 시장에 물건을 팔 때 겪는 어려움을 알리바바가 해결해주고 있다.

카이푸 장 알리바바인터내셔널 디지털커머스그룹 부사장은 “예를 들어 의류 산업이 발달한 튀르키예의 소기업이 유럽의 소비자에게 옷을 팔려면 일단 언어 장벽을 넘어야 하고 다양한 규제에도 맞춰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전 세계의 소상공인과 소기업들이 전 세계에 물건을 파는 데 우리의 AI 도구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클릭 한 번에 상품명과 상세페이지를 번역하고, 현지에서 직접 모델을 고용하는 대신 AI로 판매국에 적합한 ‘착용샷’을 생성할 수도 있다. 해외 신용카드사들의 지불 거절에 대한 반박 증빙자료도 AI가 만들어준다. 알리바바닷컴은 한국에서도 B2B(기업간거래)플랫폼인 알리바바닷컴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도구를 도입해 셀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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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 차이냐오 DLJ 물류센터에서 번개 분류기를 통과해 주소지별로 분류된 상품들을 물류센터 직원들이 포장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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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값싼 물류는 알리바바그룹 경쟁력의 또 다른 한 축이다. 지난 3일 찾은 동중국해 항저우만 인근의 차이냐오 DLJ 물류센터에서는 ‘번개 분류기’라는 이름이 붙은 기계가 쉴새없이 돌아가며 흰색 바구니에 상품들을 분류해 담고 있었다. 알리바바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차이냐오는 알리익스프레스 등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중소 판매자들의 물건을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운송한다.

알리바바 물류의 핵심은 ‘가성비’다. 커피 한 잔 값인 2달러(약 2700원)를 배송비로 지불하면 20일 안에, 5달러(약 6750원)를 내면 10일 안에, 10달러(약 1만3500원)를 내면 5일 안에 글로벌 배송을 해준다. DLJ 물류센터는 판매자가 벌크 포장해 창고로 보내온 상품을 받아 번개 분류기에서 개별 주소지별로 분류한 뒤 합포장해 지역별 물류창고로 발송한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물류센터까지 물건을 보내기만 하면 개별 포장과 배송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소비자들은 주문한 물건을 한꺼번에 빠르게 받아볼 수 있는 셈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문한 상품은 산둥성 웨이하이의 전용 물류센터에서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차이냐오 관계자는 “화물 운송경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RFID 솔루션과 전자 지도 알고리즘, 자동화 컨베이어 라인 등의 기술로 포장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항저우(중국) |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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