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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금, 추가 상승여력 확보[기고/레이먼드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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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레이먼드 청 SC그룹 북아시아 지역 최고투자전략가(CIO)


높은 예금 금리와 글로벌 주식시장의 신고점 경신 흐름 속에서 ‘금’이 올해 가장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가? 연초 이후 20%대 상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보인 금 가격에는 이미 경제적 불확실성 등 여러 리스크 요인에 의한 수혜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금을 둘러싼 우호적 환경이 상승 모멘텀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며 6∼12개월은 가격의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8월 초 시장이 급락을 겪은 이후 주식시장은 점차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외환시장의 경우, 각국 통화정책 방향이 차별화되며 높은 수준의 변동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올해 2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며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을 확고히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고용시장의 둔화로 인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고 봤으나 제롬 파월 의장은 금리를 인하할 ‘시기가 왔다’고 표명했을 뿐만 아니라, 8월 고용 보고서에서 노동시장의 추가 부진이 확인될 경우 더 큰 폭의 금리 인하라는 선택지도 남겨뒀다. 이러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달러 약세 및 채권금리 하락(무이자 자산인 금 보유의 기회비용 감소) 가능성을 높여 금 가격의 추가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지난 몇 달간 중국 내 수요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정부는 5월 이후 공식 금 보유액을 늘리지 않았고, 올해 2분기 금 장신구 수요 역시 1년 전에 비해 35% 급감했다. 그러나 8월 중순 몇몇 중국 시중 은행들에 추가적인 금 수입 할당량이 새로 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이는 중국 내 금 수요 둔화 추세 반전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인도중앙은행(RBI)은 금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연중 내내 금을 매입해왔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RBI는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44.3t의 금을 매수했고 이는 2023년, 2022년의 연간 매입량인 16t, 33t을 이미 넘어서는 수치다. 인도는 가계의 금 매수에도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7월 연방예산안에서 금 수입 관세를 15%에서 6%로 대폭 인하했다. 10월 말 인도의 디왈리 축제 기간이 다가오면서 세계금협회에서는 연말까지 인도의 소매 수요가 최소 50t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금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세는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금의 미결제약정지수는 7월 고점 대비 10% 이상 꺾였으며, 8월 포지션 청산과 함께 100억 달러 이상의 금 매수 물량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수급 측면의 ‘과열’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어낸 상태라는 점 역시 금 가격의 지속적인 랠리에 우호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금이 다른 자산군에 비해 높은 성과를 보여왔다는 사실은 역사적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금은 1953년부터 11차례의 경기 침체 국면 동안 평균 11.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감 고조 역시 금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미 대선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도 가세하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한 투자 여건을 감안해 포트폴리오 내 유의미한 비중을 금에 배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경기 침체, 지정학적 리스크, 인플레이션, 방만한 재정 기조 등 리스크 요인에 대비하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시경제 환경 및 투자자들의 수급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금은 그 자체로 긍정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포트폴리오에 편입해도 부가가치를 더하는 귀중한 다각화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레이먼드 청 SC그룹 북아시아 지역 최고투자전략가(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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