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로프 “범죄 악용 기능 삭제”
관리자에 채팅 관련 신고 도입
동영상·사진 익명 공유도 중지
“사기 등에 활용될 가능성 존재”
NYT “가짜뉴스 등 범죄의 온상”
당국 감시 회피 공간·기능 제공
테러리스트 등 활동 방치 지적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두로프 CEO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불법 활동에 사용이 우려되는 텔레그램 내 기능을 삭제하고 일부 중재시스템을 개선한다고 발표다. 사용이 중지되는 서비스는 ‘근처 사람들(People Nearby)’과 익명 블로그 서비스인 텔레그래프의 미디어 업로드 기능이다. ‘근처 사람들’은 주변에 텔레그램을 쓰는 다른 이용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기능으로 범죄 등에 악용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두로프는 “텔레그램 유저의 0.1% 미만이 사용했던 이 기능은 사기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등의 문제를 갖고 있었다”면서 “우리는 대신 합법적이고 확인된 업체만 보여주는 ‘근처 기업들(Businesses)’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선하겠다” 텔레그램을 통해 발생한 불법행위를 방조한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한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의 감독 부족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인지하고 있고 범죄행위 관리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두로프가 2016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세계일보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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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은 이에 더해 익명 블로그인 텔레그래프의 사진 및 동영상 등 미디어 업로드 기능을 비활성화한다고 밝혔다.
2016년 출시된 텔레그래프 서비스는 누구나 익명으로 게시물을 작성하고 동영상과 사진을 업로드한 뒤 텔레그램과 SNS를 통해 웹페이지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로 두로프는 “이 기능이 익명의 행위자들에 의해 오용돼 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기능 삭제 이유를 밝혔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보안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일부 범죄자들이 이 기능을 이용해 가짜 홈페이지 접속을 유도하거나 이용자를 속여 개인정보를 빼내는 피싱 사기를 저질러 왔다”고 전했다.
더버지는 텔레그램의 ‘자주 묻는 질문(FAQ)’란에서 ‘개인 채팅 내용은 보호되며 이를 대상으로 한 조정 요청은 처리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삭제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램 측은 앱의 소스코드 자체는 바뀐 점이 없지만 앞으로는 이용자들이 관리자에게 채팅 내용과 관련한 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두로프는 “텔레그램 이용자의 99.999%는 범죄와 무관하지만, 불법 활동에 연루된 0.001%가 플랫폼에 전체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여 거의 10억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의 이익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이번 개선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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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태생으로 프랑스 시민권자인 두로프는 미성년자 성착취물 소지·배포, 마약 밀매, 조직범죄 등에 공모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24일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가 500만유로(약 74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다. 실제 재판에 갈지 결정할 예비기소 단계에 있는 그는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프랑스 안에 머물며 매주 두 차례 경찰에 출석해야 한다.
텔레그램이 느슨한 운영 정책으로 인해 범죄 활동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하는 가운데 CEO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커진 텔레그램 측이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두로프는 체포 후 첫 성명에서 “텔레그램의 사용자 수가 9억5000만명으로 갑작스럽게 증가하면서, 범죄자들이 플랫폼을 악용하기 쉬워지는 성장통을 겪었다”면서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을 크게 개선하는 것을 개인적인 목표로 삼았다”고 문제 개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두로프는 엑스를 통해 기능 변경 등을 발표하기 직전에도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텔레그램이 ‘무법천국’이라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감독 부족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인지하고 있고 범죄행위에 대한 관리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두로프 체포를 계기로 텔레그램 내 불법행위의 실태는 속속 재조명되는 중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개월간 320만개 이상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이 메신저가 가짜뉴스, 아동 성적 학대, 테러 및 인종 차별 등 범죄 온상지로 활용됐다고 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범죄자, 테러리스트 등이 대규모 조직을 구성하고 공공연하게 활동하는 동안 이를 방치했고, 당국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공간과 기능을 제공했다. 대표적인 게 인종차별이다. 영국 더 타임스 조사 결과,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1500개의 채널을 운영하며 텔레그램에서 인종차별과 관련된 콘텐츠를 생산했다. 최소 24개의 채널에선 무기를 판매했고, 22개 이상의 채널에선 코카인과 헤로인 등 마약을 약 20개국에 수출했다.
사진=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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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22년 12월 헤이든 에스포니아는 3D 프린터로 만든 불법 총기와 무기 부품을 사고판 혐의로 미국 루이지애나주 연방교도소에서 33개월 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하지만 그는 교도소에 밀반입한 휴대전화로 텔레그램에서 불법 거래를 이어갔다. 이처럼 텔레그램은 다크웹(전용 브라우저 등을 통해 접속 가능한 숨겨진 웹 사이트)의 익명성과 온라인 매장의 편리성을 결합해 ‘범죄’ 거래를 가능케 했다.
텔레그램의 약한 규제는 테러에 활발하게 활용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나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단체들은 텔레그램에서 수십 개의 채널을 운영하며 팔로어를 확보했다. 더 타임스가 하마스와 관련된 40개 이상의 채널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이후 이들과 관련된 채널 콘텐츠의 조회 수가 최대 10배 이상 증가했다.
생중계 기능도 문제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텔레그램에 학살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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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습격 이후 첫 72시간 동안 하마스와 관련된 채널은 약 700개의 동영상을 게시했고, 5400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 사이 온라인상에는 끔찍한 영상들이 퍼져 나갔다.
텔레그램으로 인해 폭력 사태가 더욱 악화된 경우도 있다. 2021년 1월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를 일으킨 극우 세력은 텔레그램으로 소통했다. 지난 7월 영국에서 어린이 3명이 살해된 이후 발생한 극우 폭력시위도 텔레그램에 ‘범인이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허위 정보가 확산되며 발생했다.
NYT는 텔레그램이 이러한 폭력 사태에도 정부에 협조하지 않으며 상황을 방치해 왔다고도 지적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텔레그램 측은 정부 기관 문의에 사용되는 이메일 수신함을 거의 확인하지 않는다. 의사당 난입 사태를 조사하던 미국 하원위원회가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15개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정보를 요청했을 당시에도 텔레그램만 유일하게 응답하지 않았다.
서필웅·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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