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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의대증원 유예' 쏟아진 다음날…다시 원칙론 내세운 용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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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교회회관에서 의료개혁 관련 여야의정 협의체 관련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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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건 과학적 근거도 없이 임의로 합의하라는 요구, 단 한 가지뿐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남긴 메시지다. 한 총리는 “정부는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해 의료계가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의대 정원 증원안을 제시하고, 치열한 토론을 거쳐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의료계와 대화는 하되, 대안 없는 의대 증원 유예와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국무조정실도 같은 날 오전 “의료계가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의대 증원 재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문을 냈다.

국정의 2인자인 국무총리가 토요일 오전 이례적으로 의대 증원에 대한 정부의 메시지를 전한 건, 그 전날인 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료개혁 여·야·의·정 협의체’를 공개 제안하고 대통령실이 이를 수용한 뒤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라는 언론 보도가 쏟아져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2026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포함해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당의 입장”이라고 했고, 용산 내부서도 “증원 유예까지 포함해 제로베이스에서 의료계와 논의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자연히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과 관련해 출구 전략을 마련하는 거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의 기존 입장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8일 통화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과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며 “의대 정원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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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박민수 2차관이 지잔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안 관련 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대화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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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정 협의체 제안 직후 의료계에선 윤 대통령의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조규홍·박민수), 대통령실 사회수석(장상윤)의 파면을 요구하는 목소리부터 터져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8일 2025년과 2026년 의대 증원 계획을 백지화하고, 2027년 정원부터 재논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8일 윤 대통령의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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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정부·여당이 다소 미흡할지라도 여러차례 손을 내밀고 있는데 의료계가 무작정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 건 여권이 아예 항복하라는 거 아닌가”라며 “이런 식의 태도는 기본적인 대화 의지를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대학 수시 접수가 내일부터 시작되는데 의료계의 요구는 비현실적”이라며 “의료개혁을 담당하는 장·차관과 수석을 경질하는 건 의료개혁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여·야·의·정 협의체에 들어오는 어떤 의사 단체든 그 대표성을 인정해주겠다고 밝혔다. ‘의사 단체의 통일된 안’을 요구해왔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의료계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뜻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면서 “대화의 장에 나와 달라. 거기서 이야기를 하자”고 의료계에 촉구했다.

주말 간 대통령실에선 의대 증원 유예, 혹은 원점 재검토 카드가 의료 개혁의 근본 취지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고 한다. 한 용산 참모는 “의대 증원 유예는 2000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추진되는 것이란 정부의 주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료계가 대안이 있다면 2000명 증원에서 그 숫자를 줄여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27년 동안 의사를 한 명도 늘리지 못했는데 아예 증원을 말자는 건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한 대표 등 당에 일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와의 대화 주도권을 여당에 맡기는 대신 다른 의료개혁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화를 추진하면서도 현장을 떠난 전공의가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의료 여건을 만들려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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