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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의 2026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손흥민이 슛을 하는 순간 그라운드에서 파인 잔디가 오른발 뒤에서 흩어지고 있다. 완벽한 찬스를 만들었으나 몸이 균형을 잃으며 슛이 골대에 맞는 바람에 득점엔 실패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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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홈구장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시설공단이 관리주체라 K리그1 FC서울 홈구장으로도 쓰인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 맞춰 지은 축구 전용구장으로, 개장 당시만 해도 아시아 최대 그라운드였다. 2002년 월드컵 본선 경기는 단 3경기만 치러졌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나라와 독일 간의 4강전(독일 1:0 승)이었다. 그때 붉은악마의 ‘꿈은 이루어진다’ 카드섹션이 펼쳐졌던 우리나라 축구 열기의 성지인 셈이다.
▦ 월드컵 4강 신화를 간직한 국가대표 홈구장이지만 진작부터 잔디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파종되는 잔디가 영상 5~25도 사이의 서늘한 장소에서 잘 자라는 한지(寒地)형 품종이라 섭씨 30도를 넘는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는 여름철이나 겨울철 관리에 애초부터 어려움이 있었다. 관리주체 또한 축구협회나 FC서울이 아닌 서울시설공단이다 보니 아무래도 구장관리에 신경을 덜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 2017년 8월에 치러진 ‘2018년 러시아월드컵’ 최종 예선 대이란전 등에서 엉망 수준인 잔디관리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이듬해 11월 서울시의회에선 잔디 품종 개량, 수익성 행사 대관 자제 등을 서울시설공단에 촉구하기도 했다. 2021년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설공단은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천연잔디 95%와 인조 잔디 5%를 섞은 ‘하이브리드 잔디’를 깔았다. 구장의 잔디 파임 현상을 줄이고 배수 기능을 높이는 등 그라운드 질 개선에도 나섰다.
▦ 하지만 지난해 8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사태로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와 폐영식이 다급하게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 열리면서 일이 뒤엉켰다. 초대형 무대가 설치되고 수천, 수만 명이 그라운드에 운집하면서 잔디가 또다시 완전히 망가졌다. 이후 이번 팔레스타인과의 경기 때까지 약 1년. 복구를 약속한 서울시나 문체부는 그렇다고 해도, 축구협회는 대체 뭘 한 걸까. 완벽한 찬스를 만들고도 몸의 균형이 흔들려 골대를 맞힌 손흥민의 킥도 엉망인 잔디 탓 아니었을까.
장인철 수석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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