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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반성·사죄 없이 기시다 일본으로…여사들은 K팝 연습생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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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과거사 관련 '역대 내각 인식 계승' 기존 입장만 되풀이

야권 "사과와 반성 뭉갰다" "문제의 본질 비껴갔다" 맹비난

과거 '물컵' 발언 관련해선 "이게 일본의 응답이냐"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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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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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어제(6일)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명시적인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정상회담 후 이어진 김건희 여사와 유코 여사(기시다 총리의 배우자)의 K팝 산업 현장 방문, 2시간가량의 부부동반 만찬 등에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야권에선,

·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뭉갰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 "마음이 아프다는 식의 말로 문제의 본질을 비껴갔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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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일정을 마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유코 여사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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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역대 내각 인식 계승…가슴 아프게 생각"



비판이 나온 이유가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을 맞아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이렇다'는 취지의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역대 일본 내각의 인식을 계승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발언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겠습니다.

· (지난해 3월 도쿄 정상회담을 거론하면서) "당시 저는 1998년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 관련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명확히 말했습니다."



· (지난해 5월 서울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이곳 서울에서 저 자신이 (강제동원과 관련해) 당시 어려운 환경에서 수많은 사람이 대단히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것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도 말씀드렸습니다."

김준형 의원은 기시다 총리의 이런 발언에 대해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프다는 식의 말로 대체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을 비껴간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10월 취임한 이래,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직접 사과를 피해 왔다. 이번 회담에서도 이변은 없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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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와 유코 여사 〈출처=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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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한일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건 역사적 책무"



윤 대통령은 어제 만찬에서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역사적 책무"라고 말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속담에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한·일은 이웃이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유대를 강화해 왔다"고 화답했습니다.

만찬 전에는 양국 영부인의 별도 교류도 있었습니다.

김건희 여사와 유코 여사는 어제 국내 한 K팝 엔터테인먼트사를 방문해 우리나라에서 훈련하는 일본인 아이돌 연습생과 관계자들을 격려했습니다.

김 여사는 "문화적 공통점이 많은 한·일 아티스트들이 서로 융합하면 아시아 문화의 힘이 강해질 것"이라고 했고, 유코 여사는 (일본인 연습생들에게) 여러분의 노력 덕분에 한·일 국민이 서로 마음을 열어 이해가 깊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런 노력으로 '양국이 미래를 향한 한·일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써내려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야권에선 기시다 총리와의 마지막 정상회담이었던 만큼, 선제적으로 양보한 것에 대한 직접적인 호응을 얻어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 "대한민국이 물컵의 반을 채우면 일본이 나머지 반을 채울 것이라던 윤석열 정권의 희망 사항은 헛된 희망으로 끝났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 "이게 물컵을 넘치게 채워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응답이냐"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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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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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후쿠시마·사도광산…무엇을 받았나



야권이 일제히 지적한 '물컵' 비판의 맥락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3월 우리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의 배상 판결과 관련해 '제3자 변제안'을 해법으로 내놓으면서 한·일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탔습니다.

판결금 등을 재단을 꾸려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일본 정부로서는 큰 부담을 덜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우리가 먼저 물의 반 컵을 채우면 일본이 나머지를 채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부는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기대한다'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배상에 참여한 일본 기업은 없습니다.

이후에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올해는 일본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에서 우리나라가 상당한 양보를 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달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며 일본 정부를 배려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퇴임을 앞둔 기시다 총리가 방한했기 때문에 '나머지 물컵 반 잔의 일부'라도 받아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 것입니다.

정부는 일본 강제동원 희생자들이 탑승했다 침몰한 '우키시마 승선자 명부 일부 제공' 등을 성과로 설명했지만 민주당은 "소품 수준의 기념품을 성과라고 포장하지 말라"고 혹평했습니다.



유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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