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 '근절' 국가 우선순위로 올려
1㎏ 잡으면 590원 보상 '당근책'도 제시
블랙친 틸라피아. 방콕포스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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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이 외래종 어류 ‘블랙친 틸라피아’ 급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번식력이 강한 해당 어종이 전국에서 빠르게 번져 나가면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게 태국 정부 판단이다. 빠르게 손을 쓰지 않을 경우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2월부터 지난달까지 반년간 전국의 강, 하천, 습지, 맹그로브숲에서 블랙친 틸라피아 133만㎏을 잡아들였다고 전날 발표했다.
틸라피아는 중앙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민물고기다. 블랙친 틸라피아는 틸라피아의 한 종류로, 살코기가 많아 식용으로 적합하지만 작은 물고기, 물고기 알, 조개, 새우, 달팽이 유충 등 수생 동물을 먹이로 삼으면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농업과 양식업에 피해를 끼쳐 태국에서 골칫거리가 됐다.
게다가 암컷 한 마리가 한 번에 최대 알 500개를 낳는 등 번식력도 강해 각 지역에 빠르게 확산했다. 현재까지 태국 76개 주(州) 가운데 19개 주에서 발견됐다. 지난 7월에는 수도 방콕에서까지 확인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태국 의회 내 ‘블랙친 틸라피아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나타차 분차이인사와트 하원의원은 AFP통신에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작은 하천과 습지에서까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 물고기가 태국 경제에 미친 손실이 최소 100억 밧(약 3,91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태국 방콕 운하에서 한 시민이 블랙친 틸라피아를 잡고 있다. 방콕=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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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면서 태국 정부는 지난달 블랙친 틸라피아 근절을 국가 우선순위로 올리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해당 어류 1㎏을 잡아올 경우 15밧(약 588원)의 보상금을 제공하는 ‘당근책’까지 꺼내 들었다.
또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올해 말쯤에는 번식이 불가능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블랙친 틸라피아를 하천에 방류하기로 했다. 국회는 해당 어종이 어떤 경로로 태국에 들어왔고, 야생에 방류됐는지 조사에 나선 상태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개체 수를 조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태국 어류학자이자 담수 생태계 전문가인 논 파니트봉 박사는 BBC태국에 “외래종이 일단 자연에 자리 잡으면 근절하기 매우 어렵다”며 정부의 싸움이 실패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국 일간 타이거 산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전문매체 아세안나우는 “침입 어류가 주변 국가로 퍼져 생태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웃 국가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까지 번질 경우 국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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