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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36.5˚C] 검찰총장이 바뀌면 검찰이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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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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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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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통’ 검찰총장이 취임하면 검찰 분위기가 좀 달라지지 않겠어?”

‘기획통’ 심우정 법무차관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후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가 이렇게 말했다. 이유를 묻자 전국 검찰청 수사 및 기소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는 총장이 기획통이면 이른바 ‘특수통’ 검사들이 진행하는 수사에 제동이 좀 걸리지 않겠냐는 얘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취임한 채동욱 총장 이후 특수통이 아닌 총장은 없었다. 김진태 김수남 문무일 윤석열 김오수 이원석 총장 모두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어느 진영이 정권을 잡았는지 무관했다. 이명박 정권 말기 한상대 총장 이후 13년 만에 기획통이 검찰 수장 자리에 오르니, 검찰 내부 분위기가 사뭇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특수통이 잘못하고 있다는 걸까. 꼭 그렇지 않다. 특수통은 주로 정관계 권력형 비리 사건이나 대기업의 대형 비리 사건 등 말그대로 ‘굵직굵직한’ 사건을 주로 수사해왔다. 문재인 정권 탄생 이면엔 당시 임명권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하겠다고 결단 내린 김수남 총장이 있었고,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이원석 검찰총장이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해 실형 확정을 받아낸 것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였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의 상징 같았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기소해 유죄를 받아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도 있었지만, 정부 입장이나 비판 여론 등을 버텨가며 수사를 강행하기도 했다.

그럼 특수통 검사와 기획통 검사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사건과의 거리 차이다. 특수통은 사건관계자를 만나고 증거를 수집하는 등 직접 수사하는데, 기획통은 수사팀이 수사한 내용과 증거, 의견 등을 검토하고 또 보완 지시를 내리는 등 간접적으로 사건을 접한다.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에 수사가 불러올 파장이나 피의자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확신 등에 매몰되지 않고, 한 다리 건너 있기 때문에 눈에 드러난 증거나 진술 등을 근거로 수사를 지켜볼 수 있다는 얘기다. 수사 경험이 많아 일선 검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운 ‘특수통’ 총장과 ‘기획통’ 총장이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일 것이다. 개인적인 성향이나 배경 차이도 있겠지만 검사로선 그럴 수 있다.

여야는 입장에 따라 돌아가며 검찰을 비판해왔다.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을 반대해 인사청문회 경과 보고서 채택에 동의하지 않았던 국민의힘은 이제 윤석열 대통령과 한편에 서 있다. 좌천돼 있던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깜짝 인사로 검사장으로 발탁해 총장 자리까지 밀어 올렸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제는 대통령이 된 그의 탄핵을 외치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의심과 의혹은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에 계속 고소장과 고발장으로 쌓여가고 있다.

검찰 내부 분위기가 변하더라도, 외부 상황이 이렇다면 모두가 원하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닌 검찰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심 후보자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총장 취임 후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검사들 입에 달고 사는 말이지만, 수사 외적인 부분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필요한 수사만 하겠다는 의미라고 선해해 본다.

‘기획통 총장’에 대한 기대감에 갸웃거리던 고개가 끄덕여지기를 바랄 뿐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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