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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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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대통령 “韓잠수함 우수”… K2 전차-드론 격추기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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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 넓히는 K방산]

‘유럽 3대’ 폴란드 방산전시회 르포

“혁신적 기술 적용” 신속납품도 장점… 유럽 국가들, K무기에 큰 관심

韓, 2027년 ‘4대 방산수출국’ 목표… “세계적 전시회 개최 등 정부 나서야”

동아일보

3일(현지 시간) 폴란드 키엘체에서 개막한 ‘제32회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 2024’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한화오션의 잠수함과 현지 특화 유지·보수·정비(MRO) 기술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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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대국’으로 잘 알려진 한국이 이제는 ‘방산 대국’으로도 유명해질 것 같습니다.”

3일(현지 시간) 폴란드 중부 시비엥토크시스키에주(州)의 키엘체에서 개막한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 2024’ 전시장. 이곳에 마련된 한국관에서 만난 폴란드 한 컨설팅 기업의 토마시 브와슈치크 디렉터는 “한국 무기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할 줄 몰랐다”며 “앞으로 한국 방산 기업들이 유럽시장에서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MSPO는 프랑스의 ‘유로사토리’, 영국의 ‘국제 방위보안장비 전시회(DSEI)’와 함께 유럽 3대 방산 전시회로 꼽힌다. 6일까지 열리는 MSPO엔 세계 34개국에서 약 770개 기업이 참여한다. 개막일에만 세계 각국의 정부와 방산 기업 관계자가 4000명 넘게 찾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반 넘게 이어지며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이제 한국 무기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엔 주로 서유럽과 미국산 무기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 무기가 가격 경쟁력과 성능이 우수하고 신속하게 제작돼 납품된다는 점이 알려지며 더 각광받고 있다. 이날 현장에선 한국산 무기의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 최신 잠수함, 드론 격추 장비, 전차 등 큰 관심 받아

한국관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무기는 최신형 잠수함. 개막식 연설을 마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한화오션이 독자 설계한 최신형 잠수함 ‘장보고-Ⅲ(KSS-Ⅲ)’ 모형 앞에서 한동안 머물며 설명을 들었다. 이 잠수함은 납축배터리를 사용하는 다른 제품들과 달리 리튬이온배터리를 적용해 장기간 실전 배치가 가능하다. 두다 대통령은 한화오션 관계자들의 설명을 경청한 뒤 “한국 잠수함의 기능이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하며 잠수함의 강력한 무장 및 장기 잠항 능력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한 무인기(드론) 격추 장비도 관심을 끌었다. 신우테크놀러지의 드론 격추기 ‘재머’를 살펴본 우크라이나 방산기업 베커앤코의 레온 베커 파트너는 “드론이 현대 전쟁에서 가장 큰 위협인데 이를 효과적으로 저격하는 재머는 혁신적인 기술이 적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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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 시간) 폴란드 중부 키엘체에서 열린 ‘제32회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 2024’에서 관람객들이 K2 전차 등이 전시된 현대로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키엘체=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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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바이어는 물론이고 연구진들도 한국 방산 기업과의 기술 협력을 적극 타진했다. 현대로템의 ‘K2 전차’를 살펴보던 방산기업 페차우 폴란드법인의 파웰 술리치 씨는 “한국은 5G 등 통신기술이 우수해 통신 장비를 눈여겨보고 있다”며 “협업 기회를 발굴하고 싶다”고 말했다. 완성품이 2022년 처음 수출된 K2 전차는 폴란드에 올해 6월까지 46대가 납품돼 유럽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국방기술을 연구하는 폴란드 대학 교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다리우시 스타후라미할스키 씨는 “기술력이 높은 한국 방산기업들과 연구개발(R&D) 협력을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특히 승무원이 직접 포탄을 장전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장전 기능을 갖춘 K2 전차 앞에 사람들이 몰렸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자동 장전 기능은 탑승 인력을 줄일 수 있어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韓, 정부가 세계적 방산 전시회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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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쟁사들에 비해 생산시설이 먼 한국 방산기업들은 현지에서 적시에 대응할 수 있는 수리 지원 서비스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전투기 ‘FA-50’은 실제 한국 공군에서 활용되면서 수리가 잘 진행되는 점을 강조했다. KAI 관계자는 “현지 기업 지원을 위해 폴란드에 물류 본부를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시장에선 한국뿐 아니라 미국, 독일, 영국 등 군사 강국들의 굵직한 방산기업들이 전차, 드론 등 무기 실물을 앞세워 수주 경쟁을 벌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며 각국의 첨단 무기 도입 움직임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치열한 방산 수주 경쟁 속에서 한국은 2019∼2023년 세계 무기 수출 시장에서 점유율 10위(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기준)를 차지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선 젊은 방산 기술 인력을 키우고 세계적 전시회 개최 등 수주에 도움이 되는 인프라가 더 탄탄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병로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부회장은 “무기 바이어는 주로 정부이기 때문에 민간이 아닌 정부가 전시회를 주도해 키우면 해외 바이어들이 더 많이 찾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키엘체=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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