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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미 법무부, 반독점 위반 혐의 엔비디아에 소환장... "주가 4년 만에 최악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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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시 급락에 당국 조사 강화 겹쳐
9.53% 하락... 시총은 374조 원 증발
한국일보

지난 6월 대만 수도 타이베이 시내 한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엔비디아 로고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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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반(反)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온 미국 법무부가 엔비디아 측에 소환장을 보낸 것으로 3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엔비디아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 같은 소식은 지난달 28일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에 미달하는 실적을 내놓은 이후 주가가 출렁이고 있는 엔비디아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53% 급락, 4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경쟁사 "엔비디아, 고객 부당 압박해 지배력 강화"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법무부가 엔비디아와 일부 다른 기업들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와 관련한 소환장을 발송했다고 전했다. 소환장은 특정인에게 증거 제출이나 출석을 명령하는 공식적인 문서다. 법무부는 앞서 엔비디아 측에 법적 구속력이 없는 질문지를 보내 사실 확인 협조를 요청했는데, 이번에 보낸 소환장의 경우 수신자가 의무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가 정식 기소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미국 경쟁당국이 엔비디아의 독점 문제를 들여다보기로 했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진 것은 지난 6월이다.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고 보고, 이들이 지배적 지위를 확보하는 데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엔비디아를, FTC는 MS와 오픈AI 조사를 담당하기로 역할도 분담했다고 한다.

미국 테크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법무부는 엔비디아가 AI 칩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AMD 등 경쟁사들의 신고를 다수 접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2022년 말 챗GPT 열풍이 불어닥친 이후 엔비디아의 AI 칩은 전 세계적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데, 엔비디아가 이 같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다른 업체의 칩을 구매할 경우 '보복하겠다'는 취지로 고객사들을 위협해 왔다는 게 경쟁사들의 주장이다.

법무부는 또 지난 4월 발표된 엔비디아의 '런에이아이(Run.AI)' 인수에도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Run.AI는 복잡한 연산을 더 적은 칩으로도 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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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경기가 열린 3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시구 전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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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새 시총 2790억 달러 날려


미국 제조업 지표 부진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되살아나며 이날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전부 급락한 가운데, 법무부의 반독점 조사 확대 악재까지 터지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9.53% 하락 마감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 시가총액도 이날 하루에만 2,790억 달러(약 374조 원)나 증발했다. 주가 하락 폭은 2020년 3월 이후 가장 컸고, 시총 감소액은 미국 증시 역대 일일 시총 감소치 중 최대라고 영국 로이터통신과 미국 경제매체 CNBC는 각각 전했다.

현재 미국 밖에서도 엔비디아를 겨냥한 독점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점은 엔비디아의 앞날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프랑스 당국은 엔비디아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고, 이와 별개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반독점 규정 위반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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