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보다 민원·행정이 10배 부담"
폭력 경험…성희롱도 15.8% 달해
교사 43.9%는 '심한 우울증상' 보여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이초 순직 교사 추모 행사를 하고 있다. 2024.07.18. dahora83@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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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교사 10명 중 7명은 언어적·신체적·성적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4일 나왔다. 일반 산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근로 환경조사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녹색병원은 지난해 서이초 교사의 전국적인 추모일이었던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1주년을 맞이해 교사 직무 관련 정신 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7월17일부터 8월27일까지 교사 398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실시됐다. 조사에 참여한 교사는 ▲응답자 특성 ▲교사의 근무 환경 ▲업무량 및 강도 ▲직무 스트레스 ▲폭력 경험 ▲업무 후 소진 ▲우울 증상 ▲급성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자살 의도 등 건강 상태 등 9개 항목에 대해 직접 답했다. 전교조는 조사의 신뢰성을 위해 변별 과정을 거쳐 1964명의 답변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한 질문에는 학부모 상담·민원 대응 업무가 어렵다고 답변한 이들이 38.8%로 가장 많았다. 학생 생활지도·상담이 27.7%, 행정업무가 21.5%로 뒤를 이었다. 특히 수업보다 학부모, 학생 상담 및 민원, 행정업무에 대한 부담이 10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
전교조는 "서이초 사건 이후로도 악성 민원과 교육활동 침해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불안감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결과"라며 "교사들이 여전히 악성 민원과 고소 고발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교사의 번아웃(Burn out·소진) 상황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79.5%가 업무로 인해 소진 상태를 경험하는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27%는 업무 수행이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소진을 경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령별로는 20대 교사에서 업무 소진이 가장 높았고, 학폭(생활)담당 보직을 많은 교사도 소진 경험이 일반 교사보다 더 많았다.
'폭력 경험'에 대한 질문에는 70%가 직·간접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폭력 유형으로는 언어 폭력이 68.1%로 가장 많았고 신체 위협이 20.6%로 가장 많았다. 성희롱 경험(15.8%), 원치 않는 성적 관심(15.5%)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일반 산업 노동자의 근로 환경조사에서 언어 폭력 경험이 3~6%, 성희롱·성폭력 경험이 0.4% 수준으로 나오는 데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전교조는 "일반 근로자에게서 매우 낮은 경험을 보이는 언어적·신체적·성적 폭력 피해가 교사들에서는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2023년 조사와 비교해서도 여전히 교사의 폭력 피해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교사들의 우울증상도 극심하게 나타났다. 조사 대상 교사 중 경도의 우울증상(유력·probable)을 보이는 경우가 23.4%이었고, 심한 우울증상(확실·definite)을 보이는 경우는 43.9%였다.
응답자의 40.3%는 실제로 지난 1년 간 심리 상담 또는 정신과 진료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심리상담만 받는 경우는 11.0%,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경우는 15.5%, 심리상담과 정신과 진료 모두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는 13.8%였다.
'교사 업무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80%는 그렇다고 답했다. 현재의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서는 과반인 56.2%가 '좋지 않다'고 했다.
전교조는 "현장의 교사들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여건 개선을 계속 요구했던 이유는 개인의 능력과 역량이 여건과 환경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공교육 정상화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교사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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