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필리핀 해경선이 고의로 충돌"…필리핀 "중국 해경선이 세 차례 들이받아"
남중국해서 필리핀 해경선 들이받는 중국 해경선 |
(하노이·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박진형 특파원 = 중국과 필리핀이 31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베트남명 쯔엉사군도·필리핀명 칼라얀군도)에서 또다시 충돌했다.
스프래틀리군도 내 사비나 암초(중국명 셴빈자오<仙賓礁>·필리핀명 에스코다 암초) 인근 해역 한 곳에서만 지난 19일 이후 벌써 네 번째 충돌이다.
중국 해경은 이날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을 통해 발표한 류더쥔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이날 오전 8시 2분(현지시간) 불법적으로 들어온 필리핀 해경 9701 선박이 셴빈자오 인근 해역에서 닻을 내리고 지속적인 기동 행위를 통해 도발을 감행했다"며 "중국 해경선 5205호는 법에 따라 9701 선박을 향해 경고 방송과 감시, 통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중국 해경은 이어 "낮 12시6분께 필리핀 9701 선박은 비전문적이고 위험한 방식으로, 정상적인 법집행 행위를 하던 5205 해경선을 고의로 충돌했다"며 이번 충돌의 책임은 전적으로 필리핀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필리핀을 향해 "현실을 직시하고 환상을 버리고 스스로 철수하는 것이 유일한 올바른 방법"이라며 "상황을 오판하거나 사태를 악화시킨다면 모든 책임은 필리핀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셴빈자오를 포함한 난사군도와 그 인접 해역에 대해 논쟁의 여지 없는 주권을 갖고 있다"며 중국 해경은 모든 침범 행위를 단호히 저지함으로써 국가 영토주권과 해양권리를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필리핀 해경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 해경 선박이 충돌 관련 규정을 무시하고 위험한 기동을 강행해 필리핀 해경 선박이 피해를 입었다고 반박했다.
제이 타리엘라 필리핀 해경 대변인은 아무런 도발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해경 선박인 '테레사 마그바누아'호(9701 선박)를 세 차례 의도적으로 들이받았다고 밝혔다.
그가 공개한 영상에는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해경선의 옆구리 등 세 곳을 들이받는 장면이 담겼다.
또 중국 해경선 3척, 중국 해군 함정 2척, 중국 해상민병대 선박 5척 등 중국 측 선박 10척이 테레사 마그바누아호를 둘러싼 장면도 촬영됐다.
그는 다만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면서, 중국 해경의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괴롭힘에도 현지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과 필리핀 해경은 지난 19일에도 사비나 암초 인근에서 '선박 대 선박'으로 충돌했었다,
당시 중국은 필리핀 해경선 두 척이 사비나 암초 해역에 불법 침입했고, 이 가운데 한 척이 자국 선박에 고의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필리핀은 자국 해경선 두 척이 사비나 암초 인근에서 "불법적이고 공격적인 기동을 한 중국 선박들과의 충돌로 구조적으로 손상됐다"고 맞섰다.
이어 지난 25일에도 양국 선박은 사비나 암초 인근에서 물리적으로 부딪쳤고 하루 뒤인 26일에도 이 지역에서 또다시 마찰을 빚은 사실이 중국 해경 발표를 통해 확인됐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베트남·대만·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와 마찰을 빚고 있다.
필리핀 해경선 포위한 중국 선박들 |
사비나 암초는 필리핀 서부 팔라완섬에서 서북쪽으로 약 200㎞ 떨어져 있다.
이곳은 필리핀과 중국의 최대 분쟁 해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 있는 필리핀군 병력에 물자를 보급하는 필리핀 선박들의 집결지이기도 하다.
그간 중국은 사비나 암초를 선점한 뒤 자국 해경 선박을 대거 배치했으며, 국제 사회의 눈을 피해 사비나 암초를 인공섬으로 만들기 위해 매립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필리핀은 지난 5월 중순 중국의 사비나 암초 인공섬 건설 활동을 감시한다면서 테레사 마그바누아호를 이 암초에 파견했다.
이후 이 선박은 지금까지 다른 필리핀 해경선의 물자 보급을 받으면서 석 달 넘게 현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중국 측은 필리핀이 1999년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 노후 군함 '시에라 마드레'함을 좌초시킨 뒤 이를 이용해 병력을 주둔해온 것과 같은 시도를 사비나 암초에서도 하려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97m 길이의 테레사 마그바누아호는 2022년 필리핀에 인도된 최신 대형 해경선이다.
필리핀은 사비나 암초 부근 해저에 필리핀 에너지 수요를 최대 75년간 충족시킬 수 있는 규모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비나 암초 위치(빨간 점 아래쪽) |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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