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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의정 갈등 대응, 당정 갈등으로 번지나…2026년 의대 증원 유예 두고 입장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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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 대응법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동훈 지도부는 2026년 의대 증원 유예를 중재안으로 들고 나왔지만,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은 부정적이다. 한 대표가 ‘해결사’를 표방하며 적극적으로 나설수록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은 더 불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 2024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를 마치고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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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과 여당은 최근 불거진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대란과 관련해 상황 인식부터 대응 방법까지 전반적으로 입장이 엇갈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7일 통화에서 “(의대 증원에 대한) 정부 입장은 계속 똑같다”며 “2026년도 (의대) 정원도 법령에 따라 확정이 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대 증원 문제는 지금 여기서 물러서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서울 종로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한 대표가 2026년 증원을 유예하면 의료 문제가 쉽게 풀릴 것 같다고 말해와 관련 기관에 검토해 보라고 했는데, 정부로서는 유예안이 어렵다고 판단해서 대통령실이 발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의료대란 조짐은 의료계의 누적된 문제이고, 정부가 관리 가능하며, 따라서 의대 증원에서도 물러설 필요가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젊은 사람들이 지방에 살게 하려면 결국 교육과 의료다. 의료계에서 반대해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원을 늘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며 의대 증원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고 국무회의 참석자는 전했다.

하지만 여당 분위기는 다르다. 한 대표는 전공의 복귀를 위해 의대 증원 유예라는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한 대표는 서울 영등포 한국거래소에서 기자들에게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금 상황에 대한 국민 걱정과 우려를 경감시킬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기자에게 “(대통령실과 당의 대응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어느 것에 주안점을 두느냐의 문제”라며 “국민 불안감 내지는 안전을 위해서 움직일 것이냐, 혹은 정부가 체면이 좀 떨어지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냐 이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 대표는 한 총리를 통해 2026년 의대 증원 유예를 대통령실에 전달했고, 지난 20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도 면담했다. 당시 면담에 배석했던 박은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TV조선에 출연해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에 대한 인사 정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복지부 장·차관 교체는 의료계 요구 사항으로 정부는 이에 선을 그어왔다. 한 대표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 의정 갈등 해결책도 논의한다. 정부의 대응과는 다른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이다.

단순한 입장차를 넘어 대통령실·친윤계 대 한동훈 지도부 간 갈등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당에서 의료계 쪽의 얘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니겠느냐”며 “심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여당이 의료계의 목소리에 경도된 요구들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 의료계는 최근에 응급의료까지 엮어서 반전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 생명이 달린 문제인데 이걸 다루는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과 본질을 모른다”며 “대통령실이 거부한다는 데 이게 무슨 핑퐁게임이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26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은) 한 대표 개인 의견 아니고 당 지도부 의견”이라며 “그간 인요한 최고위원 등이 의료현장을 다니면서 많은 의견을 청취해서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라는 게 추진하다보면 조정도 하고 타협도 하고 해야하는데 용산에서는 그런 과정을 거치려고 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친윤계 내에서는 한 대표가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친윤계 의원은 기자에게 “한 대표가 진짜 일을 되게 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여당은 일을 관철시켜야 한다. 그런데 한 대표가 의대 증원을 관철시키려고 했다면 다 되고 나서 ‘내가 사실 공이 이랬다’ 이렇게 공개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나는 이렇게 말했는데 대통령실은 거절했다고 언론 플레이하는 것은 공을 자신이 다 가져가려는 것으로만 보인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대통령실에 2026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을 제안했다는 보도의 원천이 한 대표라고 보고 비판한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이 의료개혁 완수 의지를 밝혔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도 SNS에서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되 국민 건강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저는 2025년에는 입시요강으로 발표된 증원을 시행하되 2026년에는 증원을 1년간 유예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더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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