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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주 안에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금개혁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소폭 연장하는 모수개혁과 함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현재 목돈 수준으로 쓰이는 퇴직연금을 내실화해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키우거나 국고를 투입해 미래 세대 부담을 줄이는 식으로 현행 연금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방안까지 내놓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대로 방치되면 미래 세대가 져야 할 부담은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이라며 "여야는 초당적으로 합심해 근본적 처방을 마련하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박수영 국민의힘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의 구조적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 대표는 축사에서 "현행 연금제도의 건전성이 유지되기 어려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것이 방치되면 연평균 52조원, 하루 평균 1000억원 이상의 재정 부족분이 발생한다"고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금개혁은) 정쟁의 도구나 정치적 공세를 위한 소재가 되어선 안 된다"며 여야 간 합의를 강조했다.
정부는 조만간 국민연금 구조개혁을 포함한 연금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보험료율(내는 돈)을 올릴 때 젊은 층에 대한 인상 속도를 늦춰 미래 세대 부담을 낮추거나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해 연금 고갈 시점을 30년가량 늦추는 안이 담긴 전망이다. 출산·군복무 크레디트를 확대하고 기초연금액을 월 40만원(현 33만원)까지 인상하는 대책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 개혁안으로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본래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령 자동안정화장치는 수지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치로 소득대체율(받는 돈) 하락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세미나에서는 노후소득을 담보하는 각종 구조개혁 방안이 제안됐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퇴직연금 내실화 방안을 내놨다. 다층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일시금 인출이 일반적인 퇴직연금을 준공적연금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퇴직연금에 대해 해지나 중도 인출을 제한하는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퇴직연금 내실화를 통해 노후소득 보장을 두껍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퇴직연금을 종잣돈이 아닌 연금으로 받으면 평균 소득대체율은 약 20%인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와 더하면 60%까지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연금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5~10년 내에 국고를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향후 수급 개시 연령과 기금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린다는 전제 아래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5%로 인상하면 연금 기금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이번 개혁에서 보험료율을 13% 이상으로 올리기 어렵다"며 "부족분 2%포인트가량을 국고로 충당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0.6%인 13조원 정도를 투입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목적세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용하 전 국민연금연구원장은 조세 투입 방안과 관련해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면 저소득층의 가입 기피가 확대돼 미가입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해법은 제각각이었지만 현행 제도가 수명을 다했다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현재 국민연금은 보험료율 9%를 적용해 납부하면 사망 시까지 소득대체율 40%를 보장받는 구조다.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유의미하게 많다. 이는 1988년 국민연금제도 도입 당시 국민 저항성을 낮추기 위해 수익비를 높게 설정하면서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유지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격한 저출생으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감소, 기대여명 증가에 따른 수급자 급증으로 현 제도는 지속가능성이 낮다.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 최대치를 기록한 뒤 2055년에 고갈이 예고돼 있다.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현재 구조는 내는 돈보다 더 많이 받게 설계돼 있고 비혼·고령화 추세로 가입자에 비해 수급자가 훨씬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제도를 내버려두는 것은 현세대의 무책임을 넘어 죄악"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연금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 직전까지 갔던 개혁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각각 13%, 43~45%로 인상하는 모수개혁에 국한됐다. 모수개혁이 이뤄지면 연금 고갈 시점을 6~7년 늦출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아울러 연금개혁 때마다 벌어지는 재정안정론과 소득보장론 간 갈등 등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구조개혁을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크다. 박 위원장은 "모수를 만지는 정도로는 기금 고갈 시점을 뒤로 미루는 미봉책 외에 나올 수 없다"며 "국민·기초·퇴직연금 등 3대 공적연금이 연동하는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안정화장치
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 인구구조, 경제 상황 등에 따라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같은 모수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 독일은 연금 납부자와 수령자, 실업자 등에 따라 수급액을 조절하는 '지속가능성 계수'를 도입했고 일본 역시 기대여명과 출산율에 연동해 연금액을 조정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채택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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