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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중동 여전히 살얼음판…이스라엘·헤즈볼라 일단 확전자제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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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작전성공' 자평…이스라엘 '선제타격 성과' 과시

"전면전은 양측에 재앙"…'확전방지 모드' 신속전환 관측

이스라엘 북부 6만 피란민 탓 일부에 전면전 불가피론 여전

연합뉴스

이스라엘에 격추되는 헤즈볼라의 드론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갑작스럽고 과격한 공방이 신속하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서방 전문가들은 교전이 더 광범위한 전쟁으로 번지는 사태를 바라지 않는다는 신호가 일단 양측에서 관측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달 헤즈볼라 최고위급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 암살을 계기로 고조됐던 긴장을 25일(현지시간) 거센 무력 공방을 통해 표출했다.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 징후를 먼저 포착한 이스라엘이 전투기 100여대를 동원해 선제 타격했고, 헤즈볼라는 곧바로 이스라엘을 겨냥한 로켓과 드론 320기를 출격시켰다.

수천기의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대를 예방 차원에서 선제 타격했다는 이스라엘은 물론 이스라엘의 정보 및 군 시설을 조준했다는 헤즈볼라도 '작전 성공'이라는 자평과 함께 무력 충돌을 일단락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공격 후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1단계'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고 선언했다.

또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도 이날 연설을 통해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이스라엘 정보 기지를 계획대로 공격했다고 평가하면서, 공격 결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보복을 중단할 수도, 추가 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연합뉴스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늘 우리는 헤즈볼라가 계획한 공격을 저지했다. 단거리 로켓 수천기를 파괴했다"며 예방적 선제 타격 성과를 과시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먼저 적을 공격해 균형을 깨뜨렸다"고 평가하면서도 헤즈볼라와 전쟁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를 선호하지는 않는 만큼 "합의 가능성에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무력 공방 이후 나온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지도자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양측이 신속하게 확전 방지 모드에 돌입했다는 전문가 진단을 전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에후드 야리 연구원은 "단계적인 상황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점진적인 확전도 예상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은 정보를 바탕으로 예방 차원에서 헤즈볼라를 선제공격했지만, 그 이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헤즈볼라도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듯하다. 다만, 그들은 이번에 첫 단계의 보복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만약 이란이 청신호를 보낸다면 추가 보복을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국경을 사이에 두고 10개월 넘게 지루한 무력 공방을 이어왔고, 최근에는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전면전은 모두에게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지도부는 물론 최악의 경제난 속에, 레바논에서 지위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는 헤즈볼라에게도 피하고 싶은 선택지 중 하나다.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안방인 테헤란에서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정치국장이 암살되는 수모를 겪은 이란의 '복수 예고'가 청산되지 않은 채 남아있기 때문에, 중동의 정세를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서방의 장기 제재 속에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위기를 느끼고 있는 이란 지도부가 상징적 수준을 넘어선 대이스라엘 보복을 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또 한 번 이란 영토에서 하니예 암살과 같은 일을 벌인다면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그런 징후가 보이지는 않는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대니 시트리노비치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그들은 전쟁 억제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확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전면전이 벌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당분간은 모두가 만족할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루트 소재 카네기 중동센터의 모하나드 하게 알리 부센터장은 헤즈볼라의 공격에도 이스라엘 측 피해가 제한적이었던 것은 헤즈볼라가 분쟁 억제를 원했다는 증거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레바논 전문가인 오르나 미즈라히 연구원은 동맹인 이스라엘을 지키기 위해 미국이 단행한 무력 증강 배치가 확전을 억제하는 원동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이스라엘 고위 장교 출신으로 현재 안보 관련 싱크탱크를 운영하는 아미르 아비비는 헤즈볼라의 공격 때문에,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피란민이 있기 때문에 양측간 전쟁은 불가피하고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헤즈볼라의 로켓과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 주민 6만여명은 장기간 집을 떠나 피란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네타냐후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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