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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어떤’ 전기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11차 전기본 톺아보기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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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남 영암군 영암읍·금정면 경계인 활성산 정상에 들어선 풍력발전단지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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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지정한 많은 기념일이 있다. 1월 26일은 ‘세계 청정에너지의 날’이다. 이날은 세계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창립일이기도 한데, 올해 초 첫 번째 기념일을 맞이했다. 국제사회는 작년 COP28에서 합의된 ‘재생에너지 3배 서약’에도 힘이 실릴 것을 기대했다. 이 서약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을 2030년까지 3배(약 1만1000GW) 늘린다는 내용으로 한국도 이 서약에 동참했다.

세계 청정에너지의 날에 즈음해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3 재생에너지’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재생에너지가 석탄을 제치고 최대 전력 생산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각각 2025년과 2026년이 되면 원자력 발전량을 넘어설 것으로 보았다. 기후위기 시대 전 세계 전력 생산의 핵심이 태양광과 풍력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고, 그 확대 속도가 다른 전력원을 월등히 앞서고 있음을 말해 준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지난 5월31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실무안이 발표되었고, 7월10일 전략환경영향평가안이 공고되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30년 한국의 발전 비중은 석탄이 17.4%, LNG가 25.1%, 원전이 31.8%에 달한다. 그에 반해 재생에너지는 18.7% (신에너지를 포함할 경우 21.6%)에 불과하다. 화석연료와 원전에 비해 재생에너지 비중은 턱없이 낮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목표는 계속 후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는 30.2%였다. 이조차도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윤석열 정부는 10차 전기본에서 이 목표를 21.6%로 대폭 낮췄다. 이에 대해 많은 비판이 쏟아지자, 2023년 제1차 국가탄소중립기본계획은 ‘21.6%+@’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이번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21.6%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이는 원전을 ‘무탄소 전원’으로 포장하면서 탄소중립과 기후위기의 만능 해결책으로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한국의 이런 재생에너지 목표 후퇴를 지적하며, 에너지전환에 있어서 원전 역할을 확대하려는 한국 정부의 결정이 그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 정부의 정책은 2025~2026년이 되면 풍력과 태양광이 원전 발전량을 넘어서리라는 국제에너지기구의 전망과 세계적 추세와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또한, 11차 전기본에서는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30년 72GW로 확대해서 COP28의 3배 확대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3배 확대’ 약속의 의미는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1만1000GW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것이다. 전 세계 발전설비 용량 가운데 한국의 비중이 1.7%인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은 187GW까지 늘려야 한다. 11차 전기본의 계획은 절반도 안 되는 수준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것을 기준으로 3배라는 수치를 겨우 맞춘 것은 국제사회에 내놓기 부끄러운 목표치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향후 15년간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한 정부의 계획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어떤 방식으로든 발전소를 지어 전기를 공급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잘못된 방식이다. 기후위기라는 막중한 위기 앞에서 ‘어떤’ 전기를 만들지를 물어야 한다. 원전을 고집하면서 시간과 역량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이미 국제사회의 대세가 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더 질문해야 할 게 있다. ‘어떻게’ (어떤 경로와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늘려갈 것인지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중 공기업의 비중은 9.4%에 불과하다. 또한 2023년 8월 기준, 발전사업을 허가받은 해상풍력 단지 가운데 92.8%가 국외 자본이나 대기업의 소유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석탄발전소 비중이 낮아짐에 따라 전력 생산에서 발전공기업의 역할은 사라지고, 대부분의 발전시설은 민간이 소유 운영하게 된다. 시민의 필수적 사회서비스인 에너지의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커진다.

더군다나 2036년까지 전국의 석탄발전소 중 28기가 폐쇄될 예정이고 8000여 명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발전공기업이 재생에너지 생산의 주체로 적극 전환함으로써 석탄 발전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재생에너지 일자리로 옮겨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기후’와 ‘노동자의 삶’ 모두를 지키는 정의로운 전환이 가능해진다. ‘어떤’ 전기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해 올바를 답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 정책은 원점에서부터 다시 수립해야 마땅하다.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기반한 한국의 첫 번째 전력계획이며, 2035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기후위기 대응 및 에너지전환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에너지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릴레이 기고를 5차례에 걸쳐 내보냅니다.


경향신문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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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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