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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취임 한달, 조용히 넘긴 韓…'정치 색깔' 관철까진 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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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취임 한 달…'제3자 추천', '격차 해소', '복권 반대'

'따뜻한 보수' 등 색채는 보여줬지만…'관철'은 역부족

'尹과 차별화'에서도 존재감 못 드러내…김형석·명품백 등 침묵

당 내부 정비 완료·이재명 2기 출범 맞춰 '차별화' 시작될까

최근 전공의협의회 비공개 만남…대통령실·정부에 '쓴소리'?

노컷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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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달 23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선되고 취임한 지 한 달 넘게 지났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민생'에 주력하고자 '격차 해소'라는 정책 이슈를 내걸었다. 구호는 선명했지만, 막상 결과물은 미미한 실정이다. 특히 야권의 '채 상병 특검' 압박을 돌파할 방안으로 '제3자 추천안' 등을 내세웠지만 당내 반발에 이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다.

2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 대표는 '취임 한 달' 기자회견을 열지 않고, 성과를 종합하는 계기는 '취임 100일'로 넘겼다.

한 대표 측에 따르면 취임 직후 국회에서 이른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일정 방해)' 등 대야 투쟁이 펼쳐졌고, 이후엔 여야 대표 회담 준비가 진행되는 등 정국을 구상하고 메시지를 내놓을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고 한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필리버스터가 중간에 있었고, 최근 열흘 이상은 여야 대표 회담 준비 등으로 정신이 없었다"며 "실질적으로 한 달이라고 보기엔 좀 짧았던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대표는 지난 23일 한 행사에서 짧게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최대한 정치공방을 자제했다"며 "집권 여당을 대표로서 이끌게 됐는데, 여러 가지를 생각해서 지난 한 달 동안 제가 많이 참았다. 그 이유는 어떤 정치 공방에 불씨를 계속 살려가서 그 온도를 높여 가는 것보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논의 같은 민생을 여야 정치에 전장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정치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쟁'이 아닌 '민생'에 집중했다는 취지다.

한 대표는 선출된 후 줄곧 '민생'을 강조해 왔다. 폭염 대비 취약계층 전기료 감면, 난임 사각지대 시술비 지원,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피해 구제 방안 등 민생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민생과 밀접한 이슈들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민생에 집중하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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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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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부 정책은 한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지난 22대 총선을 이끌며 내세웠던 '격차 해소'라는 프레임과 일부 맞닿아 있기도 했다. 취약계층 지원 강화를 통해 '따뜻한 보수' 색채를 드러내려 했던 셈이다. 최근엔 '격차해소특별위원회'를 꾸리고 당 최다선인 6선 조경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격차 해소'를 본인의 브랜드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관철은 되지 않았지만,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復權)'에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보수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골자로 한 국정원법 개정안과 '적국(敵國)'으로 한정됐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한 점도 전통 지지층 결집을 겨냥했다는 평가다.

한 친한계 인사는 "여당 대표 입장에서 정책을 통해 정부와 다른 색깔을 보여주긴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한 대표가) 본인의 전문 영역인 사법 체계, 수사권 등에서 보수 색깔을 선명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민생 행보에 집중한 것에 비해 야당과 차별화되는 정책을 내놓거나, 방향성 측면에서 뚜렷하게 보여준 결과물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을 내걸고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킨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비해 정책 드라이브가 다소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대표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의 경우도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띄운 이슈이기도 하다.

'용산과의 차별화'도 마찬가지다. 전당대회에서 약 63%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만큼 '국민 눈높이'를 앞세우며 '채 상병 특검법' 등을 관철시킬 것이라 기대를 받았지만, 당내 반발에 부딪쳐 한 달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서 촉발된 역사 논쟁에서도 한 대표는 별다른 차별점을 내세우지 못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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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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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입장은 '퇴보'하기까지 했다. 최근 검찰의 무혐의 결론에 대해 한 대표는 "사법적 판단은 팩트와 법리에 관한 것"이라며 "거기에 맞는 판단을 검찰이 내렸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 데뷔 직전 법무부장관 시절 "법 앞에 예외는 없다"고 언급한 것에 비해 한참 후퇴한 셈이다.

다만 한 대표 측은 채 상병 특검법 발의에 있어서 만큼은 추진을 위한 당내 절차를 밟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대표는 최근 계속 의원들을 만나서 (채 상병 특검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우리 스텝에 맞춰서 가는 것"이라며 "그 외에도 여러 의견들을 폭넓게 구하고 있다. 당내 리더십 발휘를 위한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여당 관계자는 "한 대표가 지금까지는 당 내부 정비에 공을 들여온 것"이라며 "지난 주부터 이재명 대표의 재임이 시작된 만큼 이제부터는 특검법 등에서 차별화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 한 대표는 최근 당직 유임 문제를 놓고 껄끄러웠던 '친윤'(친윤석열)계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전당대회 당시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인요한·김재원 최고위원 등과도 개별적으로 식사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10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후보 공천권을 각 시도당에 위임하기로 방침을 세우는 등 당내 저변을 넓히는 작업을 해왔다.

한편 한 대표는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대위원장과 비공개로 만나 의정갈등 해법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계기로 대통령실과 정부에 '쓴소리'를 내는 등 차별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박 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이) 비공개로 상호 합의된 만남을 일방적으로 언론에 흘려 다소 유감"이라면서도 "(비공개 만남을) 공개한 것은 결국 한동훈 대표의 결심과 의지의 표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 대표와 여당은 복잡한 이 사태의 본질을 세심히 살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을 설득해 주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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