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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란 보복' 바짝 곤두섰던 이스라엘 뜻밖의 헤즈볼라 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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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헤즈볼라 보복 3주 이상 대비하며 피로감·군비용 부담

'최선의 방어는 공격'…보복 불확실성 제거하려 한 듯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에서 헤즈볼라 무인기가 요격되는 모습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란의 보복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웠던 이스라엘이 이란의 '대리군'인 레바논 헤즈볼라를 대규모로 선제공격하는 뜻밖의 수를 뒀다.

지난달 말 연이어 벌어진 헤즈볼라 최고위급 파우드 슈크르와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피살 뒤 이란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잔혹한 보복'을 예고했다.

국제사회는 기정사실이 된 보복 공격의 'D-데이'와 방식을 놓고 여러 시나리오를 그렸지만 이스라엘은 방어 대신 선제공격이라는 강수를 감행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이스라엘이 선제공격을 결심한 것은 무엇보다 보복 공격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하니예 암살 뒤 3주 넘게 이란을 위시한 '저항의 축'의 보복 공격 위협에 전면전 수준으로 군의 경계를 격상하고, 병원에도 유사시에 대한 대비 강화를 주문하는 등 최고 수준의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가자지구 안에서 벌어지는 하마스와 전쟁과 달리 전국토가 보복 공격의 표적이 되면서 국민적 피로도가 높아지던 터였다. 또 군이 최고 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과 군의 스트레스 역시 시간이 갈수록 이스라엘 정부에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정부는 25일(현지시간) 새벽 전투기 100여대를 동원한 대규모 선제 폭격을 가하면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미사일과 로켓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이유를 댔다.

BBC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새벽 5시에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와 드론 등을 무더기로 발사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면서 30분 앞선 새벽 4시 반에 선수를 쳤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이스라엘 북부를 드론과 로켓을 동원해 공격을 이어오는 터라 헤즈볼라의 공격 징후가 새로운 상황이라고 하긴 어렵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이스라엘은 '보복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결심했을 수 있다. 이란의 보복 이전에 자국과 가장 가까운 헤즈볼라 문제를 먼저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예기치 않은 대규모 선제 폭격에 헤즈볼라도 드론, 로켓포 수백발을 쏘며 대응했고 이를 슈크르 피살에 대한 '보복 1단계'로 규정했다.

또 선제공격의 이유로 '헤즈볼라의 공격 징후'를 주장한 것은 공격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일단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은 외국 정부들에 "이스라엘은 자기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며 전면전에는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헤즈볼라의 '준비된 보복 공격'은 텔아비브나 하이파와 같은 주요도시가 표적이 될 수 있는 만큼 기습적인 선제공격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의 주요도시가 헤즈볼라의 공격에 노출된다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이 개전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와 동시에 전쟁을 치러야 하고 이는 곧 이란의 '하나예 암살 보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 이후 최대 규모 공습을 갑자기 받은 헤즈볼라는 즉시 보복했지만 선제공격을 당한 뒤 '채 준비되지 않은' 작전으로 평소처럼 이스라엘 북부만을 겨냥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임계점이 가까워지던 헤즈볼라와 전면전은 가능성은 다소 낮아진 셈이다.

이스라엘군은 선제공격 뒤 예상되는 반격에도 충분히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5일 "헤즈볼라의 드론을 모두 격추했다"고 밝혔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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