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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국회의장과 한국정치

길 위의 국회의장, 우원식의 '현장' 국회[국회기자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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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 중립 아닌 본인의 역할 찾는 중"

여전히 '현장민원실' 운영하며 민심 청취

與선 아쉬움 있지만…'만나야 풀린다' 원칙 고수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주말마다 길에 나와서 휴대용 선풍기 하나 틀어두고 얘기 좀 하자고 하는 사람이 국가 의전 서열 2위의 국회의장이라면 믿어지실까요?

잘 그려지는 모습은 아닙니다. 권력자들은 늘 텔레비전 속에서만 얼굴을 비추고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만 지하철 역을 찾는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그런데 의전 서열 2위가 되어도 여전히 길 한 켠에 책상을 펴 두고 시민을 만나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입니다.

그는 자신의 성씨인 ‘우’(禹)를 따다가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현장 행보에 방점을 찍어왔습니다. 정치인들에게 ‘생(生)민심’, 날 것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라고 당부한 우 의장의 지난 80일을 짚어보려 합니다.

이데일리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4일 서울 노원구 경춘선숲길 방문자센터 앞에서 ‘현장민원실’을 열고 시민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사진=우원식 국회의장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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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갈등은 적극 중재, 민심 청취도 멈추지 않는 禹

우 의장은 여야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 국회의장으로 선출됐습니다. 그가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제22대 국회는 다수를 점한 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국민의힘은 그에 맞서 대통령에게 계속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전쟁터였습니다.

지난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우 의장은 “여야의 구조적 갈등 요인이 국회 운영에서는 사실상 상수”라며 “의장으로선 여야 중재에 난관이 클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 더 많은 고심을 하고 애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어요. 그러면서 “대화와 중재, 국회법 절차, 어느 하나에 묶이지 않고 어떻게든, 반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방법, 국민에게 이로운 방향이 무엇인가를 중심에 놓으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회가 ‘합의’를 이유로 공전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의장의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미 그는 의장에 당선된 직후부터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혀 왔습니다. 의장에 선출된 지 일주일쯤 지났던 6월 17일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겠다고 경고했고, 7월 24일에는 ‘방송4법’ 과 관련해 중재안도 제시했습니다. 8월 14일에는 15일로 예정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는 입장도 상세하게 설명했고요.

우 의장의 측근인 민주당 중진 의원은 “기존 의장들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려 한 측면이 있는데 우 의장은 여야 합의 과정에서 본인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여야 원내대표의 몫으로 넘겨졌던 협상에 의장이 직접 참여했다는 의미입니다.

우 의장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현장성’입니다. 대표적으로 그는 민주당의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내 민생 현장 방문을 주도했습니다. 현재도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에서 현장 민원실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우 의장은 의원 시절부터 민생 현장을 많이 다녔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노력도 했고 성과도 냈다”며 “그런 분이 의장이 됐으니 국회가 민생을 중심에 둬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우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의원들에게 “자기 주변 사람들 얘기를 많이 듣고 그걸 민심이라고 하는데, 국민들의 진짜 민심, 생(生)민심을 청취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與 “공정하게 해주시길” 아쉬움도…양당 원내대표와 만남 주선

민주당 출신의 우 의장이 목소리를 키운 만큼 국민의힘에겐 국회 운영 중 상대해야 할 ‘플레이어’가 하나 더 늘어난 상황입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우 의장이 내리는 결단이 민주당 쪽에 경도된 것이라 볼 수 있겠죠. 국민의힘 원내핵심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공정하게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표했을 정도인데요.

원 구성 협상에서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가져가겠다고 선언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모두 가져갔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도 무리 없이 국회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도 불구하고 채해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방송4법 등은 본회의를 통과했네요. 여야 합의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법안 상정 여부를 고심해 온 전임 김진표 국회의장과 가장 대비되는 지점입니다.

다만 우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와 3자 회동을 정례화하고 “자꾸 만나서 고충도 얘기하다 보면 풀어지기 때문에 국회의장은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재자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여야가 극한 대립을 멈추고 합의점을 찾아내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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