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22일 하마스·서방 소식통 인용보도…이스라엘 요구, 美'가교 제안'에 담긴듯
바이든표 '3단계 휴전안' 원한 하마스 '난색'…블링컨 "가자지구 점령 허용 불가"
이스라엘군 참모차장 아미르 바람 소장이 98사단 병력과 함께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벌이는 모습. 사진은 이스라엘군이 21일(현지시간) 배포했다. 2024.08.21 ⓒ AFP=뉴스1 ⓒ News1 정지윤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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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 병력 주둔 요구가 가자전쟁 휴전협상의 막판 최대 난관으로 부상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2일(현지시간) 단독으로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피랍된 이스라엘 인질들과 맞교환할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방식에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 카타르 도하에서 이틀간 재개된 휴전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휴전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제의한 '가교 제안(bridging proposal)'이 양측의 입장차를 좀처럼 줄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하마스 내부에선 미국의 제안이 이스라엘의 입장만을 반영했다는 볼멘소리도 감지된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두 개의 회랑에 자국군을 계속 주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나는 △이집트 국경과 맞닿은 가자지구 최남단 '필라델피 회랑(Philadelphi Corridor)'이고 다른 하나는 △가자지구 중앙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넷자림 회랑(Netzarim Corridor)'이다.
익명을 요구한 하마스 관계자 2명은 이날 로이터에 "협상 막바지에 이스라엘이 새로운 휴전 조건들을 추가했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조건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31일 백악관 연설에서 제의한 '3단계 휴전안'에는 들어 있지 않았던 내용이라고 입을 모았다.
3단계 휴전안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인구밀집 지역에서 철수해 6주간 휴전에 돌입하면 하마스 피랍 인질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일부를 맞교환하고 (1단계) △휴전을 영구적으로 연장해 모든 하마스 피랍 인질을 석방하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뒤(2단계) △폐허로 돌변한 가자지구를 재건하고 사망 인질 유해를 유가족에게 인도하는(3단계) 내용을 담고 있다.
바이든표 휴전안은 지난 6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채택됐고, 이를 토대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자신들의 '역제안'을 추가로 담은 수정안을 주고받았다. 양측이 정확히 어떤 내용을 제의했는지는 비공개됐지만, 하마스는 영구 휴전에 대한 미국의 서면 보증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귀향자 검문권과 필라델피 회랑 통제권을 요구했다는 전언이 다수의 외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휴전협상이 공전을 거듭하자 미국은 지난 도하 회담에서 양측의 이견을 좁히겠다는 의미로 가교 제안을 던졌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이 제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이날 서방 외교관은 로이터에 미국이 가자지구 내 두 회랑에 이스라엘군 주둔을 허용하는 내용이 가교 제안에 포함됐다고 귀띔했다.
가교 제안을 받은 하마스는 반발했다. 지난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현재 마련된 중재안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최근 입장과 너무 가깝다고 비판했고, 지난 20일에는 추가 성명을 내고 "우리의 진정한 입장을 (중재안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겨냥해 "가자지구 침략 전쟁 공모자들"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결코 새로운 게 아니며, 기존 휴전안 이행을 담보할 방법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넷자림 회랑 주둔은 '비무장 민간인만 가자지구 북부 귀환을 허용한다'는 지난 5월 휴전안의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필라델피 회랑에 대해선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기존 전쟁 목표에는 남부 국경을 보호하는 것도 포함된다"면서 자국군 주둔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5월 필라델피 회랑을 점령하면서 회랑 지하에 설치된 땅굴을 통해 이집트로부터 하마스의 무기가 밀수된다는 점을 점령 명분으로 내세웠다. 길이 14㎞짜리 필라델피 회랑은 이집트와 국경을 마주해 이스라엘이 직접 통제하지 않는 가자지구 내 유일한 육상로였다. 이스라엘군이 이 회랑을 점령한 건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이후 19년 만이다.
미국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점령을 허용한 적이 없다며 양측을 향해 휴전에 합의할 것을 압박했다. 사흘간의 중동 순방을 마친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20일 도하 공항에서 귀국길에 오르며 취재진과 만나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장기 점령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했다"며 최근 휴전회담에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일정과 장소에 대해 매우 분명하게 합의했으며, 이스라엘도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마스도 가교 제안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자국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방식도 변경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하마스 관계자는 로이터에 미국의 가교 제안에는 "인질-수감자 교환 시 수감자들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가 아닌 다른 제3의 망명지로 석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증언했다. 다만 이집트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로이터에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가자지구 주둔 문제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는 이견을 해소할 의향이 있어 보인다며 석방 방식은 비교적 부차적인 문제로 해석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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