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준비
교육부, 인공지능-디지털 연수 확대… 교실혁명 선도교사 1만2000명 선정
서울시교육청, ‘러닝 페스티벌’ 개최… 수업 사례 공유하고 도구 활용 실습
일각선 디지털 교과서 도입 우려… “기능 한정적이고 AI 과의존 걱정”
교육부 선정 ‘교실혁명 선도교사’로 활동 중인 서울 백석초 천석경 교사(49)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교육부가 디지털 시대에 맞는 수업 혁신을 목표로 선정한 ‘교실혁명 선도교사’는 학교에서 다른 교사들의 AI 디지털 교과서 활용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내년부터 도입되는 AI 디지털 교과서 활용을 위해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하는 디지털 연수를 받는 중이다. 천 교사는 “연수를 통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디지털 교육에 관심이 적은 선생님을 위한 기초 연수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교육부, 교원 15만 명 대상 디지털 연수 진행
21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AI 디지털 교과서는 내년 초등학교 3,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및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과목에 도입된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이에 맞춰 AI·디지털 연수를 확대하고 선도교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 5월 1만2000명의 교실혁명 선도교사를 선정했으며 올해는 초중고 교사 15만 명을 대상으로 교원 연수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21년부터 AI·에듀테크 선도교사 및 AI 선도학교를 선정해 왔다. 올해는 초중고 119곳을 ‘디지털 선도학교’로 확대 지정해 디지털 기기인 ‘디벗’을 지원하고, AI 기술 등을 활용한 학생 맞춤형 수업 모델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또 내년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앞서 400여 개의 디지털 연수 과정을 운영 중이다.
2022년부터 백석초에서 근무 중인 천 교사는 수학 및 국어 과목에서 매쓰홀릭T, 자작자작 등 여러 AI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수업을 꾸려 나가고 있다. 백석초는 디지털 선도학교로 지정돼 지난해 2학기부터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AI 사용을 위한 예산을 지원받았다. 올해부턴 3,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벗’을 지원받아 AI·디지털 교육에 활용 중이다.
천 교사는 AI를 활용해 개별 학생 맞춤형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5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학급 인원 21명 중 3분의 1에 달하는 학생들의 학습 수준이 3, 4학년으로 돌아가야 할 수준이었다”며 “이에 수학 AI를 활용해 부족한 영역의 개념과 문제를 학습시켰고 학년을 마칠 때는 대부분이 5학년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AI 디지털 교과서 활용 맞춤형 연수 필요”
지난달 12, 13일 진행된 페스티벌에는 서울시 교사, 학생, 학부모, 교대생 등 1400여 명이 참여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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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이런 선도교사 수업 사례 공유를 통해 전체 교원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2∼13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 교대생 등 1400여 명이 참여한 ‘AI·디지털 러닝 페스티벌’을 열어 AI·디지털 활용 수업 사례 90개를 공유하고 디벗을 활용한 수업 실습 50개를 진행했다.
천 교사도 지난달 12일 오후 행사에서 50여 명의 선생님을 대상으로 ‘AI 에듀테크 도구를 활용하여 사회과 프로젝트 수업 구성하기’ 실습을 진행했다. ‘감마’ 애플리케이션(앱)과 구글 AI 검색엔진 ‘제미나이’ 등을 활용해 발표 자료를 제작하고 게임 기반 학습 플랫폼 ‘카훗’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선생님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천 교사의 수업을 들으면서 그가 시연하는 여러 에듀테크 앱들을 직접 사용해 봤다.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AI·디지털 러닝 페스티벌’에서 서울 백석초 천석경 교사가 ‘감마’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PPT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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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 참여한 교사들은 “다양한 수업 사례를 보고 실습을 진행하며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 서정초 오현정 교사(40)는 “AI 디지털 교과서 외에도 학생들의 생각을 잘 발현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골라 수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울 응봉초 홍성용 교사(36)도 “내년 AI 디지털 교과서 수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AI 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홍 교사는 “AI 디지털 교과서 프로토타입은 아직 기능이 한정돼 있고 교사들이 사용하기에 구성도 번거롭다”며 “실제 교과서 개발 과정에서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 교사는 “학생들의 개인정보 보호 등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매뉴얼이 필요하다”며 “학생들이 AI에 너무 의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단계적이고 제한적인 활용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AI·디지털 교육에 관심이 적고 부담을 느끼는 선생님들을 위한 맞춤형 연수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천 교사는 “AI·디지털 교육을 어려워하고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두려워하는 선생님도 많다”며 “앞으로는 교사 수준별로 더 다양한 연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학기에도 본청과 산하 지원청, 직속 기관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디지털 연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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