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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한국에살며] 외모가 실력보다 우선시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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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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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튀르키예에서 영어교육으로 학사 학위를 받고, 한국에서는 교육공학으로 석사를 마쳤다. 이후 영어학원에서 몇 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 이때 한 경험은 나에게 한국의 다문화사회의 실상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었다. 비원어민이지만 영어를 잘 구사하는 튀르키예 강사로서 많은 차별과 불평등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은 한국 사회의 다문화 인식과 교육 현장에서의 외모 중심적인 편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한국에서 몇 년간 살면서 일상생활에서는 차별을 많이 겪지 않았지만, 영어 강사로 활동하면서는 차별을 많이 느꼈다. 우선, 영어교육을 전공한 비원어민 강사는 이 교육을 전공하지 않은 원어민 강사에 비해 절반 정도의 월급을 받았다. 비원어민 강사가 아무리 영어를 잘하고 영어교육을 전공했어도 원어민 강사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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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툰 하미데 큐브라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이러한 차별 뒤에는 학부모들이 있는 것 같다. 학부모들이 영어학원을 선택할 때 눈여겨보는 것은 영어 강사가 원어민이냐 아니냐였기 때문에 학원 원장도 원어민 강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정확한 발음이나 표현은 원어민에게 배우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가르치는 방법을 모르면 그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나는 순진하게 학부모들이 실력이나 경력을 바탕으로 강사를 선택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서양인 외모를 가진 강사를 선호했다. 그래서 원장은 강사를 채용할 때 외모가 서양인 같지 않으면 불합격 처리하곤 했다. 외모 조건에 맞는 강사를 구하지 못할 때는 비서양인 강사들이 서양인처럼 보이게 머리를 염색하거나, 렌즈를 착용하거나, 아니면 옷 스타일이라도 바꾸도록 은근히 요구했다.

이렇게 하면서도 학부모와의 상담, 수업 이후 피드백 등 실제적인 업무는 비원어민 강사들에게 미뤘다. 대부분의 원어민 강사들은 한국어를 잘 못했고 이런 업무는 수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원어민 강사가 동료의 업무를 대신해 주어도 별다른 보상은 없었다. 원어민과 비원어민 강사의 월급 차이를 알게 된 후 월급 인상을 요구했지만, 원장은 내가 튀르키예 출신이라 원어민과 동일한 월급을 줄 수가 없고 원어민 동료의 일을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학원 원장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원장도 학부모의 요구에 맞추는 처지였다고 생각한다. 결국 학부모들의 기대와 요구가 이러한 차별적인 대우를 만들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한국인들이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다양하다는 사실을 수용하고, 외모를 실력보다 우선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다문화 인식 개선은 학생들에게 더 나은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모든 강사가 공정하게 대우받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다문화사회에서는 편견 없는 시각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알툰 하미데 큐브라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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