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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울림' 된 청년의 마지막 길…수술실 앞 배웅하며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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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숭고한 희생으로 다른 이들의 생명을 살린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장기를 기증해 여러 명에게 새 삶을 나눠준, 우리 사회의 진정한 영웅들입니다. 오늘(20일) 한 20대 청년도 이런 선택을 했습니다. 그가 수술실로 향하던 생의 마지막 길을, 가족을 비롯해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이 눈물로 배웅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는 뜻에서 병원은 수술실로 향하는 이 엄숙한 순간에, 울림길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늘 낮 12시, 서울대병원에서 뇌사 판정 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정해미/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 수간호사 : (뇌사자) 사망시간은 2024년 8월 20일 12시 5분입니다.]

뇌사로 최종 판정된 환자는 뇌졸중을 앓아온 20대 청년입니다.

건강한 그의 장기는 기증이 결정됐고, 의료진은 수술을 준비합니다.

[조아라/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 : 심장이라든지 폐 기능은 아직 조금은 안정적이라고, 그 부분을 계속 유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박선혜/한국장기조직기증원 코디네이터 : 삼가 경건한 마음으로 평안한 안식과 명복을 빕니다.]

수술실로 가는 좁은 통로.

청년을 치료했던 의료진들과 병원 직원들이 모입니다.

자신을 헌신해 다른 이들을 살리는 청년의 마지막 길을 함께 배웅하는 것입니다.

가족들이 오열하고, 의료진도 흐느낍니다.

추도사가 낭독된 뒤, 장기 적출 수술이 시작됩니다.

[민상일/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 : 간, 폐, 심장의 세 장기가 오늘 저녁에 바로 3명의 환자한테 (기증됩니다.)]

미국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뇌사 장기 기증자에 대해 '영예로운 배웅'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의식을 치르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지난해 서울대병원에서 처음 이뤄졌고, '울림길'이라고 불립니다.

[민상일/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 : (병원 직원들이) 아무도 말하지 않고 그냥 다 울었습니다. 정말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경의, 존경심 이런 것들이 (생겼습니다.)]

청년의 주치의는 최선의 치료를 했지만, 뇌졸중이 뇌사로 나빠지는 것은 안타깝게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가족들에게 장기 기증을 권유하는 것은 그에게도 힘겨운 일이었습니다.

[하은진/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 (뇌사자 주치의) : 보호자 면담하는 과정도 힘들고, 또 이제 공여자의 체계적인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내과적 관리나 이런 지식도 부족한 편이고….]

20대 청년의 울림길.

오늘 낮 4시에 시작된 수술은 자정쯤 끝날 예정입니다.

청년은 그렇게 3명의 생명을 구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영상취재 : 하륭, 영상편집 : 박진훈, 화면출처 : 미국 밸리 어린이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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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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