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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IT과학칼럼] 태양광 시대의 서막과 자원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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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Dawn of the Solar Age!’ 지난 6월 ‘이코노미스트’지의 표지를 장식한 특집호 제목이다. 세계 에너지 지형에서 태양광이 지배적·변혁적 중심이 되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 태양광은 올해 세계 전력의 약 6%를 공급하고, 약 3년마다 설치용량 2배 증가, 10년마다 10배 성장할 전망이다. 전 세계 원전 8배 규모의 성장이 원전 한개 건설에 드는 시간보다 짧은 기간 안에 이뤄질 거라 한다. 태양광은 2030년대 중반까지 최대 전력원이 되고, 2040년대에는 전 에너지 소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본다.

폭발적 성장은 경제성에서 오는 것이다. 화석연료의 경우 기술로 채굴 효율성을 높였지만, 연료를 찾는데 드는 비용이 경제성 개선에 한계를 준다. 태양광 발전은 그런 제약이 없다. 필요한건 실리콘 재료인 모래, 햇빛 잘 드는 장소, 인간의 창의성인데, 셋 다 풍부하다. 태양광 누적 생산량이 증가하면 비용이 감소하고 수요는 증가한다. 그렇게 발전단가는 현재 최저가의 절반 이하가 될 것으로 본다. 태양광이 기후변화를 멈출 순 없어도 빠르게 둔화시킬 거라고 이코노미스트는 기대한다.

헤럴드경제

2024년 6월 22일자 The Economist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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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탄소배출량은 사상 최대치였던 반면 그 증가세는 기록적으로 둔화했다. 실제로 선진국들의 재생에너지 확대가 감소세에 큰 역할을 했으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태양광이다. 태양광은 폭염 속 전력수요 폭증에 완충 역할을 하며 올여름도 기후위기 완화에 여념이 없다.

중국은 막대한 정부 지원과 공급량으로 태양광 시장을 잠식해 왔다. 산업의 독과점은 위협이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다양한 정책으로 산업·기술을 지원하는 이유다. 최근 두드러지게 늘어난 태양광 확대도 인플레이션감축법, 탄소국경조정제도, Fit-for-55, RePowerEU, 그린딜 산업계획 등에 힘입어 이뤄진 것이다.

중국의 끊임없는 공격적 행보에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던 우리 산업도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그 자체로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지만, 국산화율이 저조하면 공급망 확보가 더 어려워진다. 셀·모듈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분야 초격차 기술과 내수시장 확보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올 초 국회를 통과한 국가자원안보특별법(자원안보법)에 재생에너지 설비의 소재·부품 등을 핵심자원으로 지정한 것은 중요하고 옳은 일이다. 자원안보법 입법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상황에서, 각국의 자원 무기화와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 발생에 따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에 의한 것이다. 핵심자원에 대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대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는 지정학적 요소보다는 기술이 경쟁력을 만드는 자원이다. 자원안보법에 명시한 공급망 관리와 수급 대응을 위해서는 국가의 체계적 지원 하에 핵심기술의 혁신·개발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원안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면밀히 살피고 다듬어야 하는 이유다. 지난 3월 개소한 ‘태양광기업공동활용연구센터’를 자원안보법과 연계·활용하면 좋은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 우리 기업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하여 구축했으며, 초격차 신기술 개발, 양산기술 개발검증, 성능·효율 측정 기술 고도화를 통한 국가적 성과창출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최신 태양광 셀·모듈 제조라인을 포함하고 있어 기반시설의 공동활용, 교육 및 현장실습, 국제협력까지 도모 가능한 개방형 혁신연구 플랫폼이다. 자원안보법 취지에 부합하는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조속한 국가적 지원과 시의적절한 활용으로 센터가 자원 안보를 위한 제 역할과 기능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곽지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연구단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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