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합병원 중환자 재원 59%↑
수년간 교수 출신 의료진 영입해
대학병원 대안 기관으로 급부상
지난 2월 18일 정부의 의대증원 추진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하면서 대학병원들의 파행 운영으로 인해 부산 중견종합병원의 중환자실 입원환자와 심장이나 뇌혈관 중재술 건수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대한외과학회 회장)은 18일 "지난 2월 중순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3월부터 7월말까지 5개월간 중환자실 재원환자 수는 모두 378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79명에 비교해 1401명, 59% 급증했다"고 밝혔다.
또 골든타임을 다투는 심장이나 뇌혈관중재술 건수도 같은 기간 각각 184건과 35건으로 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29건, 26건에 비해 각각 42.6%와 34.6%나 급증한 것이다.
온종합병원 측은 올해 3∼7월 누적 입원환자 수도 7만 31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만4217명보다 1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학병원들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진료에 차질을 빚으면서 대안으로 지역의 중견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이 물려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증질환자들에게 집중치료를 하는 중환자실이나 골든타임을 요구하면서도 고난도 시술을 해야 하는 심장과 뇌혈관 중재술 환자들이 급증한 데에는 온종합병원에서 최근 수년간 대학병원 교수 출신 의료진들을 꾸준히 영입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학병원의 대안 의료기관으로 인식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예순살 A씨는 지난 3월초 경남 통영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고도 전공의 파동으로 대형병원들이 파행 운영되면서 서울에서의 수술길이 막혀 발을 동동 구르다가 부산 온종합병원 간담췌외과 김건국 교수(전 가천의대 길병원 외과교수)에게 성공적으로 수술 받았다.
수술 직후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매우 어려운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수술이 잘돼서 빠르게 회복중입니다. 혹시 저와 같은 질환(췌장암)이 있으신 분들은 미련하게 서울 쪽 병원을 고집하다 시기를 놓치지 마시고, 하루빨리 지방 종합병원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거기도 수술경험이 많은 의료진들이 진료하고 계십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이 사실이 사람들에게 알려져 대학병원들의 파행진료로 갈팡질팡하던 암 등 중환자들이 지역 중견종합병원을 찾는 계기가 됐다.
온종합병원 김동헌 병원장은 "온종합병원 뿐 아니라 그동안 시설과 우수 의료진 영입에 집중 투자했던 지역 중견종합병원들 대부분 전공의 파동 이후 외래나 입원환자들이 많이 늘어났다"면서 "이는 혈액종양내과와 췌장담도내과, 호흡기내과, 심장내과, 신경외과, 간담췌외과 등 암이나 중증응급환자들은 의료기관의 규모를 따지기에 앞서 진료나 수술을 하게 될 의료진의 실력이나 명성을 고려하는 경향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의대증원 파동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그동안 서울 메이저병원들로의 지나친 환자쏠림 등 왜곡돼 왔던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게 되는 뜻밖의 결과를 야기함으로써 지역 중견종합병원들이 활성화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 사실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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