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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기자수첩] 고요 속의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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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최아영 정치부


"흥행이 안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어대명' '확대명'이라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전대는 시작부터 그들만의 축제였다. '중도 포섭, 외연 확장'을 외치며 시작한 것이 무색한 결과다.

당초 민주당은 전대를 크게 키울 생각이 없었다. 당내 실무진 사이에서는 지역을 다 돌 필요 없이 원샷 경선을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명 압승'이라는 결과를 지역마다 공개하며 반감을 살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이재명 캠프는 인원을 지난 전당대회 대비 반으로 대폭 줄였다. 그 배경에는 확정된 연임에 힘을 빼지 않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캠프를 꾸릴 때 다른 의원들에게 보좌진 파견을 요청해야 하는데, 이기는 선거에서 굳이 인원을 빌려와 빚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보좌진을 파견받으면 그 의원에게 빚을 지는 것"이라며 "빚을 지게 되면 추후에 부담이 될 거라 판단했는지 이번엔 손을 거의 안 벌렸다"고 귀띔했다.

대외적 흥행 저조와 반대로, 강성 지지층을 필두로 한 당원들 사이에서는 전대 선거가 과열되는 모습이다. 개딸들은 친명일색이라고 평가받는 최고위원 후보군 내에서도 '찐명'을 수색했다. 개딸 전성시대에 의원들도 눈치보기 바쁜 모습이다. '줄 세우기 선거' 발언에 이언주 후보는 공격을 받았고, '이재명 뒷담' 논란에 정봉주 후보는 국회 기자회견장을 잡아줄 의원을 구하지 못해 백브리핑장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결과적으로 전대를 통해 당 장악력은 강화됐지만, 외연 확장과는 거리가 더욱 멀어진 모습이다. 뻔한 선거에 중도층은 관심을 돌렸다. 금투세 등 우클릭 행보도 단기적으로는 화제가 됐으나 당내 분란만 야기했을 뿐 전대로의 관심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세금을 꺼내 들었지만 그래서 추구하는 경제적 가치가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며 "포퓰리즘"이라고 바라봤다.

최근 민주당은 강령에 '시민 중심'을 '강한 민주주의'로 바꾸고 당원 중심 대중정당을 내걸었다. 이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200만명이 넘는 당원이 자기 돈으로 경비를 부담하면서 활동하는 당은 공산당 이런 것 빼고는 대한민국의 민주당이 유일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대선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팬덤 너머 대중의 침묵을 마주해야 한다. "침묵은 경멸을 나타내는 가장 완벽한 표현이다."

act@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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