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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제발 더 던지게 해주세요"…그래서 꽃감독은 '라우어' 교체할 수 없었다 [잠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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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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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책임감이 빛났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하루 전 경기를 돌아봤다. 선발투수 에릭 라우어를 칭찬했다.

올해 KIA는 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로 외인 선발진을 구성했다. 그러나 크로우는 지난 5월 초 팔꿈치 부상에 부딪혔다. KIA는 대체 외인으로 캠 알드레드를 영입했다. 알드레드마저 약점을 노출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다시 결단을 내렸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라우어와 손을 잡았다.

라우어는 지난 11일 삼성 라이온즈전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3⅓이닝 7피안타(2피홈런) 1볼넷 1사구 3탈삼진 4실점으로 고전했다. 노 디시전으로 물러났다.

이어 지난 17일 LG전서 두 번째 등판에 나섰다. 0-0으로 맞선 3회말 경기 첫 실점을 기록했다. 송찬의의 좌전 안타, 홍창기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 두 주자가 이중도루에 성공하며 무사 2, 3루로 이어졌다. 신민재의 유격수 땅볼에 송찬의가 득점해 0-1로 뒤처졌다. 라우어는 오스틴을 헛스윙 삼진, 문보경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해 실점을 최소화했다.

4회말에도 고비를 넘겼다. 박동원의 헛스윙 삼진, 오지환의 중전 안타, 김현수의 볼넷, 박해민의 헛스윙 삼진, 송찬의의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2사 만루. 홍창기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워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마쳤다.

4회 종료 후 라우어의 투구 수는 97개였다. 투수 교체가 예상됐지만 라우어는 2-1로 앞선 5회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신민재를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아웃시킨 뒤 오스틴에게 3구 만에 중전 안타를 맞았다. 문보경을 3구 만에 중견수 뜬공, 박동원을 4구 만에 포수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태서 포수 태그아웃으로 정리했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뒤 투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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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라우어의 최종 성적은 5이닝 4피안타 4볼넷 7탈삼진 1실점, 투구 수 108개였다. 14-4 대승으로 KBO리그 데뷔 첫 승을 챙겼다. KIA도 3연승과 위닝시리즈를 확보하며 미소 지었다.

이범호 감독은 "사실 (4회 종료 후) 투수코치에게 그만 던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라우어가 '제발 한 이닝만 더 던지게 해달라. 한국에서 많이 안 던졌으니 한 번만 더 던지게 해달라'고 이야기했다"며 "그래서 투구 수 110개를 정해놓고 거기까지만 투구하라고, 그 이상은 안 던지게 할 것이라고 했다. 라우어도 알겠다고 하고 등판했는데 108개에서 딱 끝냈다"고 밝혔다.

이어 "라우어가 수석코치, 투수코치와 전력분석 미팅할 때 간절함을 보였다고 한다. 이번에는 꼭 잘 던지고 싶다고 엄청 노력하고 연구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런 선수가 1이닝 더 던지고 싶다고 하는데 거절하긴 어려웠다. 투구 수만 정해준 이유다"고 덧붙였다.

만약 타자들이 5회초 역전을 이루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이 감독은 "그래도 110개까지는 던지게 했을 것이다. 라우어가 80개든 110개든 120개든 본인은 몸 상태가 비슷하다고 하더라. 선발투수들은 그런 말을 많이 한다"며 "선발투수가 한 이닝을 더 던져주면 필승조 등 중간투수를 한 명 아낄 수 있어 우리도 좋다. 앞으로 라우어가 등판하면 투구 수와 구위 등을 체크해가며 조절해 주려 한다"고 전했다.

선발투수로서 책임감도 엿보였다. 이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굉장한 커리어를 갖춘 선수다. 한국 무대에서도 빨리 적응해 좋은 성적을 내고자 하는 마음이 상당히 크게 느껴졌다"며 "더 적응하기 위해 더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고 하는 걸 보면 분명 이 리그에 애착이 있는 듯하다. 이 팀에서 잘하고 싶기 때문에 10개라도, 20개라도 더 던지겠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고 미소 지었다.

이 감독은 "보통 몸을 아끼는 선수들은 97구 정도 되면 그만 던지겠다고 한다. 이번에 라우어가 하는 것을 보며 우리가 앞으로 더 큰 경기를 치르게 되면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 던져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기분 좋았다"고 강조했다.

사진=KIA 타이거즈​​​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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