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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웃돈 주고 세금도 대신 내드릴게요”… 다시 ‘귀하신 몸’ 된 서울 아파트 분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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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얼어붙었던 서울 주요 아파트들의 분양권·입주권 거래가 되살아나고 있다. 양도소득세를 매수자가 대신 내주는 등 강북에서도 7억원 가까운 웃돈을 부르는 단지들이 등장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지연되고 새 아파트 공급이 지연되면서 분양권 시장이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양도소득세율이 여전히 높아 분양권 거래가 평년 수준보다 더 오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경향신문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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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올초부터 이달 18일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분양·입주권 거래는 총 45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94건) 대비 15%가 늘었다. 전매 제한과 실거주 규제로 인해 분양권 거래가 사실상 ‘올스톱’됐던 2022년(52건)과 비교하면 회복세가 완연하다. 분양권은 청약 당첨자로부터, 입주권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으로부터 아파트를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올해 서울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단지는 둔촌주공을 재건축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으로 올해 들어서만 85건이 거래됐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 입주권은 전매제한(1년)이 해제된 직후인 지난해 1월 15억9253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 7월엔 24억5177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평형 분양가가 13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프리미엄만 10억원이 넘게 붙은 것이다.

강북 단지들에서도 수억원의 웃돈이 붙은 분양권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이달 전매제한이 해제된 서울 광진구 ‘롯데캐슬이스트폴’ 분양권은 전용면적 84㎡ 기준 현재 23~24억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매도자가 내야 할 양도소득세까지 매수자가 부담하는 이른바 ‘손피(매도자가 실제 손에 쥐는 프리미엄)’ 거래 조건이 대부분이다.

롯데캐슬 이스트폴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지난주 본격적으로 전매제한이 풀리기 전부터 문의전화가 쇄도했다”며 “현재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층수 기준으로 6~7억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돼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와 성동구 ‘청계 SK뷰’도 전매제한 해제를 앞두고 있어 분양권 거래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입주·분양권 거래가 활발해진 이유로는 치솟는 분양가가 꼽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역대 최고수준인 4401만7000원이었다. 2018년 2월(2192만1000만원) 이후 6년 5개월만에 2배가 넘게 오른 것이다.

당분간 새 아파트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분양권 거래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사비 상승으로 서울 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보니 신축을 원하는 수요자들이 구축 대비 높은 가격을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양권 거래가 평년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위원은 “분양권 거래가 활성화되기엔 양도소득세율이 여전히 너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주권과 분양권을 1년 이내에 팔 경우 매도자는 77%, 1년 이상 2년 미만에 팔 경우에는 66%의 양도소득세율이 적용된다.

서울 아파트의 전반적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오히려 분양권 거래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 동대문구의 B공인중개사는 “분양권을 팔겠다던 매도자들이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보고 전월세로 돌리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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