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로이터=뉴스1) 박재하 기자 =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15년간 해외 도피 생활을 마치고 22일 귀국했다. 사진은 방콕 돈므앙 공항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탁신 전 총리(가운데)와 막내딸 패통탄(오른쪽). 2023.08.22/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방콕 로이터=뉴스1) 박재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태국의 정치적 운명이 다시 군부 세력과 '탁신 가문'의 영향권 밑으로 들어갔다. 16일 로이터 및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태국 하원 의회의 총리 지명 투표에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이 과반 득표에 성공해 31대 태국 총리로 결정됐다.
37살의 패통탄은 태국 역대 최연소 총리이자 최초의 부녀 총리라는 기록을 남겼다. 탁신 일가로 범위를 확대하면 네 번째 총리이다. 2001년 탁신, 2011년 탁신의 여동생 잉락 뿐 아니라 2008년 탁신의 매제인 솜차이 웡사왓도 잠시 총리직을 맡은 적이 있다.
패통탄의 총리 선출은 이틀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14일 세타 타위신 전 총리에 대해 "헌법 윤리 규정 위반"으로 해임 결정을 내렸다. 이에 푸타이당을 포함한 11개 여당연합은 15일 패통탄을 총리 후보로 확정했고, 16일 의회투표로 공식 선출했다.
━
탁신 전 총리의 막내딸 …"8살 때부터 내 삶도 정치와 얽혀"
━
(로이터 방콕=뉴스1) 조소영 기자 = 작년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킨 야권 지도자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MFP) 전 대표가 24일 태국 헌법재판소로부터 선거법 등의 위반 혐의와 관련한 판결을 받았다. 2024.1.24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 방콕=뉴스1) 조소영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패통탄은 탁신의 세 자녀 중 막내다. 1986년 미국에서 태어나 태국 최고 명문인 쭐랄롱꼰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가족 회사 중 호텔과 리조트 관련 계열사를 맡아 경영하다 2021년 푸타이당에 합류했고, 작년 10월 당 대표에 올랐다.
외신들은 정치 경험이 짧은 패통탄이 총리가 된 데에는 '탁신 가문' 출신이라는 배경이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CNN은 "패통탄의 지명과 선출 과정은 태국의 정부 권력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뚜렷하게 보여준다"며 "탁신 가문이 태국 정치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아버지 탁신이 영향력을 행사할지도 관심사다. 패통탄은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내가 여덞 살 때 아버지가 정치에 입문했다"며 "그날 이후 내 삶도 정치와 얽히게 됐다"고 말했다. 작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선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개인적 문제든 직장에 관한 문제든, 모든 문제에 대해 아버지와 상의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패통탄이 여당연합의 총리 후보자로 확정됐을 때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됐다"며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6%만이 그(패통탄)를 총리로 지지한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정부에서 일해 본 경험이 전무한 패통탄이 정치적으로 불안한 시기에 총리 자리에 올랐다"며 "(군부 세력은) 최근 1년간 태국을 뒤흔든 정치적 위기의 전환점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2023 총선 야권이 이겼는데… 또 다시 군부·탁신 가문 손아귀에
━
[방콕(태국)=AP/뉴시스]차이타왓 뚜라톤 태국 전진당(MFP) 대표(가운데 오른쪽)와 피타 림짜른랏 전 MFP 대표(가운데 왼쪽)가 지난 1월31일 방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가 12일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한 진보 성향의 전진당(MFP)의 해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MFP의 왕실명예훼손방지법 개정 주장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른 것이다. 2024.03.12. /사진=유세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23년 총선에서 유권자는 야권에 승리를 안겨줬다. 특히 2030세대는 국왕 중심의 입헌군주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야권의 공약을 적극 지지했다. 하지만 1년여 만에 야권은 사라졌고 여전히 왕실과 친밀한 군부세력을 중심으로 한 정계 개편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 선거관리위원회와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있었다.
NYT는 "헌법재판소가 태국 민주주의에 타격을 가하고 총리를 축출한 지 이틀만에 강력한 '후계자 정치인'이 등장했다"며 "탁신은 전진당을 견제하려는 보수정당 및 군부세력과 '거래'를 맺고 지난해 태국으로 돌아왔고, 부패 혐의로 8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단 하루도 감옥에 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당분간 왕실을 중심으로 한 푸타이당과 군부세력의 '밀월 관계'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태국정치연구원은 "해산된 전진당이 인민당으로 재창당해 2027년 총선에 다시 나오겠다고 하나, 작년 총선을 목격한 여당 연합 세력은 이들의 집권을 막기 위해 계속 손 잡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전국적 시위를 촉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5월에 실시한 태국 의회 산하 국책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시 전진당의 지지율은 35.7%까지 치솟으며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연립 정부를 구성한 여당 연합은 11.2%에 그쳤다. 지지율이 가장 높은 정당을 헌법재판소가 해산시키자 젊은 세대들은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반발의 메시를 공유하고 있다. 2020년 태국 곳곳서 번진 '세 손가락 시위'의 시작점도 헌법재판소의 미래전진당 해산 명령이었다. 미래전진당은 전진당의 전신이다.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