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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연금 개혁안의 두 축은 세대 형평성을 강화하면서 연금 고갈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다.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만 조정하는 모수 개혁만으로는 더 오랜 기간 돈을 내고도 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청년층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15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며 "국민연금 구조 개혁을 통해 연금 고갈 시점을 2055년에서 30년 늦출 수 있다"며 "정부 개혁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우리 사회를 더욱 공정하고 건강하게 만들 교육, 노동, 연금, 의료 개혁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개혁안의 핵심은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까지 4%포인트 인상한다면, 20·30대는 매년 0.5%포인트씩 8년간 인상하고 40·50·60대는 1%포인트씩 4년간 인상하는 방식이다.
모든 가입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모수 개혁안은 청년층에 불리하다. 세대 구분 없이 보험료율을 인상하면 젊은 층일수록 더 많은 보험료를 더 오래 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장년층은 높은 보험료를 짧게 더 내더라도 청년층과 같은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사망 때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이에 청년층이 목표 보험료율에 다다르는 기간을 늘려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 정부는 고령층의 소득 보전을 위해 기초연금 인상안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노인 소득 하위 70%가 받는 기초연금을 월 33만원에서 임기 내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앞 세대는 훨씬 더 낮은 보험료율을 내고 더 높은 소득대체율을 누리는데 기금 소진 이후의 세대에 무작정 높은 보험료율을 강요한다면 세대 간 형평성이 크게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연금 제도에 반발이 큰 청년층의 부담을 덜고, 중장년층의 기여분을 높여 연금 고갈 시점을 늦추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경제성장률에 따른 기금 운용 수익률과 인구구조, 기대여명 변화에 따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안정화장치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자동안정화장치는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웨덴, 독일, 핀란드,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이 도입한 시스템이다.
자동적으로 모수 조정이 이뤄진다면 5년마다 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험료율을 인상한 뒤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하는 방안이 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개혁안을 통해 연금 고갈 시점을 현재 2055년에서 30년가량 연장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기준 가입 대상자인 20세가 연금을 충분히 받는 2080년까지는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없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정부는 앞서 여야가 합의한 보험료율 개편안(9%→13%) 이상의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한 범위 내에서 개혁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어 큰 폭의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소득대체율도 40%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방안을 기초로 개혁안을 다듬고 있다.
연금을 납부하는 게 부담이 된다는 국민이 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가 통계청 사회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을 내는 게 부담스럽다'는 국민은 지난해 57.1%로 직전 조사가 이뤄졌던 2019년(55.9%)에 비해 증가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모수 개혁안,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통합 연계 방안이 포함된 개혁 세부 사안을 발표한 뒤 향후 국회 논의를 통해 확정한다는 방침"이라며 "연금 개혁은 결국 국회 협의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류영욱 기자 / 김정환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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