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주민 무작위로 골라 군복 입혀 지하터널·가옥 등에 투입"
이스라엘군 "관련 의혹 접수되면 관계 당국이 검토할 것" 원론적 답변
가자지구에서 작전 중인 이스라엘 군인들 |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하마스와 10개월 넘게 전쟁중인 이스라엘군이 터널과 건물 진입작전 때 부비트랩 작동을 우려해 팔레스타인 주민을 인간 방패로 이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탐사보도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신문은 가자 전쟁 참전 군인과 지휘관 등의 증언을 통해 가자지구 전역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 병사들의 인간 방패로 활용됐으며,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군인들은 부비트랩 확인 작업에 인간방패로 활용할 가자 주민을 무작위로 고른 뒤 부대로 끌고 왔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이 작업이 자랑스러웠다"며 "고위급 장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렇게 끌려온 가자지구 주민에게 군복을 입혀 지하 터널이나 가옥 등의 부비트랩 확인 작업에 투입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마치 이스라엘 군인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로 20대인 이들은 군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있었으며 두 손이 뒤로 묶여 있었다고 신문은 묘사했다.
이 작업에 동원된 군인들은 '우리의 목숨이 그들(가자 주민)의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들었다고 한다.
2주전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이스라엘군에 의해 가자 주민이 인간 방패로 활용된다는 증거 영상이 방영됐지만 이스라엘군은 결백한 척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도 이런 주장에 격분했지만, 베단타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만 답했다.
가자 주민의 인간 방패 동원에 참여했던 한 병사는 "알자지라 기사를 보고 사실을 보도한다고 생각했다"며 "이후 이스라엘군의 반응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사는 "매우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인간 방패로 가옥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가자 주민을 부비트랩 확인용으로 활용하면서 "한 번만 하면 풀어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 대변인실은 "이스라엘군의 지시와 명령은 임무 수행 중 붙잡은 가자지구 민간인을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에 노출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인간 방패 활용 주장은 접수 즉시 관계 당국에 보내 검토하게 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이스라엘군은 이 문제가 고위 간부들 사이에 논의되었음에도 최근에는 공식 언급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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