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급증에… 자살 예방교육 의무화한 美

LA정신건강국(LACDMH)은 LA카운티 전역의 교육기관에 정신건강 위협요소 예방·관리를 지원한다. 당국 직원들은 학교 및 응급 구조원과 협력해 초·중·고교, 대학 캠퍼스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에 대응한다. 캠퍼스에서 LA 감독관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LACDMH 홈페이지

"갈수록 우울증 등으로 인한 자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자살 시도자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자살 예방 업무를 총괄하는 정신건강국(LACDMH)을 찾은 매일경제 취재진에게 트레이시 앤드루스 코치가 심각한 상황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미국에서도 갈수록 치솟는 자살률을 낮추는 것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자살자는 4만9449명에 달했다. 직전 최대였던 2018년 자살자(4만8344명)를 넘어서며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14.3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앰버 가르시아 LA정신건강국 자살 방지 프로그램 매니저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우울증과 자살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롱비치라는 소도시의 클리닉에 파견을 간 적이 있는데 팬데믹 시기에 상담을 받으려는 인원이 2배로 늘었다"며 "이런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미국 전체의 정신건강 환자 수는 폭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살자가 더 이상 늘어나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미국에서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자살 예방 교육이다. LA가 속한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미국 10개 주에서는 자살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자살 예방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법에 명시해놓고 있는 곳도 있다. 캘리포니아주 교육법 215조 '학생 및 학생 자살 예방 정책'에 따르면 학생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교육자 및 관계자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LACDMH에서 운영 중인 섭식장애를 앓는 사람을 위한 클리닉 페이지. LACDMH 자살예방팀에서는 연령·인종·직업 등에 따라 세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LACDMH 홈페이지

이뿐만 아니라 뉴저지주는 2006년부터 학생 대상 자살 예방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의무화했고, 테네시주는 2007년 관련법을 제정해 학생뿐 아니라 교사를 대상으로 자살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프랭클린 로메로 LA정신건강국 감독관은 "학교나 지역에서 자살 예방 프로그램에 대한 요청이 오면 건강국에서 전문가를 보내기도 하고 필요한 자금을 학교에 지원하기도 한다"며 "직접 클리닉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학교나 민간 기관에서 재정 지원 요청이 오면 지원해준다"고 말했다.

자살 예방 교육은 연령·인종·직업은 물론 성 정체성 등에 따라서 세분화하고 특화해 이뤄진다. 가령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군인과 그 가족은 그에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역할극을 하는 콘텐츠를 마련해놓고 있다. LA정신건강국 자살예방팀 소속 캐시 문 조기예방 프로그램 담당자는 "정신건강국 자살예방교육팀에만 111개의 예방 프로그램이 있다"며 "2011년 이후에 스페인 이주민만 담당하는 이들도 생겼고,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또 다른 소수 인종을 담당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LA에서 자살자 문제를 총괄하는 LA정신건강국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자살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현재 7000명 이상의 직원이 정신건강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로메로 감독관은 "7년 넘게 자살예방교육팀에서 일해보니 교육 프로그램의 특징을 너무 한 가지에 얽매이지 않게 하고, 노인 단체, 성소수자 등 다양한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로스앤젤레스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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