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협력부터' 민족공동체방안과 차별…대통령실 "30년 지났는데 화해협력 요원"
"북한 불응 속 현실적 대안" vs "흡수통일 강조해 北통제 강화 우려"
윤석열 대통령,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사 |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김지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시한 '8·15 통일 독트린'은 통일을 위해 북한과 어떻게 협력할 것이냐가 아닌 북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동안 북한과의 화해·협력 노력이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 '통일론'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흡수통일론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어서 북한과 갈등이 크게 증폭되리라는 우려도 내놓았다.
윤석열 정부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채택된 지 30년이 되는 올해 새로운 통일담론을 준비해왔으며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이를 공개했다.
[그래픽] 윤석열 대통령의 '통일 독트린' |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브리핑에서 '8·15 통일 독트린'이 국제질서의 변화 등을 고려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보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8·15 통일 독트린'은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는 접근 방식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북한 체제를 존중하며 상호 화해하는 과정을 거쳐 통일에 이른다는 단계론적 접근을 택했지만, '8·15 통일 독트린'은 북한 주민의 자유 열망을 자극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통해 북한 변화를 끌어낸다는 전략을 담았다.
김 차장은 "지난 30년간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첫 단추인 화해협력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북한정권의 선의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제적으로 실천하고 끌어나갈 행동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년 말 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행동계획'의 핵심은 북한 주민을 변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이 다양한 경로로 다양한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정보접근권'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핵 개발에 매진하는 북한 수뇌부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유도해 북한 사회를 달라지게 하겠다는 의미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북한 정권은 자유에 거부 반응을 보이지만 북한 주민들은 자유를 원한다"며 "통일 대상을 김정은 정권에만 두지 말자는 것이고 북한 주민들을 끌어안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렇지 않아도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시행하며 외부 문물 유입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북한이 주민을 더욱 가혹하게 대할 가능성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우리 정부가 흡수통일을 강조할수록 북한은 '2국가 체제'를 강화할 것이며 조기 세습체제 구축과 주민 통제 강화로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8.15 통일 독트린' 발표하는 윤석열 대통령 |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전략을 내놓은 것인데 과연 통일담론이라는 용어와 맞는지 의문"이라며 "(북한이) 수용하기보다는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우리가 어떤 제안을 해도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8·15 통일 독트린은) 차선의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대화협의체를 만들자는 윤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선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실현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설치 제안은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남북관계를 관리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대화채널 확보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정권을 부정하는 내용으로 가득한데 실무 차원 대화협의체를 하자는 데 북한이 응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이번 8·15 통일 독트린이 남북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긴장완화에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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